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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01, 혼란 아픔

직장 생활에 쉼표를 찍고 이제 2주가 지났는데 업무 마무리 인계 준비 기간 포함하면 심정적으로는 한달 정도 지나온 것 같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마주치는 내 마음들을 나름 명상, 독서, 일기, 여행으로 참 잘 다스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 보다. 


시간이 넉넉해 지고 글을 쓰다보니 지난 시간 억눌려 있던 사건과 상처의 기억이 분노가 되어 썰물처럼 밀려들어오고 화산처럼 폭발한다. 슬픔이 되어 가슴을 친다. 누군가가 안아주고 '수고했어, 아휴 재수없는 놈들!' 이렇게 위로 한마디 던져주면 좋으련만 '회사생활이 힘든거지 뭐', '사는 그런거지 뭐' '나도 힘들었어' 같은 위로가 오늘은 상처가 된다. 안그래도 그때 그냥 넘기고 지나쳤을까 마음 하나 살펴보기가 그리 쉽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내가 나를 원망하는 마당에 '그런거 아니겠니- 별수 있겠니'하는 말이 무력하다. '그래 뭐했니'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리라. 

아- 더 오갈데 없이 밀어붙여지는 마음이다. 


그래도. 그 아픔을 드러내 주어 고맙다고 내 눈을 돌리지 않고 그 바닥까지 바라보겠노라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얘기한다. 


아아 아프다.

아픈 마음이 분노였다가 슬픔이 되었다.

어찌할 줄 모르겠으나.

약속 하나는 하자 

내어 놓는 그 마음 바닥까지 끝까지 용기있게 바라볼께.

모른척 피하지 않고 억누르지 않고

그 마음은 내가 다 챙겨볼께. 

안아줄께. 

드러나주어 고마워.


어두운 감정들은 누군가가 함께 있거나 행복감에 젖어들거나 바쁜 일상이 흘러가다보면 쓱- 묻혀버린다. 긍정요소가 사람을 단단하게 하면 그런 부분들이 일부 약해지기 하겠지만, 내가 약해지는 상황이 왔을 때 그 어두움과 유사한 감정이나 유추되는 사물, 단어가 건드려 졌을 때 남아있는 감정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제야 비로소 내 안에 이런 기억과 감정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게 된다. 사건이 일어나는 즉시 그 어두운 감정을 명시하고 위로하고 애도하고 보내주는 과정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나중에 재처리를 통해 건강하게 보내줄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사람의 마음 작용을 보면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조물주는 계속해서 기회를 주는 데 우리 스스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을 게을리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오늘은 마음이 많이 아프고 슬픈 날이다. 

아프고 슬픈대로 그 마음 치우지 말고 잠시 머물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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