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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뺑그이 Jul 06. 2023

불이야!


아파트 단지에 불이 났단다.


소방차 5대 응급차 3대가 출동했고 완전무장한 소방관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긴박하게 움직이는 그들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나까지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지직 103동 1602호다. 오버. 1602호. 지지직"

 

내 옆에 있던 소방관은 다급한 무전을 주고받았다.  무전기에서 들려온 103동 건물 쪽으로 빠르게 걸었다.



103동 앞에 도착하니 사람들은 모두 아파트 건물 위쪽을 보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웅성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도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때!


한 소방관이 다급하게 내려와 아파트 경비원에게 귓속말을 했다. 경비원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입니까? 불났어요? 아니면 무슨 사고라도 난 겁니까?"


답답했던지 한 주민이 귓속말을 나누던 소방관과 경비원에게 크게 소리쳐 물었다. 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많은 주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와서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아랫집에서 불이 난 거 같다고 119에 신고를 해서 소방관이 가봤더니 아랫집에서 베란다에 모기향을 피워놨다네요."


3초간 정적이 흘렀다. 경비원은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뭐라꼬요? 모기향요? 참내."


"아니, 모기향 냄새도 모르나?"


"에이, 이게 뭐고! 집에 가자 가자.  거 없네."


"난 또 라고 에이."


"그러면 앞으로 119 출동할까 봐 무서워서 모기가 물어도 모기향도 못 피우고 그냥 모기한테 뜯기고 살아야겠네요. 호호호"


"더버 죽겠는데 소방관들 똥개 훈련 시키나!"


"이런 경우에출동비 청구해야 되는 거 아니가!"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렀다.


나도 어이가 없어서 사람들과 웃다가 집으로 걸어갔다. 난 철수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이상한 의문점이 생겼다.


난 왜 내심 활활 타오르는 불을 기대했을까.  한편으론 뭔가가 일어나길 기대했던 걸까.


나는  집이 아닌 걸 알고 안심하면서  남의 집이 활활 불타오르는 것은 구경하고 싶어 했을까.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왜 머릿속에 그린 걸까.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 제일 재밌다는 말은 과연 왜 생기게 된 걸까?


사람들의 마음속엔 악마가 살고 있나? 내 안에 악마가 살고 있나?


난 오늘 화마는  보았지만 내 안의 악마는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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