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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09. 나의 생각은 스타카토

나의 생각은 마치 스타카토 같다.

안타까운 탄식이나 자조적인 한숨을 섞어 내뱉는 말이다.


일관성이 없고 기분에 따라 생각도 변한다. 결정 초기에 했던 생각이 있었을 텐데, 예상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면 원래 다른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처럼 초기 생각은 슬그머니 사라진다.

나의 줏대는 주변인들의 말 때문에 바뀌기도 하고, 세상을 보는 시선은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따라 불안과 긍정을 오가기도 한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불안이 과잉되었다가, 별일 없이 잠잠해지면 세상은 원래 그러니 호들갑 떨 필요 없다며 슬그머니 득도한 자 같은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연기처럼 나타나 흐르다 사라지는 생각들. 그 생각은 나의 삶도 그렇게 일관성 없이 흔들어대기도 한다.

어쩌면 변화하고 흐르고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것이 삶에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요소인 것 같다.


공포와 희망, 세상을 보는 시선의 변화는 주식을 할 때 가장 여실히 보인다. 특히 1,2주 단위로 엄청난 등락을 경험하고 있는 최근 트럼프 초기 정부에서는 이 모습이 얼마나 크게 드러나는지 모른다. 비단 주식뿐이 아닐 것이다. 주식처럼 극단적으로, 시각적으로, 결과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내 일상의 생각들은 그렇게 희망과 공포를, 영성과 지옥을, 사랑과 미움을 하루에도 수백 번 오가지 않을까 한다.


연결성 없는 스타카토로 나열된 불협한 음들은 훗날 멀리 보면 하나의 오선지에 흐르는 선율이 될 것이다.

어떻게 삶을 아름다운 곡으로 만들 수 있는가?


애써 내 작은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건- 결국 '그려보기가 아닐까' 한다.

스타카토 같은 음들이 떠오르는 대로 오선지에 놓아보는 것이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나마 아름답게, 조금이라도 앞 뒤 구조적 개연성도 봐가며 음을 선정하는 것이다. 연필로 그리고 지우고 이리저리 맞춰보는 것이다. 어느 천재라도 (아마 모차르트만 예외일까?) '이 아름다운 음악의 탄생은 말입니다, 마구잡이로 되는데로 음을 던져봤더니 나오더군요!' 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나의 생각은 스타카토 같다.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안타깝지만- 이 사실을 수용하고, 잘해보자는 다짐의 말이다.


떠오르는 생각들, 세상을 인지하는 시선들, 행동을 이끄는 주장들. 나는 앞으로도 무수한 음들을 떠올리고 무심코 사그라트릴 것이다. 오선지에 그려보고 관찰하고 고심하는 것으로, 그중 아름다운 음들을 선정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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