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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뺑그이 Jun 11. 2023

리뷰이벤트

[자영업은 재밌어 ]

오픈 초창기


리뷰이벤트 따위 웃기고 자빠지네 맛만 출중하결국 다 알고서 찾아줄 거야!라고 배짱 두둑이 시작한 배달이었다. 그런데 배달이 열개가 나가도 스무 개가 나가도 리뷰가 고작 한두 개가 달렸다. 처음이니까.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리뷰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사람들은 리뷰가 많고 주문수가 많고 별점이 높은 가게에 주문을 하게 된다. 아주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신규 오픈에 리뷰도 많이 없는 가게면 고객 입장에서 이거 뭐 불안해서 어디 시키겠는가. 


내가 이토록 기민한 인간이었던가. 나름 똥고집으로 버티며 살아왔는데 역시 먹고사는데 똥고집은 사치였다. 난 얼른 노선을 변경해 손바닥 뒤집듯 리뷰이벤트를 시작했다. 이왕 하는 거 그래도 남들과 조금은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 리뷰이벤트 참여방법 ]


 리뷰 주먹밥


1. 찜하트를 누른다.

2. 요청사항에

     나잘생김 or 나예쁨을 적는다.

3. 주먹밥 득템!(3000원 wow!)


리뷰 쟁반국수


1. 찜하트 누른다.

2. 요청사항에 쟁반국수 적는다.

3. 쟁반국수 득템!(8000원 wow!)


둘 다 내놔!


1. 요청사항에 나잘생김 쟁반국수

     or 나예쁨 쟁반국수

    (11000원 서비스 wow!!!)


반응은 웃겼다!


요청사항에 수많은 ''가 붙기 시작했다. 나잘생김ㅋㅋㅋ 나예쁨ㅋㅋ 장동건임ㅋㅋㅋ 원빈임ㅋㅋㅋ 나 한소희급. 나 아이유니까 주먹밥 줘요 ㅋㅋㅋ. 나 사실 못생겼는데 주먹밥 주나요. 나 예쁘... 차마 거짓말은 못하겠네요. 나 진짜 예쁨 직접 배달 와서 확인해도 됨. 이런 기발한 요청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었다. 어느 고객은 리뷰를 이렇게 달아주셨다.


'평소에 예쁘다는 말들을 일도 없고 스스로에 할 일은 더더욱 없었는데 사장님한테 주먹밥 받으려고 저 스스로에게 나예쁨이라는 말을 처음 해봤네요. 퇴근 후 자존감 많이 낮아지고 우울해서 족발에 한 잔 하려고 시켰는데 울컥해졌어요. 사장님 감사합니다.'


거기에 내가 답글을 달았다.


'나예쁨님이 보아야 김태희가 있고 나예쁨님이 보아야 하늘도 땅도 우주도 있는 것입니다. 나예쁨님이 보지 않으면 그들도 무의미입니다. 고로 우주의 중심은 나예쁨님이십니다! 족발 콜라겐 드시고 더 예뻐지시고 힘도 내세요. 으랏차차!'


자영업자 카페에 게시글들을 보면 리뷰이벤트 품목을 받아먹기만 하고 리뷰를 안 쓰는 고객들을 입에 게거품을 물고 욕하는 사장님들이 많다. 그만큼 가게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누적된 별 다섯 리뷰가 재구매로 이어지는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먹튀는 싫어요!

꼭 달아주실 거죠?

별 다섯 리뷰는 큰 힘이 됩니다!

리뷰 먹튀 고객은 다음에 제외됩니다!

먹튀가 너무 많아요. 부탁드립니다!


다른 가게들 보면 리뷰이벤트 설명란에 이런 코멘트들을 많이 달은 걸 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난 어떻게 달까. 어떻게 달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달았다.




난 리뷰 먹튀 고객들에게 하나도 화가 안 난다. 주문만으로도 고맙고 어차피 그냥 서비스 품목이라 생각하지 꼭 달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달 사람은 달고 안 달 사람은 안 단다.


 리뷰 달아달라는 부탁대신 리뷰 답글을 웃기고 기발하게 달았다. 그러니 리뷰 숫자도 확 늘었다.


고객 탓하면 안 된다.


하고자 하면 다 되니까. 리뷰가 알아서 달리게끔 하는 것도 사장 역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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