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노래는 불렀다. 노래방에서
그룹이 해체된 뒤 방황이 시작되었다. 모든 것을 아이돌 데뷔에 쏟아부었다가 갑자기 멈춘 채, 집에서 진심으로 백수처럼 놀았다. 매일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그래도 노래는 불렀다. 노래방에서.
학교에 복학했다. 어딘가에 소속되었다는 사실은 좋았지만, 그뿐이었다. 삶 속에서 나아가야 할 길을 잃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내 마음이 일년 가까이 계속 그랬다.
나와 친했던 친구들은 서로 남자친구를 사귀어 커플끼리 노는 모습 속에서 나만 거기에 낀 느낌이었다. 나는 그 커플 사이에 낀 홀수가 된 듯한 상황이 싫었다. 그래서 집에서는 나왔지만 학교에는 잘 가지 않았고, 같은 대학교 친구들이 아닌 다른 친구들과 놀고 어울리며 다른 학교에 놀러 다니며 자꾸 밖으로 겉돌았다.
학교에도 아이돌 활동을 했던 애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호기심 어리게 나랑 사귀고 싶어 하던 남학생들이 많았다. 나를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닌, '저런 애랑 사귀어 봤다'는 자랑이 하고 싶어서 접근하는 의도가 불쾌했다. 여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입생 환영회 때 뜬금없이 노래를 시키기도 했다. 짜여 있지 않은 각본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분위기상 노래를 불렀다. 교수님조차 강의를 하시다가 갑자기 나에 대한 질문이나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그 매 순간이 불편했다. 학교가 싫으니 학점은 당연히 엉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대뜸 물었다.
“학교는 졸업해야지?”
“...학교?”
‘그럼 학교는 마저 다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나는 아빠를 굉장히 좋아한다. 존경하고 존중하며,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하다. 멋진 우리 아빠를 위해서 학교는 졸업하자. 나를 위한 학교가 아니라, 인생 살면서 아빠 말은 한 번 들어주자. 나는 아빠가 하는 말을 듣기로 결심했다.
학점은 엉망이었다. 낮은 점수를 받은 과목을 재수강해서 다시 좋게 받으려면 두 배로 공부해야 했다. 맥주를 마시고도 레포트는 정갈하게 썼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와서도 단정하게 면접준비를 했다. 오락실에서 신나게 펌프를 뛰고 와서도 앉아서 시험 준비를 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취업이라는 문 앞에 섰다. 그때서야 알았다. 무엇을 하든 졸업장과 학점은 필요했다. '학교는 졸업해야지?' 아빠 말씀이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