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찬 6년의 연애를 마치고 작년 가을에 서로의 인생에 더욱 깊게 다가서는 결혼식을 올렸다. 남자 31, 여자 28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란 생각에 걱정과 염려가 있었지만, 결혼은 상대방을 책임지는게 아니라 함께 발전하기 위함이라고 생각이 변화되어 결혼을 결심했다.
이럴 거면 좀 더 빨리 할걸 그랬다. 함께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가 4번째가 되었고, 자연스레 결혼 생각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놈의 준비가 뭐라고.
사회초년생인 우리 둘은 경제적 안정도 부족했고,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을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란 고민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한두 해를 더 보낸다고 해서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없을뿐더러, 내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상대방을 책임져야 한다는 멍청한 생각을 했을까. 이런 고민을 할 때면 인생선배들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혼자 준비하는 것보다 둘이 준비하는게 더 빨라.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야 그 말의 뜻을 더욱 이해했다. 혼자 하기 어려운 고민을 함께 나누어 결정하게 되고, 혼자 하면 달성하기 어려운 경제적 목표도 합심하니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록 평생을 함께한다는 결심을 유지하기에는 수많은 장벽과 다툼이 있겠지만, 믿고 의지하는 대상이 생긴다는 것은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위 글은 작년에 결혼을 앞두고 서랍에 적어두었던 글인데, 다시 꺼내본 이유는 사소한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애 기간을 포함해 7년째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서로의 취향과 싫어하는 것, 순간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좁힐 수 없는 가치관의 충돌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관은 단순한 행동방식을 말한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만, 행동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모든 것을 해줄 순 없다. 그러다 보니 나의 생각에 기인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오늘 가치관이 충돌하고, 언성이 높아졌다.
서로에게 원인 모를 화를 냈고, 그렇게 일요일 아침을 낭비했다. 이내 곧 화해를 하고 외식을 했지만...
결혼 전에 생각한 결혼이란, 용납 불가능한 가치관을 포용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것을 내 결혼에 새기고자 글까지 적었었지만, 행동으로 바로 연결시키진 못했다. 그래도 사소한 다툼의 끝에는 포용을 행동할 수 있었고, 이러한 과정을 수차례 반복할 것 같다.
출처: pix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