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비하인드] 23. LG 트윈스 임준형

FROM <DUGOUT MAGAZINE> 133호 (2022년 5월호)

by KMK

코너 : DUGOUT 퓨처스

인터뷰이 : LG 트윈스 임준형

일자 : 2022년 4월 8일

형식 : 전화 인터뷰

SE-4e2a98bc-b25b-45b1-9d50-9c82e361c240.png?type=w1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https://blog.naver.com/dugout_mz/223720289764


누군가를 기억할 때는 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곤 한다. 만약 그 상대가 오랜 기간 꾸준히 교류한 사람이 아닌, 잠깐 스쳐 지나간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에 우리는 살면서 마주친 인연을 전부 같은 에너지를 들여 간직할 수는 없는 법이다. 설령 연이 닿은 시점에 인상적이라고 느꼈다고 할지라도.


여러 선수들을 만나는 에디터 역시 마찬가지다. 매달 1~2명의 인터뷰이를 꾸준히 만나는 직종인지라 ㅡ 객원 시절에 비하면 만남의 빈도가 확연히 줄어들긴 했지만 ㅡ 짧은 기간에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꽤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 뒤, 그 사람에 관한 글까지 쓰는 만큼 마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인터뷰 후에도 그들과 지속적인 인연을 맺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에, 모든 기억을 뇌리에 선명하게 남기긴 참 어렵다. 그것이 이 비하인드 시리즈를 쓰기 시작한 이유기도 했고.


고로 돌이켜 봤을 때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는 인터뷰는 대개 내용이 강렬하거나, 시간이 길(거나 혹은 매우 짧았)거나, 인터뷰가 끝나고도 어떻게든 인연을 이어간 경우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인연은, 앞서 상술한 사례에 그다지 부합하지 않음에도 지금까지 뇌리에서 잘 잊히지 않는 케이스다. 심지어 대면 인터뷰도 아니었고, 대화를 나눈 지 벌써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말이다.

mug_obj_165223145909896625.jpg?type=w773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DUGOUT Behind> 스물세 번째 주인공,

긴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LG 트윈스 임준형이다.


임준형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지금의 에디터 생활을 시작할 계획조차 없었던 2021년 봄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코로나 시국이 절정에 달하던 시기라, 2년 연속으로 '야구 개막은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봄을 맞이하던 터. (물론 야구가 문제가 아니라 일상 자체가 봉쇄되던 때였지만, 지금보다 한층 야구에 몰두하던 시기라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모처럼 TV에서 '무관중 연습 경기'를 생중계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선발로 예고된 건 꽤 생소한 이름의 투수였다. 바로 임준형.


당시는 내가 지금처럼 2군에 있는 유망주 선수들까지 잘 파악하고 있는 단계가 아니라, 집관을 앞두고 내 감정은 생소함 반 설렘 반이었다. 새로운 선수의 등장을 보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었으니까. 다만 이날 임준형의 성적은 2이닝 5실점으로, 언뜻 스토브리그의 연습 경기에서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 유망주 중 한 명으로 넘어갈 법한 수준이었다. 나 역시 평소였다면 임준형의 이름을 쉽게 잊어버렸겠지만, 희한하게도 이날 독특한 투구폼으로 공을 뿌리던 임준형의 존재는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았다.


이 기억이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는 상상도 못한 채.

21%EC%9E%84%EC%A4%80%ED%98%95_1.JPG?type=w773 한때 야구 게임에서 그를 정성스럽게 키워 보기도 했다.

image_(1).jpg?type=w773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사실 연습 경기 때 성적이 별로 좋지 못해서 경기 후에 좌절을 좀 했어요. 물론 그 등판이 끝은 아니었을 테니 쉽게 포기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엔 조금 힘들었어요."


그 이후로 약 1년이 지났고, 임준형과 나 모두 사뭇 다른 위치에 놓이게 됐다. 임준형은 시즌 막판 찾아온 대체 선발 기회를 살리며 강력한 5선발 후보로 급부상했고, 나 역시 '학생' 외에도 '객원 에디터'라는 직함을 달게 되어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디터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지 반 년도 안 됐을 무렵, 내게 우연히 1년 전 TV로 마주한 이 젊은 투수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사실 이날 인터뷰가 엄청나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아니었다. 입사 후 처음으로 선수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였던 터라 서툰 게 참 많기도 했고, 당시만 해도 내게 대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치가 부족한 까닭이었다. 게다가 그때 난 여전히 대학생이었기에, 인터뷰가 잡힌 시각에 잠시 수업을 째고(?) 나와 빈 강의실에서 정신없이 전화를 받았기 때문도 있었고. (그 와중에 흔쾌히 제자의 일탈을 용인해 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렇기에 이때는 인터뷰보다도 대화를 나눈 인터뷰이 자체에 집중하게 됐다. 괜히 그가 LG의 선발 한자리를 꿰차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다만 2022시즌 초반 5선발 후보로 각광받은 임준형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시즌 중반 2군으로 내려간 뒤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본인도 절치부심했기에 아쉬웠을 테지만, 시즌 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 있게 임준형의 진화를 기원한 나 역시 그랬다. 그가 등판하는 날은 유독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됐고, 시즌 중반부터 그의 소식이 뜸해졌을 땐 그렇게 애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임준형은 미처 알을 깨지 못한 채 상무로 향했고, 원고 제목에 쓴 것처럼 그의 진화를 지켜보는 건 잠시 보류해야 했다. 2022시즌 그가 1군에서 남긴 성적은 10경기 30이닝 1승 3패 26 탈삼진 ERA 6.00.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그래도 썩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병역은 언젠가 해결돼야 할 문제고, 상무 생활이 오히려 전환점이 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임준형 상무 피닉스 성적 (23시즌)

12G 47.2이닝 ERA 3.40 4승 1패 33K 피홈런 0개


그렇게 1년 반의 시간이 금세 흘렀고, 임준형은 건강한 모습으로 전역을 알렸다. 특히 전역 다음날 1군에 등록될 정도로 임준형은 곧바로 '즉시 전력감 투수'로 평가받았고, 첫 경기 0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으나 이내 나아진 투구를 선보이며 다시금 기대치를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패스트볼 구속이 입대 전보다 한층 빨라진 147km/h까지 나오는 모습은... 그의 잠재력을 기대하던 내게 적잖은 설렘을 줬다. 나도 모르게 "드디어 돌아왔네"라고 혼잣말을 했을 정도.


출처 - OSEN

전역 후 1군과 2군을 오가며 적응기를 거치던 도중, 임준형에게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 2024년 9월 19일,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던 최원태가 이석증으로 선발 등판이 취소되며 임준형이 대체 선발 투수로 낙점된 것이다. 2022년 6월 12일 두산전 이후로 831일 만에 찾아온 1군 선발 등판 기회.


오랜만에 선발 등판한 임준형은 1회 초 선두 타자 황성빈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고승민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첫 이닝을 무사히 넘기나 했는데... 손호영에게 사구, 빅터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내주자 코치진은 과감하게 그를 내리기로 결정한다. 이날 그가 던진 공은 단 16구. 1이닝도 채 끝내지 않은 데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48km/h까지 나올 정도로 힘이 있어 보인 터라 다소 의외로 다가온 교체 결정이었다.

특히 강판 전에 박동원이 임준형을 안아주는 장면이 백미. 이 순간만큼은 나도 눈물이 핑 돌 뻔했다. 모처럼 잡은 귀중한 기회에서, 임준형 본인은 얼마나 잘해내고 싶었을까. 다른 것보다도 2021년 연습 경기 때처럼 큰 좌절을 겪지는 않기만을 바랐다. 설령 아쉽고 속상할지라도, 이날의 기억이 훗날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자양분이 되기만을 기원하면서 말이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지금 던지는 공이 볼이 된다고 해서 다음 공까지 포기하진 말자고 다짐하자는 게 제 마음이에요."


사실 이 글은 '올해 후반기 임준형이 LG의 비밀병기가 될 거다'라는 기대와 함께 마무리할 참이었으나, 발행 직전 들려온 소식으로 인해 그 결말이 바뀌고 말았다. 다름 아닌 임준형이 2대1 트레이드를 통해 KT 위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것. 모든 선수가 한 개의 유니폼을 입을 순 없다지만, 그를 계속 지켜보고 성장하길 바란 나로서는 이번 트레이드가 적잖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칠 때인데... 앞으로 LG에서 큰 역할을 맡아 줄 투순데... 이렇게 허망하게 이적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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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바뀐 결론에서는, 임준형의 미래에 관해 막연한 기대를 표하기보다는 그가 새로운 팀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해야 할 것 같다. 좌완 불펜이 부족한 KT 사정상 임준형은 LG에서만큼이나 핵심 투수로 육성될 공산이 큰 데다, 투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이강철 감독의 지도를 받는 만큼 '오히려 좋은' 상황이 될 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이젠 그저 임준형이 어디서든 무탈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본 원고에서의 쓴 서론의 모티브가 된 건 이 영상이었다. 물론 영상의 의도와는 다르게 잡지엔 임준형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기는 했으나, 돌이켜 보면 단기간에 실적을 내지 못하는 모든 유망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만화 속 포켓몬처럼 매 순간 진화할 수 있을까. 때론 스스로를 돌아보고, 당장의 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을 터. 임준형 역시 과거에 기대를 받고도 아쉬움을 삼킨 날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게 예측을 하나 해 보고자 한다.


아직 젊은 투수인 그에게, 진화의 기회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할 거라고 말이다.

image.jpg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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