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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08. 세도나, 내려놓음

와- 여기 어디지?


우연히 온라인에서 발견한 광활한 사진을 홀린 듯 보다가 찾아보니, 아리조나의 세도나 라는 곳이었고 내 비전 보드에 2024년 10월 세도나 라고 적어두었다.


그리고, 예상보다 조금 빠르긴 하나 2024년 2월 5일 세도나에 도착하였다. 


도착한 세도나는 그야말로 붉은 빛 천지였다. 흙이 빨간색라서 집도 산도 모두 붉다. 낯선 풍경에 조금 섬뜩하다는 느낌이었다. 만명 정도의 적은 인구 도시인데다 겨울이라 관광객이 적고 날씨까지 스산하니 그 느낌이 더했을 것이다. 저녁에 호텔에 도착하여 조금 낯설고 무서운 마음으로 잠을 청하고, 드디어 다음 날 해가 떠올랐다. 


첫 방문지는 시내 남쪽의 성십자 예배당, 브로큰 애로우 트레일, 커씨드럴 록 이다. 산길은 낮은 구릉지 산책로 처럼 대부분 가볍고 쉽다. 가까이 다가가 속에서 호흡하니 느낌이 훨씬 가까워 진다. 산행을 하고 내려오니 드디어 낯선 느낌의 풍광들이 감동적인 장관으로 다가온다. 자연과도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신기한 레드록들을 산책하는 것도 즐겁지만, 가장 좋았던 공간은 성십자 예배당이었다. 이 장소는 특히 좋아서 두번 방문하였고 꽤 긴 시간을 머물렀다. 십자가 아래 잔잔한 음악 속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평온과 행복한 상태가 된다. 신 앞에 고개 숙여 기도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숙연하다. 오가는 관광객의 조용한 기도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힐링이 된다. 

성십자 예배당


그리고 명상 센터에서 10명의 참가자들을 만난 것이 큰 행운이었다. 그들과 삶을 나누고 눈을 바라보고 울고 춤추며 행복과 높은 에너지 상태로 향해가는 4일간의 여정은 사랑의 완전한 존재감을 충만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정적인 공간이 동적으로 살아나는 데에 사람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사람을 통해 오고 간다. 인간은 이 우주에서 에너지를 전달하고 순환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증폭하고 전달하는 에너지는 무엇인가. 


세도나는 볼텍스가 가장 높다고 하여 명상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명상 중에 빛을 본다거나 특이한 체험을 했다는 얘기들도 들리지만, 그런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조금 묘한 느낌이 들긴했다. 그리고 감정적인 반응이나 생각의 파동이 좀더 강하게 들어오는 것 같다. 


나는 내 안을 잠식하는 부정적인 목소리들을 좀더 선명하게 무의식에서 떠올릴 수 있었다. 내려놓는다. 흘려보낸다. 이를 위해 '무엇을' 흘려보낼 지에 대한 대상이 명확히 떠오를 필요가 있다. 드러나 주는 모든 무의식의 감정들이 떠나간다. 드러나 주어 고맙다. 


올라오는 감정을 마주하고 내려놓는 시간으로 삼기에 더 없이 좋은 여행이었다

광활한 자연은 순식간에 나를 비워낸다. 우리가 속한 이 자연이 얼마나 거대하고 아름다운지 깨닫는 순간, 내가 가벼워지고 현존의 순간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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