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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 Jan 11. 2021

코로나가 만들어준 엄마의 절친

엄마가 미용실을 그만둔 지 5개월째다. 코로나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엄마는 30년 동안 운영하던 미용실을 정리했다. 쉬는 날 없이 일하던 워커홀릭 미용실 원장님이 갑자기 전업주부가 된 것이다. 퇴근 후 집에 오면 나는 매일 엄마한테 물어본다. 오늘은 뭐했어? 앞집 아줌마랑 별이 데리고 산책하고 공원 갔다 왔지.


밥을 먹다가 못 보던 구운 김이 생겨서 물어봤더니 엄마가 말한다. "아 그거, 앞집 아줌마가 준거야." 심지어, 주말에 오후 늦게 일어났는데 집에 아무도 없길래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엄마 별이 데리고 앞집 놀러 왔어.”라는 답변을 들었다. 우리 집 전업주부와 앞집 아줌마는 어쩌다가 이렇게 갑자기 절친이 된 것인가.


시작은 이렇다. 앞집 아줌마는 무려 6년 전에 우리 집 앞으로 이사를 왔다. 엄마는 앞집 아줌마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몇십 년 전부터 엄마 가게에 오던 손님이었는데, 한참 동안 연락이 끊겼다가 갑자기 이웃이 된 것이다. 엄마는 그동안 앞집 아줌마와 지나가다 마주치면 인사만 하고 지냈는데,  미용실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전직한 뒤로 둘은 부쩍 친해졌다.  


어제저녁에 배달의 민족에 들어갔다. 검지를 아래위로 내리며 탐색했다. 롯데리아에서 뭐 시켜먹을까? 엄마가 말한다. 그러면 앞집 아줌마 것도 같이 시켜. 하도~ 앞집 아줌마한테 받은 게 많아서 뭐라도 줘야 될 것 같다고 말을 덧붙였다. "우리 집 딸내미가 엄마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먹을 거 같이 주면 얼마나 좋아."라고 말한다. 저렇게까지 말하니까 정색하고 안 시키기도 뭐하다.


 "우리 집 딸내미가......"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복도에서 높이가 다른 두 목소리가 어렴풋이 울린다. 참 색다른 방식으로 효도하는 것 같네. 이게 바로 뉴 노멀 효도일까? 포장지를 주섬주섬 풀으며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엄마가 칸쵸 3개와 칫솔 2개를 가져오며 말한다. "이거 앞집 아줌마가 햄버거 잘 먹었다고 너 먹으라고 주더라? 그리고 칫솔은 오랄비껀데 좋다고 우리 쓰래."


칸쵸를 하나 입에 넣으며 생각했다. 시간이 너무 많아 당황스러운 엄마에게, 일상을 같이 소소하게 보낼 수 있는 절친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앞집 아줌마와 엄마의 우정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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