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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뺑그이 Jun 02. 2023

나의 첫 술친구

[나의 친구들]


할배가 마루에 걸터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으면 다섯 살배기 꼬맹이인 내가 할배 옆에 찰싹 붙어서 말을 걸었단.


"할배,  하노. 막걸리 맛있나?"


"아이고 그이 아이가! 맛있고 말고 니도 무 볼래?"


"어! 나도 무 볼래!"


할배는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내게 한잔 주었단. 모두들 입에 대자마자  뱉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꿀꺽꿀꺽 잘도 마셨단다.


"캬아! 쥑이네!"


어른 흉내 내면서 김치 쭈욱 찢어 먹고는 잔만 더 달라고 할배한테 졸랐단다. 조르다가 안되면 개다리 춤을 추면서 애교를 부렸단다.


후로도


할배가 막걸리 주전자잡았다 하면 어디선가 내가 툭 튀어나왔다. 할배는 껄껄껄 웃으면서 사이다 섞은 막걸리를 몰래 내게 한잔씩 주었단. 난 술 먹고 신나면 조용필 노래도 부르고 이주일 흉내다가 취기가 오르면 할배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사람들은 그게 그렇게 웃겼단다.


할배는 일 년 뒤 돌아가셨다.


 할배 기억이 다. 사진 속 할배 얼굴은 낯선 사람일 뿐이다. 함께 막걸리를 마신 기억도 다. 그런데 사람들 말로 우리 둘은 정말 친했단다. 


하긴 술친구였으니까.


"하이고 니 요새도 술 마시나!"


엄마내가 술 마시는   걱정거리.


할배 닮아 술 좋아하나 싶어서

할배 따라 할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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