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과 만나다

소리내서 몸으로 읽는 낭독의 맛은 뭘까?

by 오아시스

"엄마, 우리 또 그 수업 하면 안 돼?"

"무슨 수업?"

"낭독 수업."

"왜 생각나?"

"응, 재밌었어. 또 하고 싶다. 또 하자고 하면 안 돼?"

"올해는 프로그램이 다 끝났을 걸. 내년에 낭독 수업을 또 하려나?"

"왜 어때서?"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는 없고 얘들도 시큰둥 한 것 같고."

"난 재미있었는데."

낭독수업이 끝난 두 달만에 큰 딸이 낭독 수업을 다시 하고 싶다며 '낭독'에 대해 떠오르게 했다.


소리내서 읽기. 눈으로만 읽는 묵독보다 온 몸을 이용한 낭독은 읽기에 훨씬 좋은 방법이다라고, 낭독에 관련된 책에 소개된 걸 보며 낭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 서당을 상상해 보면 훈장님이 먼저 말씀하시고 학생들은 소리내서 외우고 공부하는 모습이 쉽게 떠오른다. 그런데 요새 교실에서는 누구도 소리내서 책을 읽지 않는다. 시끄럽다고 핀잔을 듣는다.


"작가님, 이번에 낭독 프로그램 수업을 해 주실 수 있으세요?"

"낭독이요?"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서 연락을 하셨다.

"나도 낭독을 안 해 봤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계획에 없던 프로그램이예요. 그런데 갑자기 프로그램 하나를 더 할 수 있게 되서 작가님께 부탁드려요."

전에 인사만 한 번 나누었던 사서 선생님이셨다.

'낭독이 도대체 무엇인고?'

그때부터 난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 다섯을 모았다.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6학년인 아이들 중 두명은 심지어, 목청껏 외쳐 말하고 싶다. 이제껏 학교를 다니며 시도 한 번 외워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 마이 갓! 도대체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국어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한달에 한 권씩, 동화책 세권과 동시집 한권을 소리내서 다 읽어 내는 수업을 넉달간 진행했다. 돌아가면서 소리내서 읽고 남은 시간에는 책 퀴즈도 내어 보고 시 패러디도 해 보고, 작은 도서관에서 간식을 먹으며 공포 영화도 보고 책을 가지고 놀기도 하며 넉달이 지나갔다. 바쁠 것도 없었다. 실용의 열매는 없는 슬로우 수업이라고 해야 할까.


큰 딸은 왜 갑자기 두달이 지나서야 재밌었다고 낭독을 떠올렸을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나도 낭독 초보생이라 어떻게 낭독의 맛을 알려주어야 할 지 딱히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했던 거라 애매했다. 그저 전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책을 소리내서 읽으라고 더 자주 말한다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오늘밤은 그래서인지 왠지 시를 낭독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았다.

두 사람(라이너 쿤체)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한 척의 배를

한 사람은

별을 알고

한 사람은 폭풍을 안다

한 사람은 별을 통과해

배를 안내하고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배를 안내한다

마침내 끝에 이르렀을 때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리라


폭풍을 뚫고 가는 바다의 기억이 파란색일 수 있다니. 폭풍을 뚫고 지나갔는데 기억 속에서는 투명한 남태평양 같은 환상적인 바다색일 수도 있다니. 별을 알려주는 이가 내 곁에 있다면 폭풍을 건너가는 내게 바다는 폭풍이 아니고 더없이 투명하고 푸른 바다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준 시. 별을 알려주는 이가 내 곁에 있었다. 한 사람일 수도 둘일 수도 여럿일 수도 있는 나.


둘째딸과 막내 아들이 내 곁으로 모여 들었다. 자기들도 이 시를 외워보겠다며 책을 들고 사라졌다. 연년생이라 그런지 서로 겨루는 마음도 많아서 누가누가 잘 하나로 꼭 빠져들고 만다. 아마도 누가 더 잘 외울지 서로 배틀전의 연장선상에서 시를 외우겠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럼 뭐 어떠랴! 시를 외운다는데!


두 아이가 다 외워서 한명씩 또 함께 몇 번이고 입 밖으로 또박또박 소리내서 시를 낭독했다. 외울수록 자신들도 모르게 두 손을 마주 잡고 리듬감도 탔다. 나도 아이들과 합세해서 낭독뿐만 아니라 외워서 낭송까지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국어 시간에 시를 200편만 낭송해도 은유 공부를 제대로 하게 되니 국어 공부를 따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집에서는 안 시키면서 학교 탓을 한다.


어쨌든 낭송하면 낭송할수록 놀라게 된다. 이렇게 쉬운 언어로 이렇게 깊이 파고드는 아름다움을 만들다니, 시인들은 놀라운 존재들이다.


하루에 한 편 시를 낭독해 봐도 좋겠다.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시를 한편 소리 내서 읽어주면 어떨까. 그리고 잠이 드는 거지. 하루를 잘 마감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 엄마는 낭독도 해야 하는 존재구나. 참으로 어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