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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마음닿기, 사랑의 혼돈

삶 또는 마음이 닿는 종착지는 어디에나 흐르고 있는 충만한 신의 사랑을 깨닫는 여정입니다.

그래서 우리 평생의 삶은 '사랑의 여정'입니다.


태어남부터 사랑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아악!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아!' 하는 충격과 공포를 경험하는 숙명을 갖고 생명이 옵니다. 탯줄이 끊기는 순간 엄청난 '분리 불안'을 경험합니다. 고민할 것도 갈구할 것도 없는 무한하고 풍성한 사랑을 한 순간에 잃는 듯한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세상 속에서 사랑을 확인해 가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정신분석학, 발달심리학에 따르면 아기는 약 12개월까지 엄마와의 일체감과 충만한 전능감을 체험합니다. 무한한 젖이 흐르는 풍요의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죠. 이때 아기는 나와 타자의 구별감이 없기 때문에 엄마로부터 제공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들어 낸 세계라는 환상을 갖게 됩니다. 그 과정이 지나면, 나와 대상이 분리된 존재라는 감각, 분리된 대상과의 관계를 인지하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전능감과 환상에서 벗어나고 세상과 관계를 맺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충만한 전능감의 경험과 건강한 관계 형성의 과정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부모님, 세상의 많은 대상들도 불완전하고 경험의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죠. 어쩌면, 완벽하지 않은 것이 온전한 설계일지도 모릅니다.


자연스럽게 좌절감, 결핍, 상처를 경험합니다. 게다가, 각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세상의 기대와 이미지까지 덧 씌워지면 그 결핍감은 더욱 강해집니다. 결핍갈구는 때로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파괴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삶의 전반에 좌충우돌 굴곡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이상적인 이성친구, 배우자, 자녀이미지는 결핍의 투사입니다. 대상을 자신이 원하는 모양에 맞추기 위하여 고분부투 합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행복할 거야. 내 남편이(아내가) 이런 사람이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는 왜 내 말대로 하지 않는 거야.


결론부터 얘기하면, 안타깝지만 당신의 바람은 좌절될 것입니다.

세 가지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1. 그 이미지는 당신의 결핍이 만들어낸 이상적 세계관입니다. 그것은 실질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는데, 그 세계관은 오직 당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 옆의 이성친구, 배우자, 자녀는 각자 다른 결핍과 다른 희망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세계관은 당신의 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가족과 같이 있지만 외롭다는 느낌, 대화를 하고 있는데 묘하게 서로 다른 이해를 하는 느낌, 서로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2. 타인을 나의 이상적 세계관에 맞추려는 갈망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입니다. 이상적인 세계관에 대한 갈망이 강해진다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오는 좌절감과 결핍도 강해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작용한 만큼 동일한 힘으로 반작용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무의식의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우리는 좌절감과 결핍이 더 강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3. 우리는 익숙한 패턴으로 돌아올 때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놀랍게도 그것이 벗어나고 싶은 고통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넘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는 사람을 생각해 봅시다. 그는 늘 넘어질까 봐 바닥을 쳐다보고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그 불안이 해소되려면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거나, 아예 넘어져버렸을 때입니다. 첫 번째는 불가능하므로, 결국 자주 넘어져서 불안을 해소하고 '내가 이럴 줄 알았다'며 자기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핍은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납니다.

'이렇게 해 주면 우리가 행복해져.'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당신을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받는 이는 사랑이라고 믿으면서도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올라오니 혼란스럽습니다.

주는 이는 계속되는 좌절에 혼란스럽습니다. 행복하지 않는 거지? 내가 원하는 도대체 뭐지? 사랑을 줬는데, 힘들다고 하는 거지?


그러므로,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여정은 결핍이 쓴 가면을 벗는 과정입니다.

우주가 무한한 사랑으로 나를 감싸고 있다는 본질의 상태를 자각하면 그때에 사랑이 힘을 발휘합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요한 15,12)


"어떤 사람의 문제가 바깥에 있는 어떤 힘 혹은 외적 동인 (agent)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믿는 한 치료는 아무 효과가 없다."       <나는 사랑의 처형자가 되기 싫다> 어빈 얄롬 (스탠포드 명예교수, 정신과 의사)




자신을 사랑하는 두 단계입니다.

1. 내면에 올라오는 타인에게 바라는 욕구들을 고요히 관찰합니다.

- 자식이 잘 나가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또는 실패하면 세상이 날 무시할까 봐 두려운 마음

- 상사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 이기적이라고 할까 봐 두려운 마음

- 사랑받고 싶은 마음

- 뭐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


2. 그것을 충족시켜 주기 위한 작은 행위들을 스스로 해줍니다. 충족은 내 안에서 먼저 일어나야 합니다.

- 인정받고 싶은 마음, 두려운 마음이 어디서 왔을지 바라보고, 내가 가진 것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봅니다.  

-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면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해 주세요. 나를 두 팔로 안아주고 거울의 나를 한참 바라보고 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불편하겠지만 그 불편을 넘어보세요.

- 뭐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만큼 억압과 통제도 강할 수 있습니다. 먹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갖고 싶은 욕망이 들 때 스스로 작은 것들을 선물하며 바로바로 충족시켜 줍니다. 그 순간 그 기쁨에 쏙- 빠져서 충만하게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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