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딩친구들이 내 샵에 안 오는 이유

어쩌다 아이돌 연습생

by 비비걸

내 고딩 때 놀던 친구들은 아무도 내 샵에 오지 않는다. 그 친구들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입으로 눈썹을 하고, 손으로는 모나미 볼펜 똥 묻은 것처럼 막 그어버릴지 몰라!’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오지 않을 리가 없다. 그때의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막무가내로 행동했고,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바야흐로 대학교 1학년 때였고, 나는 비서행정학과 학생이었다. 영어과 대학교 선배의 제의로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 오디션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고 남자친구와 함께 아무런 준비 없이 가게 되었다. 가서 보니 카메라 테스트였다.


슈퍼모델들이 소속된 기획사였다. 그때 당시에는 쎄씨 같은 잡지들이 유행하던 때라, 어릴 적 그런 잡지를 보면서 나도 한 번쯤은 슈퍼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운명에 이끌리듯 그곳 기획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빠와 함께 다시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워킹, 연기 연습 등 여러 가지 트레이닝을 받았다. 다들 너무나 간절하게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 틈에서 나는 그저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오고 가며 놀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캐스팅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다. 오디션이 있는데, 내 얼굴이 마음에 든다며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매니저가 많아서 나는 연락 온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었다. 그래서 또 아무런 준비 없이 경험해 보자고 생각하며 오디션에 갔다.



세 명의 남자 어른이 있었고, 그들은 나에게 노래를 시켰다. 춤도 시켰다.

'이런 걸 왜 시킬까?' 하는 생각에 정말 어리둥절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나는 행동했다.

"네!"가 아니라 "네?!" 하며 화들짝 놀랐고, 말도 안 되게 노래도 엉망이었고 춤도 흐느적거렸다.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망했다 하며 집에 가는데 연락이 왔다. 일단 연습하자며 서바이벌식으로 진행되는 곳에서 계속 평가를 받으면서 연습했다. 세 달 정도 함께 연습했던 여자 연습생들을 제치고 내가 최종 합격자가 되었다. 너무 감사하고 신이 났는데, 한편으로는 함께 연습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그들에게는 너무나 간절한 기회가, 내게는 거저 온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 노래도 제일 못했고 춤도 제일 못 추는 것 같았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나는 남다른 재능은 없어도 에너지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똑같이 밤을 새워도 나는 다크서클이 없었다. 무엇을 시켜도 그냥 될 때까지 해냈다.


그런데 신기하게 최종 한 명으로 뽑히던 그때 꿈을 꾸었다. 자면서도 서늘함을 느꼈다. 수많은 뱀들이 우글우글 내 주위를 감싸고 있었고, 그중 한 마리가 내 다리를 꽉 물었다! 그 순간 잠에서 깼다. 그다음 날 최종 오디션에 합격했다.


남자 둘, 여자 둘 혼성 댄스 그룹의 메인 보컬 자리에 들어갔다. 모두가 준비되어 있었고, 나는 후발 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인생을 걸고 있는 그들을 보니 나도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래하고 춤추면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어떤 결말이 되더라도 내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치열한 시절을 보내기로 했다.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지만, 후회 없이 사랑한 인어공주처럼. 여전히 나는 앞만 보고 달린다. ‘될 대로 돼라~~~ ‘ 가 아닌 끝까지 달리겠다는 결심으로 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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