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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음닿기, 균형 잡기

현실은 이렇게 피로하고 치열한데, 어떻게 마음을 챙겨가며 산다는 말입니까?

땅을 디디고 살지 못하고 허공에 둥 뜬 이상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닐지 두렵습니다.

 

마음을 깊이 탐구할수록, 예상치 못한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더 해지는 기쁨만큼,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거 아닌가 하는 혼란도 커졌습니다. 제 현실은 치열하고 피로하고 두렵고 거북한 마음을 억압하는 삶이었습니다. 돈을 버는 일, 가족과 부딪히는 삶이 다 그런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니, 내면에 중심을 둔 삶과 현실의 삶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혼란은 마음공부를 하기 전부터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양극의 서로 다른 세상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한 개인의 주변"이라는 작은 반경 속에도 세상은 너무나 다양합니다. 가만히 관찰해 보면 마치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 모인 것만 같습니다.


아래는 제 주변의 재미있는 양극의 세상입니다. 물결 표시 안의 사례가 너무 길면 지나가셔도 됩니다^^


저는 산행을 좋아합니다. 산 아래의 친구들은 산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인데 왜 힘들게 오르냐며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편, 주말에 북한산, 인왕산 정상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그곳에는 뿌듯함과 자연을 사랑하는 무언의 공감이 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10km 달리기를 시작하였는데, 참 재미있습니다. 몸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재미가 있고, 낯선 곳에 여행을 가면 두 다리로 10km 내외 거리를 차도가 아닌 색다른 길로 탐색하는 설렘이 있습니다. 이 만큼 체력이 좋아진 것도 뿌듯합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지인들이 '그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가 뭐냐'라고 묻습니다. 딱히 거창한 이유가 없어서 답하기가 난처합니다. 한편, 마라톤을 하는 군중 속에서 저는 이제 막 시작한 걸음마 아기 취급을 받습니다.

 

스페인에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이 물었습니다. "대체 한국에 무슨 일이 있길래 매년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오는 거야?" 정말 그런가 찾아보니, 산티아고 순례자 순위 1위는 유럽, 3위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약 10년 동안 2위만 바뀌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쯤에는 미국이었는데, 2023년은 멕시코가 차지했습니다.

그 길을 다녀오니 주변에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산티아고 길을 걸은 사람 처음 봐! 신기해! 너 정말 특이하다! 멋지다!" 과도한 반응에 조금 뻘쭘해집니다. 2023년 산티아고 방문객 수는 44만 명, 한국인은 7천5백 명입니다.


대학교를 입학했다가 자퇴하고 성실히 사업을 하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열정적인 친구였습니다. 대학을 꼭 가야 하는가 하고 SNS에 글을 올렸는데 저는 "꼭" 갈 필요는 없다에 공감하였는데,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단호한 답글들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미 충돌하는 세계 속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 틈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며 배우고 성장합니다.


1. 현실 없이는 나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현실적인 삶의 기술과 지혜는 그것대로 충실히 배우고 성장하여 더 많은 세상을 만나고 부딪히게 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더 큰 세상 속에서 마주하는 치열한 삶과 낯선 관계 속에서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그러니 신의 사랑에 충만한 삶과 치열하고 부딪히는 삶을 모두 경험하며, 매일의 순간 속에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2. 충돌하는 세계 속에서 내 마음의 뿌리가 내리고 있는 땅이 어디인지 확실히 살펴야 합니다.

삶을 이루는 요소들을 뿌리, 기둥, 열매에 대입해 본다면 여러분의 뿌리는 무엇입니까?


어떤 이들은 삶의 근간이 되는 뿌리를 "돈, 학벌, 직장, 명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뿌리로 삼으면 삶이 위태롭습니다. 이들은 삶의 풍파에 부러질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기둥과 가지는 예상치 못한 재해로 부러지고 딱따구리나 곰에게 상처입기도 합니다. 하지만, 뿌리가 단단하다면 "돈, 명예"와 같은 나무 기둥은 다시 자랄 수 있습니다. 상처는 더 강한 생명력이 됩니다.


뿌리가 썩으면 그 나무는 영원히 생명력을 잃습니다. 생명의 원천인 물을 공급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뿌리는 나무를 존재하게 하는 무한한 에너지 원이 되어야 합니다. 뿌리는 내 안의 신성, 즉 사랑이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뿌리는 사랑 속에 단단히 내리고, 드러난 세상에서는 두려움 없이 탐험하고 경험하며 기둥과 가지를 뻗어나갈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자녀들의 삶에 영원한 자양분이 되는 것은 "돈, 학벌, 직장, 명예"가 아닌 "사랑"입니다.

성인도 지금까지 살아 온 그 생명력으로 스스로 새로운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제공할 토양과 뿌리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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