2026년 2월 10일 화요일
SNS 알고리즘으로 훈훈한 영상을 봤다. 홈캠에 찍힌 건데, 엄마가 어린 두 아들을 재우기 위해 한 방에 누워있다. 아이들은 잠들락 말락 상태다. 그때 갑자기 방 불이 켜지면서 아빠가 나타난다. 아빠는 봉지를 번쩍 들어 보이며 “얘들아, 치킨 먹자!”를 외친다. 잠에서 깬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거실로 뛰쳐나간다. 육퇴를 목전에 뒀던 엄마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나간다. 엄마가 ”아 다 씻겼는데“하며 투덜대자 귀여운 둘째가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엄마, 이해해줘“ 한다. 순간 부부는 웃음이 터지고 엄마는 아들을 안아준다.
늦은 퇴근길, 문득 이 영상이 떠올랐다. 눈앞에 보이는 맥도날드로 들어가 와이프와 아이가 좋아하는 햄버거 메뉴를 포장했다.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 무렵, 방문을 활짝 열면서 영상 속 그 아빠처럼 맥도날드 종이봉투를 번쩍 들어 보였다. 눈 부실 것 같아 등은 켜지 않았다. 두 사람 반응은 내 기대와 달랐다. 뭐야? 안 보여. 두 사람에게 역광의 내 실루엣이 들어 보인 건 그냥 검은 물체였다. 뒤늦게 맥도날드인 걸 알아채고도 둘은 시큰둥했다. 아, 그렇지. 나와 함께 사는 두 사람은 식탐 없기로 유명한…요 담번엔 치킨으로 다시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