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페이스(1983, Scarface)
무엇이 사람을 움직이게 할까.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목표한 바를 이루면 동기는 뭐든 상관없는 것일까.
동기가 없는 움직임에는 의미를 찾기 어렵다. 우리가 행동하는 경우 동기가 있기 마련이고 특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동기를 이끌어갈 추동력이 필요하다. 가세가 기울어 돈이 절실한 상황이라든지, 사람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경우라든지 동기의 종류는 무척 다양한데 다양한 만큼 이에 수반되는 결과 또한 여러 양상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개인적인 경험상 분노와 슬픔,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경우 부작용이 생긴다. 이는 당장 일을 이루어 내 속의 여러 감정들을 달래는 것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목표로 한 기일이 지나면 분노나 슬픔같은 감정은 보통 커진다. 마음에서는 분노와 슬픔이 계속 쌓여가기 때문이다.
영화 스카페이스(1983, Scarface)에서 토니는 쿠바에서 미국에 막 도착한 혈기왕성한 청년이다. 미국 심사국 직원들에게 심문받는 과정에서 토니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이 그를 움직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자신의 불행한 처지와 카스트로에 대한 분노, 공산주의에 대한 불만과 자본주의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토니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동기들은 그로 하여금 필요 이상의 것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소 성급하게 문제에 뛰어들어 작금의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려 한다. 그의 첫째 목적은 영주권이었고 이를 위해 그는 살인을 마다치 않았다. 이국땅에서 목표의 성취는 범죄로부터 시작하였으며 이는 그를 더욱 강하고 거칠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더라도 그는 당장 목표를 이루어야만 했다. 계속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그는 범죄자였고 감옥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감옥이 죽기보다 싫었던 토니는 계속 내달릴 뿐이었다. 마약업을 하는 조직의 수장이었던 프랭크는 이같은 어두운 동기에 휩싸인 토니를 배짱있고 열정적인 사람으로 보고 점차 조직의 중책을 맡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토니는 성공을 향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이는 점차 탐욕으로 바뀌어갔다. 눈앞에 있는 부와 명예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프랭크의 자리뿐 아니라 그의 부인 엘비라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든 토니는 마이애미의 거물이자 마약왕으로 거듭난다. 야망을 위한 끝없는 질주는 그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 주었다. 그의 요새에는 평생 쓰고도 남을 돈이 있었고 목숨을 바칠 부하들이 있었으며 미모의 부인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토니에게는 여전히 마음 한 켠에 공허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가족이었다. 성공한 토니는 지갑 속의 돈과 자신의 금의환향은 지난 세월을 보상하며 이를 통해 가족을 되찾으려 한다. 하지만 감옥에서 출소한 후 수 년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토니를 어머니는 문전박대하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돈 몇 푼 쥐어주는 게 가족을 위한 길이 아님을 꼬집는다. 어머니에겐 조직에 몸담아 부와 명예를 얻은 아들의 모습이 결코 자랑스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착실하게 미용을 배우려고 하는 여동생이 오빠의 세게에 물들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한다.
이같은 경험을 한 토니는 자식을 희망한다. 본인은 가족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고 어머니와의 뒤틀어진 관계에 대한 안타까움은 그가 정상적인 가족을 갖기 원하게 만든다. 한 손에는 총이, 다른 손에는 피로 가득하지만 가족만큼은 자신이 지켜주고 싶었다. 비론 나는 악당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 만큼에겐 영웅이고싶다. 살인과 마약으로 물들어버린 자신은 소멸되더라도 가족의 순수함은 지키고 싶었다. 이런 토니를 연민하는 관객은 그의 일말의 순수함이 가족을 이루는 주요 동인이 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감독(브라이언 드 팔마, Brian de Palma)은 어머니의 입을 빌어 토니 가족의 앞날을 암시한다. 잘못된 기초 위에 세워진 집은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어머니 집을 떠나기 전 토니는 여동생에게 이야기한다. 더이상 미용같은거 배우지 않아도 돼. 여동생의 손에 쥐어진 몇 천불은 사회초년생인 그녀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가족을 향한 그릇된 열망은 토니의 제국을 무너뜨리고 가족을 만들 희망까지 무너뜨리는 데 충분하였다. 탐욕을 위한 토니의 어두운 동기로는 가족을 이룰 수 없었다. 또한 마약에 무너지는 토니를 통해 자신의 제국과 절친, 부인, 및 가족 모두가 무너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여준다. 그가 진정한 가족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의 어두운 왕국을 무너뜨리고 어머니의 아들이자 부인의 남편이자 여동생의 오빠로 거듭나야 했다. 마약제국을 무너뜨리고 건전한 동기를 통해서 가족의 집을 새로 지어야만 했다.
하지만 토니는 어두운 굴레를 벗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성공을 위해서 공산주의를 버리고 헛된 야망으로 가득찼던 그는 돈으로 가족을 사려 했다. 행복을 손에 넣기 원했을뿐 직접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아들로 거듭나야 행복해질텐데 되려 마약왕인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어머니를 탓했다. 탐욕에 사로잡혀있던 토니 몬타나는 어머니 앞에서조차 아들이 되지 않았고 이는 자기자신은 물론 그의 왕국과 가족까지 파멸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