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내가 가지고 있는 대단치 않은 능력, 바로 외국어이다. 영어처럼 흔하고 선진국의 언어가 아닌 희소성을 갖고 있는 나라의 언어 능력을 갖고 있어 운 좋게 이곳에서 첫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회사 제품에 대한 공부와 상대방으로부터 호감을 살 수 있는 트레이닝을 끝마친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첫 미팅을 나가게 되었다.
사실 그 사람은 본인의 거래처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와 동행할 필요가 없었는데, 이것이 또 사내연애의 맛 아닐까 싶다.
#3
미팅 장소는 한강과 매우 가깝게 위치했다. 미팅이 끝난 후 그 사람과 함께 한강 근처를 거닐며 따뜻한 봄바람을 느꼈다.
벚꽃이 만개한 시점인지라,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향수 냄새는 달콤한 꽃냄새 마저 잡아먹혔다.
아직 그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함께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다만 서로 하고 싶은 사랑의 말을 아껴가며 서서히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람과 함께하는 내 모습이 변해가는 걸 알게 되었다. 술을 좋아하던 나는 그 사람 때문에 줄이게 되었고 아, 덕분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슬픈 노래를 들으며 감정이입하던 어두웠던 나의 마음은 동쪽에서부터 서서히 떠오르는 일출처럼 빛을 받기 시작했다. 자존감이 늘 낮았던 나는 그 사람을 만난 이후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들을 찾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 사람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그게 뭐든 다 해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이 세상 끝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그게 어디든 함께 닿자’
그 사람과 나는 힘든 시기가 올 때, 사랑고백을 할 때도 이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