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뺑그이 Feb 07. 2023

싸장님은 왜 결혼 못합니까?

자영업 일기 3편.

"싸람 구합니까? 저는 뜨남에서 온 유학생입미다."


어눌한 말투로 면접을 봤던 하이는 다 잘할 수 있다던 포부대로 금세 능숙해졌다. 


간간이 들어오는 배달 주문해치우며 하이는 주로 저녁 장사에 필요한 야채와 재료 손질을 했고 나는 저녁에 팔 족발을 손질하고 삶았다. 낮엔 둘이서 준비하고 저녁 4시가 되면 직원들이 우르르 출근했다. 어느 정도 저녁준비를 마치면 한숨 돌리고 점심을 먹었다. 


그날은 땡초를 팍팍 썰어 넣고 명절 선물세트로 받은 스팸과 김치, 돼지고기, 두부, 라면사리를 넣고 큰한 부대찌개를 끓여 먹었다.


"크아. 크아. 어어허어."


스물한 살 아가씨 하이는 얼큰한 국물을 떠먹으며 아재소리 냈다.


"하이, 어제 한 잔 했어?"

"아닙미다. 하이 술을 좋아하지 않습미다. 술은 싸장님이 좋아합미다. 싸장님 매일 소주 마십미다. 하이는 소주 마시지 않습미다."

"맞다. 내가 깜빡했네. 하이는 담배만 피우고 술은 안 좋아해. 맞지?"


을 뜨던 수저를 멈추고 동그래진 눈으로 날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싸장님은 거짓말쟁이입미다. 하이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미다."

"에이, 괜찮아. 부대찌개 다 먹고 몰래 피우지 말고 편하게 한 개피 피우고 와. 편하게."


하이는 더 이상 말을 섞을 가치가 없는 인간을 마주한 듯 왼쪽 입꼬리만 올려 쓴웃음 짓고 고개를 내저었다. 밥과 국을 몇 수저 더 뜨던 하이는 밥을 오물거리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싸장님, 싸장님은 왜 결혼 합미까?"


큭. 사래가 릴 뻔했다.


"나는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야. 여자들이 나 엄청 좋아해. 내가 귀찮아서 안 만나는 거지. 제발 만나달라고 난리야. 난리."


당황한 난 멍멍이 소리를 짓어댔다.


"가게 바쁩미다. 족발 잘 팔립미다. 싸장님 돈 법미다. 근데 왜 결혼 못합니까?"


수저로 햄과 두부를 뒤적였다.


"그러게나 말이다......"




하이는 내가 돈을 많이 버는지 . 그도 그럴 것이 매일 바빴다. 정말 바빴다. 코로나가 닥치니 배달이 미친 듯이 늘었다. 하루 최고 매출 1200만 원을 판 적도 있었고 평일 최저라도 200만 원 이상 팔았고 주말은 500에서 600만 원을 팔았다. 특수한 날 이를 테 면 어버이날, 설날, 크리스마스는 800만 원. 12월 31일은 1000만 원 남짓 팔았다.


흔히 장사하는 사람이 '에이, 팔아도 얼마 안 남아요.'라는 죽는소리를 사람들은 안 믿는다. 그래도 남으니 장사하겠지 하면서 말이다. 표면적으로 나도 매달 1억이 넘는 매출을 올렸으니 사람들이나 하이가 볼 땐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시기팔아도 안 남아요가 거짓말이 아니었다. 


학교 급식에 돼지불고기가 소비되고 회사 회식에 삼겹살이 다량 소비되어야는데 코로나로 일체 중단되었다. 구이용 돼지고기 소비는 급격히 줄었는데 배달이 많은 품목인 족발은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구이용으로 돼지고기가 많이 소비가 될수록 족발은 부산물로써 가격이 다운이 되지만 구이용 소비가 급격히 줄고 부산물 족발의 수요가 높아지니 족발값이 역대 최고가를 매일 갱신해 나갔다. 국내산 족발은 수급 자체가 안 되는 날도 생겼다.


"돼지야, 미안한데 발이 필요해. 발부터 좀 자를게."


이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은 전쟁터다. 다수가 경쟁을 하니 할인쿠폰부터 음료수 서비스에 리뷰이벤트로 주먹밥이나 쟁반국수 또는 소스류 서비스도 나갔다. 한건당 기본 배달료 4000원을 가게 측인 우리가 지불하고 거리에 따라 배달료가 5000원이 되면 고객에게 1000원을 부가하고 배달료 8000원이 되면 3000원을 부가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배달료를 왜 받냐고 주문 취소하면서 화내는 손님들도 있었다. 그리고 배달앱 수수료가 나가고 카드 결제 시 카드 수수료가 나간다. 거기에 배달 일회용기 값이 나간다.


할인쿠폰 + 음료 서비스 + 리뷰이벤트 + 배달료 4000원 + 배달앱수수료 + 일회용기값 + 카드수수료 +  


포장 중 품목 하나라도 빠트리면 +4000원 ~ 8000원 배달비 추가 지출.


"머리카락 나왔어요. 음식에 문제가 있어요."


 환불은 위에 품목 다 제공 +30000원 이상의 주문 금액 추가 지출.


교환은 위에 품목 다 제공 및 +배달료 4000원 ~ 8000원  재조리 음식 추가 지출.


많이 팔아도 문제다. 세금 추가 지출.


인건비도 오르고 족발값 오르고 식자재 및 모든 물가가 올라 팔아도 배달은 겨우 몇 천 원 남을까 말까인 상황에 자잘한 실수는 바로 마이너스 매출로 이어졌다.


또 전화가 왔을 때, 머뭇거리거나 응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객이 느끼면 그날 매출에 당장 큰 타격이 되는 별하나 리뷰가 달려 매출이 뚝 떨어질 때도 있었다. 무조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해야한다.


별점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리뷰 관련 뉴스는 심심찮게 나왔다. 그 뉴스에 나오는 정도는 나도 다 겪는 일이었다. 뉴스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실제로는 더 버라이어티하다. 리뷰와 갑질 스트레스로 사망하거나 폐업한 자영업자도 뉴스에 나왔다. 나로써도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 노동이 훨씬 괴로웠다.


남지도 않는데 스트레스받아 가며 왜 해? 안 하면 되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잖아.


누가 오픈하고 한 달 뒤 코로나가 올 것이란 걸 알고 차렸을까. 용한 무당이 아닌 나는 절간 짓는데 인테리어도 해야지 권리금 물품도 들였는데 쿨하게 박차기 어려웠다. 영업제한에 남는 게 없다고 배달을 안 한다? 그건 인테리어로 붙인 돈을 장도리로 떼내는 짓이었다. 그렇다고 코로나에 가게가 금방 나가주겠는가? 넋 놓고 있다가는 주고 들어 온 권리금 다 날리고 보증금까지도 대략 3억 5천을 공중분해 시키는 일이다.


통장에 매달 일억은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재주는 곰이 부린다고.  갯벌에서 재주 부리고는 푹푹 빠진 발을 빼내려 안 간 힘쓰는 곰이었다.


사람들은 내게 그랬다. 코로나에 망해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 수두룩이라고. 안 망하고 버티는 것도 대단한 거라고. 그러니 너는 다행인 줄 알라고.


코로나에 직장인들 출근제한 걸리고 월급대신 지원금 1년에 300만 원씩 받으면서도 과연  소리가 나올까 싶었다.


"코로나에도 출근 다하고 월급 따박따박 받는 네가 천만다행이지. 그렇지 않아?"


긁어부스럼인 말들은 그냥 목구멍 안으로 구겨 넣고 말았다. 


코로나 시기 배달 위주 장사는 계란으로 홈런 치기였다. 그래도 이미 전세계에 벌어진 일 세상 탓한다고 나아질 것도 없기에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바보처럼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 좋은 날은 올 거야. 내안에 모든 긍정을 끌어내며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러게나 말이다. 하이야.


"하이. 베트남은 보통 몇 살에 결혼해?"

"뻬트남은 결혼 일찍 합니다. 스무 살에도 하고 스물다섯에는 거의  결혼합니다. 싸장님은 우리 엄마랑 나이 비슷합니다. 하이는 결혼 안 하는 싸장님이 이상합니다. 왜 결혼 못합미까?"

"뭐? 하이. 나 서른두 살이야."


하이는 손으로 벽에 걸린 사업자등록증을 가리켰다. 맙소사.


"하이, 어머니가 몇 살이신대?"

"싸장님보다 살 많은 누나입니다."


부대찌개 국물에서 갑자기 쓴맛이 확 올라왔다.


우리네 예전 어머니, 아버지는 가난해도 마음만 맞으면 단칸셋방에서라도. 비록 그럴싸한 결혼식을 못 올리더라도. 혼인신고증에 도장 찍고 애들 낳고 오손도손 살 수는 있었다. 하지만.


"하이야, 한국은 결혼하려면 돈이 많아야 해. 아파트 같은 살 도 있어야 하는데 너무 비싸. 또 결혼식도 돈이 많이 든데. 직업도 보고 그 사람 비전도 보고 성격도 봐야하고 한국은 결혼하려면 머리 아픈 게 많으니까, 아싸리 그냥 혼자 사는 사람들 많아. 내가 나중에 혹시나 결혼하려면 돈 많이 있어야 해. 그러니 하이가 열심히 도와줘. 알겠지?"


하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싸장님, 쏘주 매일 마시는 남자는 여자가 싫어합니다. 싸장님 매일 쏘주 마십니다. 그래서 여자 없습니다."


"하이야. 내가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게 아니란다. 이놈에 세상이 자꾸 술을 따르 마시라고 권한다. 내가 먹고 싶어 먹는 게 아니야. 정말이야!"


들은 채도 없이 하이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부를 뜨고 있었다.





코로나 크리스마스. 배달이 폭주하던 날 리뷰에 달은 답글.



하이와 직원들이 선물해 준 내 생일 케이크. 멘트는 하이가 주문 제작.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습니다. 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니 매장에 손님들이 많이 와 주시고 경쾌하게 소주도 까고 뻥! 뻥! 뻥! 재주도 좋게 숟가락으로 카스, 테라 뚜껑 축포도 퍼트려 주십니다.


역시 팔아서 돈 되는 건 술! 배달은 부가적인 개념이고 홀손님이 있어야 수익이 납니다. 배달위주로 누가 창업한다면 뜯어 말리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등교해서 급식 불고기 먹고 회사원들이 한국인의 소울푸드 삼겹살로 먹자촌에 뭉게뭉게 구름을 띄워주시니 족발 생족 지출값이 1/3 이상 줄었습니다.


코로나 때 시켜 먹고 맛있어서 매장에 와 봤다는 고객님들 말씀에 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구나. 했습니다.


요즘은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장사합니다.



족발솥도 부글부글 내 마음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주방 구석에서 쓴 자영업 일기 이엔드.

작가의 이전글 사팔뜨기 상욱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