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사람

이미 아주 가까운

by 낭생희

‘운명의 사람’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대개 누군가를 생각한다. 언젠가 만나게 될 사람, 혹은 이미 지나가버린 사람. 내 인생을 바꿔놓을 것 같은 어떤 타인. 오늘의 필사 문장은 생각을 확장시키는 문장이였다. 운명의 사람은 어쩌면, 내가 기다리는 누군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필사

너에게 평화를 줄 수 있는 건 오직 너 자신뿐이다. 원칙 위에 선 마음만이 평화를 부른다. 네가 될 운명인 사람은, 네가 스스로 되기로 선택한 그 사람뿐이다. 자신을 믿어라.
— 랄프 왈도 에머슨, 『자기 신뢰』


문장을 옮겨 적다가 손이 잠깐 멈췄다. ‘네가 될 운명인 사람은, 네가 스스로 되기로 선택한 그 사람뿐이다.’

운명이라는 단어가 이렇게까지 개인적인 단어였던가.


우리는 종종 운명을 바깥에서 찾는다.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어떤 기회가 와야 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야 내 삶이 달라질 것처럼 생각한다. 이 문장은 그 기대를 조용히 뒤집는다. 운명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계속 선택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결국 내가 될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조금씩 선택해서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생각해보면 평화도 비슷하다.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 주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완벽해지면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어떤 기준으로 살 것인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그 마음이 정리될 때 비로소 생긴다.


그래서 오늘은 ‘운명의 사람’을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언젠가 만나게 될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결국 되어갈 그 사람.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함께할 운명의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이전 09화여는 것보다 닫는게 나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