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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기록은 꿈이 되어라
Feb 19. 2024
일상 02, 깨달음과 현실
세도나에서 다시 현실로
나는 영적 깨달음과 기쁨과 풍요의 정신을 유지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소망이 있다. 그 소망은 현실의 거친 환경에서 쉽게 무너지고 좌절된다.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내어주라는 말씀처럼 살수 있다면 얼마나 단단한 궁극의 마음일까 싶다만은 나는 아직 그 수준의 티끌에도 도달하지 못하였다. 홀로 있을 때 회복된 마음은 밖에 나가면 외부의 부정적인 기운에 쉽게 예민해진다. 회사에서 헐뜯고 질투하고 집단화하고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 무력화하여 자신을 더 높이고 싶은 욕망의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이들 속에서 고요를 유지했다가는 먹잇감이 될까 싶어 웅크린다. 그나마 그들과 동조하지 않고 세력화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내뱉지는 않겠다고 한들, 두려움에 긴장하고 예민해 지는 마음은 여전히 어둡고 낮은 마음일 뿐이다. 뺨을 맞는 동안에도 사랑과 기쁨이 충만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세도나 여행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어떤 면에서 환상적이었냐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주고 받은 연대감과 에너지를 통해 깊은 부정적인 목소리들을 내어놓고 그 자리를 충만함과 행복으로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것들은 처음에는 격렬하였으나 충만하고 행복한 에너지 덕분에 부드럽고 가볍게 그들을 다루고 보낼 수 있었다. 보내는 마음도 채우는 마음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그 에너지는 단단하고 아름다워서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경이로운 자연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은 그 순간 내가 갖고 있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한다. 우주 안의 나를 경험하는 것, 현존의 느낌이다. 그 과정에서 채워지는 행복감은 참으로 단단하였다.
한국에 돌아와서 마주하는 똑같은 상황. 나를 부정하는 외부의 목소리들. 그 목소리들 앞에서 나를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느낌들은 이전보더 더 예민하게 다가왔다.
고집스레 꽉 잡고 웅크리던 마음이 열리고, 그 자리는 말랑말랑 찰랑찰랑 흐르는 에너지가 되어 기쁨으로도 가득채워진다. 한편, 단단한 껍질을 벗어버린 마음은 외부 자극에 예민해진 여린 것이 되었나 보다. 기쁨이 바람처럼 쉬이 가는 것에 이전 보다 더 큰 슬픔이 왔다.
한발 한발 앞으로 갈 때마다 여전히 내 마음에 새로운 경험들과 파장들이 쌓인다. 아직도 길은 새롭다.
명상으로 아픈 마음을 다독이고 바라본다. 너는 누구냐. 나는 사랑과 기쁨이 가득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그런데, 너는 누구인가.
사랑과 풍요의 정신을 삶 속에서 통합하고 싶다는 소망은 외부가 아닌 내면의 버라이어티한 변화와 충돌 속에서 실현해 내야 하는 내적 과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