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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 Sep 02. 2020

언니는 왜 자기 이야기를 안 해?

책 ‘강점혁명’을 읽고

"언니는 왜 자기 이야기를 안 해?"

몇 년 전 어떤 모임에서 누가 날 지목하며 말했다. 내가 내 이야기를 안 하나? 괜히 분위기를 흐린 것 같아 당황스러워 얼렁뚱땅 넘어갔다. 그러다 몇 달 전, 회식 중 팀원에게 또 비슷한 말을 들었다.

“대리님한테는 벽이 있는 것 같아요."


맞는 말 같았다. 어쩌다 회사에서 해외여행에 대한 주제가 나와도 침묵했다. 누가 나를 콕 짚어 물었을 때 간신히 입을 뗐다. “예전에 파리 한번 갔다 왔어요.” 스웨덴에서 반년 동안 교환학생 했다는 건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귀찮고 피곤하니까.


쉽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 놀라웠다. "이번에 아버지 성묘하러 갔는데, 거기서 뱀 진짜 큰 거 한 마리 봐서 깜짝 놀랐어요." 회사 점심시간 중에, 옆자리 동갑 카피라이터가 말했다. 볶음밥을 한 숟가락 뜨면서 나는 흠칫했다. '아버지 성묘' 같은 슬픈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다니.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몰래 상상의 나래를 이어가던 참에 그 사람이 괜히 멋있어 보였다. 자신을 쉽게 내보이는 것에 어떤 쿨함이 뚝뚝 묻어있는 것 같아서.


퇴근길,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나를 향한 질문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나는 왜 나를 꽁꽁 숨길까. 날 보여주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정답을 알 수 없어 일단은 자존감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나 스스로 자신감이 없으니까 자꾸 숨기고 싶은 거야. 어쩌면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내 특징 때문일지도 몰라. 어찌 됐든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래, 앞으로 사람을 만날 때, 조금 더 솔직하게 행동해보자.


그러다 최근, 내 생각의 방향을 바꿔주는 책을 읽었다. 친구가 강력 추천한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사람이 단점이나 약점을 보완해야 하는 게 아니라, 타고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강점을 개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책에는 온라인으로 강점 테스트할 수 있는 코드가 있어서 30분 동안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 내 강점은 '지적 사고'와 '심사숙고'가 나왔다.


자세히 읽어보니 나는 신중한 타입이기 때문에 사생활을 잘 오픈하지 않고 혼자서 생각하는 걸 좋아하며,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고 한다. 이런 신중한 성향은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고. 나는 쉽게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강점 특징 중 하나라고 해서 놀랐다.


그동안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나의 장점일지도 몰랐던 부분을 단점이라고만 생각했다. 강점 혁명 테스트는 몇 년간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30분 만에 장점이라고 봐줬는데 말이다. 나의 굴곡진 특징이 남들 눈엔 보기 흉한 것 같아, 나를 다치게 하는 줄도 모르고 엉뚱하게 사포질 한 셈이었다. 스스로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더 뾰족하게 살고 싶다. 둥글둥글해서 모두가 좋아하는 원만한 사람이 아니라, 조금 모나 보여도 내 개성이라고 생각하면서. 그게 바로 나만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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