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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규 Feb 22. 2024

[PRESS] 그림 에세이 - 살짝 욕심이 생겼어

그런 복잡하고 미묘한 마음이 들 때 있죠?


요시타케 신스케의

‘싶은 마음’ 관찰 노트  

마음이 복잡하고 어려운 당신에게



감정의 결은 참 다양하다.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 제안했다는 인간의 기본 6가지 감정(기쁨, 슬픔, 혐오, 놀람, 분노, 공포) 으로 분류하거나 우리에게 친숙한 희노애락 정도로 단순화 할 수도 있지만 일상을 살다보면 뭐라 이름붙이기 어려운 미묘한 순간들은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 작가는 아마도 그런 일상의 순간들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책의 제목은 <살짝 욕심이 생겼어>이지만 욕심에만 국한된 책은 아니다. 작가의 표현을 빌려 적자면 ‘사람이 살~짝 욕심이 날 때 드러나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 같은 순간들을 스케치한 에세이다. 화려한 그림들은 아니지만 몇 개 없는 선과 점들이 주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특히나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과 생각들을 찰떡으로 표현해낸다. 겪어본 적 없는 이야기도 왠지 이해가 갈 것만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요시타케 신스케는 그림책 분야에서 이미 입지가 두터운 작가이다. 일본 가나와현에서 태어나 쓰쿠바대학 대학원 예술연구과 종합조형코스를 수료한 그는 첫 그림책 <이게 정말 사과일까?>로 제6회 MOE 그림책방 대상과 제61회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 미술상을 받은 바 있다. 

게다가 그 뒤를 이어 <이유가 있어요>로 제8회 MOE 그림책방 대상, <벗지 말걸 그랬어>로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상, <이게 정말 천국일까?>로 제51회 신풍상을 받는 등 여러 작품으로 수많은 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작가이다. 그림체의 취향은 갈릴 수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는데 부족함이 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꽤나 즐거운 책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쉬어가는 느낌의 책으로 읽었다. 평소에도 균형있는 독서를 하고싶어 과학/철학/인문/소설/시 등을 번갈아가면서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특히 어렵고 머리아픈 내용의 책을 읽을 때 사이에 끼워놓고 이 책을 몇장씩 읽었다. 은근 공감이 가기도 하고, 별 거 아닌 일상의 순간을 비틀어 표현하는 작가의 솜씨에 흥미가 가기도 했다.


조그맣고 귀여운 그림에 얹어진 작가의 짧은 코멘트가 꽤나 귀엽다. 언젠가 일상에서 한 번 마주쳤던 것 같은 순간들이 위트있는 문장으로 되돌아온다. 이런 문장들이 그렇다.



‘인류여. 그대들의 휴지 1회 사용량은 너무 많다네’




이런 경고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우주인이 있다고 해봅시다. 실은 제 아내가 두루마리 휴지를 엄청나게 쓰거든요. ...중략... 하지만 아내를 콕 찍어 지적할 용기가 있어야죠. 후환이 두려워서 별수 없이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말해본 거에요. 그런 비겁한 자의 이야기랍니다.




감사를 촉구하는 담당자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고마운 거네요, 고마운 마음, 안 들어요? 하는 식으로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어느 쪽 입장도 아닌 중립적인 사람이 오서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기분 좋은 말을 해준다면 세상 일이 훨씬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까요? 이게 바로 이 담당자의 역할입니다.



 
천장에 커다란 빗이 붙어 있는 방이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빗 아래를 쌩하고 뛰어서 부엌까지 가면 머리카락이 단정해지고 찰랑찰랑해지는 거예요. 고것 참 편리할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가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던 내 손짓을 멈칫하게 만드는 글도 있었다.



작업용 장갑을 끼면 더러운 온갖 것을 아무렇지 않게 만질 수 있게 되는 감각이 놀랍지 않나요? ...중략... 마음에 끼는 장갑이 필요합니다. ...중략... 만일 장갑을 꼈을 때 생기는 감각의 변화가 마음속에서 일어난다면, 대하기 껄끄러운 사람도 조금은 편하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갑을 끼면 만질 수 있는 것이, 정말이지 훨씬 많아질거라고 봅니다.






아마 아이가 다섯 살쯤이었을 거예요. 혼자서는 풍선을 불지 못하니 누군가 대신 불어줘야 할 시기였어요. 아직은 아빠가 필요했던 겁니다. 스스로 풍선을 불 수 있게 되면 더는 아빠가 필요 없겠죠.




‘이렇게 아이가 의지해주는 시기가 부모로서는 정말로 행복한 순간이겠구나’ 싶어서 한 컷 그려봤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매일같이 이런 걱정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이걸 하면 야단맞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내 탓이라고 오해받지 않을까? 아직도 하루하루 이런 걱정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결국 실패가 두려운 거죠. 어른이나 아이나 매한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와 동료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실패해도 괜찮다고. 그리고 저도 누군가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싶고요.






그날 밤 저는 미래에 무슨 일이 있을지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던 심정은 현재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 밑거름이 된 거죠.




책 안에 담긴 스케치들을 함께 소개하지 못하는 점이 조금 아쉽다. 그의 그림과 함께 다시 한 번 읽어보면 마음에 더 많이 와닿을 것이다. 

일상의 작은 순간순간들. 마음속에서 일었던 살짝의 욕심과 감정, 유쾌하고 재미있는 상상, 마음을 쉬게 해줄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 삼촌이 간식 먹으면서 들려주는듯한 짧지만 소중한 생각들. 가볍지만 의미없이 흩어지지 않는 기록들이 담긴 책이다. 책이랑 친해지고 싶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고 가볍게 책을 읽고 싶을 때, 혹은 마음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 빵 터져버릴것만 같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  

++ 


"욕심 때문에 실패하지만


욕심이 있어서 재미있지!"


 


무언가 원하고 바라는 마음을 긍정하며 기록한

‘상상력 천재’ 요시타케 신스케의 스케치 에세이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유쾌한 작품을 만드는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가 이번에는 ‘욕심’을 주제로 책을 냈다. 배우자와 아들, 지나가던 낯선 사람, 노인과 아이 등이 욕심 내는 순간을 ‘신스케 스타일’로 포착해 책에 담았다. 

휴일 오전에 빨래를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 두루마리 휴지 포장 비닐을 손으로 쭈욱 찢고 싶은 마음, 배우자가 휴지를 아껴 썼으면 하는 마음 등. 일상 속 소소한 욕심을 그림과 글로 표현했다. 또한 요시타케 신스케 자신이 작가로서, 아빠로서, 훌쩍 중년이 되어버린 어른으로서 품는 갖가지 욕망을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고백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의 후속작으로, 이번에도 요시타케 신스케의 스케치 노트를 들여다보는 듯한 흥미로운 감각을 잃지 않았다. 전작을 읽지 않아도 전혀 문제없이 읽을 수 있으며, 각 장 끝에 별도의 설명 없이 스케치만 나열한 <스케치 모음>이 새로 등장한다. 독자가 각자의 방식대로 스케치를 해석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욕심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싶은 독자, 유쾌한 상상력을 맛보고 싶은 독자, 재미와 의미가 있는 책을 부담 없이 읽고 싶은 독자 모두가 사랑할 책이다.


지은이: 요시타케 신스케 / 고향옥 옮김 

발행일: 2022년 2월 7일 

정가: 14,000원 

출판사: 김영사 

ISBN: 978-89-349-4924-4   


아트인사이트 전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search.php?q=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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