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알바가 떼먹은 돈 다른 곳에서 받는 신박한 방법

9년간의 인간 군상 파악 특수 훈련

by 비비걸

나는 N사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남편의 와이프였다. 장사는 늘 목 좋은 곳에서 해야 한다 배웠고, 우리는 서초 1호점에 이어 서초 2호점까지 확장했다. 강남 서초는 정말이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고, 덕분에 우리 가게엔 늘 일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주말엔 배달 알바만 8명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가게에 발을 들이는 친구들은 참 가지각색이었다. 학교에서 잘린 애, 성실한 대학생, 악착같이 돈 벌고 싶은 애, N잡러 아니고 N잡'범'들, 오토바이에 미친 애, 하루 일하고 돈 들고 튈 애, 성실하지만 일머리는 없는 애까지. 9년 가까이 치킨집을 운영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인간 군상을 만났다.



서초 2호점을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1호점 직원들이 배달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A라는 알바가 돈을 잃어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는 일단 돈이 없어졌다고 하면 CCTV를 돌려보는 게 일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었다.



B는 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친구였다. 오토바이 타는 걸 즐겼고, 강남 서초 골목골목 지도를 머릿속에 통째로 넣어 다니는 사람.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하나 배달할 시간에 세 개를 배달하는 괴물 같은 스피드를 보여줬다. 우리는 딱 그런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B는 알고 보면 소소한 범죄를 여러 번 저지른 상습 잡범이었다. 그날도 역시 "저는 아니에요!"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남편은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 남자"였다. (요즘도 내가 숨겨놓은 비상금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그는 가게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범인이라면 돈을 어딘가에 숨겨놨다가 퇴근할 때 몰래 가져갈 테니까.


결국 찾아낸 곳은 화장실이었다. 변기 물이 고여 있는 곳, 돈이 젖을까 까만 비닐로 꽁꽁 싸맨 돈 봉투가 박혀 있었다. 1호점과 2호점을 오가며 심부름을 할 때가 있는데, B는 그 시간을 이용해 2호점 화장실에 돈을 숨겨둔 것이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B가 범인이었다. 심부름 간 사람이 그 사람뿐이었으니까. 물론 B는 끝까지 부인했다. 돈을 떼어먹힐 뻔한 일은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어느 날은 하루 일하러 온 알바생이 있었다. 평소에는 라이더가 4~5명이지만, 주말 바쁜 시간에는 2~3명을 더 고용했다. 배달 정산 방식은 이렇다. 각자 배달한 곳을 포스기에 체크하고, 업무가 끝날 때 마감하면서 매출과 맞춰보는 식. 그런데 알바생이 감쪽같이 사라진 거다. 영영 안 나타난다. 뭔가 쎄한 느낌... 익숙하다.


이런 알바생들은 대개 노란 머리도 날라리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인상이다. 드라마에서 범인은 존재감 없는 일반인 중에서도 일반인이듯이. 튀는 아이들은 의외로 오래 일한다. 사람 분별하는 안목, 어떤 사람이든 친근하게 대하는 능력이 9년동안 특수훈련을 받았다.



우리 가게는 전국 매출 탑 10 안에 드는 곳이었다. 직원들 머릿속엔 강남 서초의 골목골목 안 다녀본 길이 없을 정도였고, 물론 우리 남편도 급할 땐 배달을 함께했다. 바쁜 시간대는 전쟁터처럼 치열했지만, 신나게 일하곤 했다.


남편은 직원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강남 서초를 다 뒤져서 버려진 오토바이가 있나 찾아와." 그날 알바가 들고 튄 현금보다 오토바이 값이 훨씬 비쌌으니까. 이 아이가 오토바이 한 번 타보려고 하루 알바하고 그날 번 현금을 들고 달아났을 확률이 너무나 높았다.



띠리링! 새벽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오토바이가 버려진 채 서초동 어딘가에서 발견되었다고. 번호판을 보니 우리 가게 오토바이가 맞았다. 다행히 오토바이는 멀쩡했고, 알바랑 현금만 사라진 상태. 열받기는 했지만, 우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배달을 하던 알바생이라면 틀림없이 또 다른 곳에서 배달 일을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드라마 속 이런 말이 생각났다. '범인은 반드시 그 현장에 나타난다.'



그리고 다음 달, 우리는 기적처럼 사라진 현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 알바생은 다른 배달 전문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배달하는 사장들끼리는 나름 네트워크도 있고, 배달하면서 온갖 소문과 정보들을 다 수집하기 때문에 그 아이가 강남 모 지점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거다.


심지어 그 강남 지점 사장님과 우리 남편은 아주 친한 사이였다. 월급날, 떼인 돈은 강남 지점 사장님이 직접 받아내고, 남은 차액만 그 알바생에게 주었다.


"내 돈 내놔요!"

알바생이 따지자 사장님은 시크하게 한마디 던졌다.

"돈 가져간 건 니가 먹튀했던 1호점 사장이니, 그쪽 가서 직접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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