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에 쉼표를 찍고 이제 2주가 지났는데 업무 마무리 인계 준비 기간 포함하면 심정적으로는 한달 정도 지나온 것 같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마주치는 내 마음들을 나름 명상, 독서, 일기, 여행으로 참 잘 다스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 보다.
시간이 넉넉해 지고 글을 쓰다보니 지난 시간 억눌려 있던 사건과 상처의 기억이 분노가 되어 썰물처럼 밀려들어오고 화산처럼 폭발한다. 슬픔이 되어 가슴을 친다. 누군가가 꼭 안아주고 '수고했어, 아휴 그 재수없는 놈들!' 이렇게 위로 한마디 던져주면 좋으련만 '회사생활이 힘든거지 뭐', '사는 게 그런거지 뭐' '나도 힘들었어' 와 같은 위로가 오늘은 상처가 된다. 안그래도 왜 그때 그냥 넘기고 지나쳤을까 내 마음 하나 살펴보기가 왜 그리 쉽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내가 나를 원망하는 마당에 '다 그런거 아니겠니- 별수 있겠니'하는 말이 참 무력하다. '그래 넌 뭐했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리라.
아- 더 오갈데 없이 밀어붙여지는 마음이다.
그래도. 그 아픔을 드러내 주어 고맙다고 내 눈을 돌리지 않고 그 바닥까지 바라보겠노라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얘기한다.
아아 아프다.
아픈 마음이 분노였다가 슬픔이 되었다.
어찌할 줄 모르겠으나.
약속 하나는 하자
내어 놓는 그 마음 바닥까지 끝까지 용기있게 바라볼께.
모른척 피하지 않고 억누르지 않고
그 마음은 내가 다 챙겨볼께.
안아줄께.
드러나주어 고마워.
어두운 감정들은 누군가가 함께 있거나 행복감에 젖어들거나 바쁜 일상이 흘러가다보면 쓱- 묻혀버린다. 긍정요소가 사람을 단단하게 하면 그런 부분들이 일부 약해지기 하겠지만, 내가 약해지는 상황이 왔을 때 그 어두움과 유사한 감정이나 유추되는 사물, 단어가 건드려 졌을 때 남아있는 감정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제야 비로소 내 안에 이런 기억과 감정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게 된다. 사건이 일어나는 즉시 그 어두운 감정을 명시하고 위로하고 애도하고 보내주는 과정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나중에 재처리를 통해 건강하게 보내줄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 작용을 보면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조물주는 계속해서 기회를 주는 데 우리 스스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을 게을리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오늘은 마음이 많이 아프고 슬픈 날이다.
아프고 슬픈대로 그 마음 치우지 말고 잠시 머물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