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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규 Feb 22. 2024

[PRESS] 그치만 전 서울에 살고 싶은걸요

탈서울 지망생입니다


최근에 서울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간 서울은 여전히 화려하고 반짝였다. 비온 뒤 하루 지나 맑은 날씨인데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사람들이 북적였다. 코로나로 인해 운영하지 않았던 공용공간과 거리에는 플리마켓과 활기를 되찾아가는 가게들이 줄을 섰다.


한껏 들뜬 분위기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물건을 구경하기도 하고, 간만에 새 옷도 한 벌 골랐다. 오랜만에 먹은 쉑쉑버거는 쉐이크와 먹으니 단짠의 강렬함이 반짝였고, 크로플 하나를 앞에 두고 주위를 둘러보니 여유롭고 즐거워보이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좋았다.


카페에 앉아서 매일 퇴근후에 그곳에 오는 상상을 했다. 퇴근길에 역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닭꼬치에 맥주 한 잔을 간단히 하거나 예쁜 카페에 가서 개인적으로 하고싶은 작업을 하다 들어가고, 필요한게 있으면 어떤 종류의 가게이든 브랜드이든 찾아갈 수 있다. 

주말에는 집 앞에서 가볍게 나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북작거리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서울에만 있는 맛집에서 지인을 만나는 거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나 각종 전시회, 공연을 찾아다닐 수 있겠지. 아트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탐나는 문화초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이 제공하는 인프라와 접근성, 사회적 분위기의 가치는 결코 낮지 않다. 서울에도 나름대로의 삭막함과 고충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서울에 살아보지 않은 나로써는 서울살이가 탐날 뿐이다. 휴학을 하고 한동안 서울살이를 하던 친구집에 찾아가는데에 방학의 3분의 1을 써본 적도 사실 있다. 그 시절 그 친구가 나에게 소중했던 것도 큰 이유이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공간들이 퍽 마음에 들었다.


놀러오는 공간으로써의 서울과 주거공간으로써의 서울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언제나 서울로 찾아들 수 있는 접근성은 여전히 서울살이를 꿈꾸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번에 고른 책이 <탈서울 지망생입니다>라니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나는 서울에 살고 싶은데, 서울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에 더해 서울에 사는 것만이 꼭 좋은 삶은 아니라는 자기위안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이 책은 서울에 살고 있는 지방 출신 여성이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이야기다. 십대엔 간절히 서울로 가길 꿈꿨고 이십대엔 서울에서 버텨냈고 삼십대엔 다시 서울 바깥을 두리번거리는 과정에서 품었던 고민들과 함께, 서울에 사는 건 너무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이라서 사람을 자꾸 쩨쩨하게 만드니까. 나 또한 지방에서 ‘올라왔기에’ 서울의 일자리와 지방의 여유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현실 속 결국 주저앉는 마음을 안다. 김미향 작가는 이처럼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밸런스 게임 같은 질문이 애초에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서울을 떠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 이상주의자도 못되지만 냉철한 현실주의자도 아니라서 ‘어어’하는 사이 자꾸만 밀려나는 기분이 드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추천사, 정문정(<더 좋은 곳으로 가자><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작가)




서울 사는 친구나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끼는 점은 내가 서울살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처럼 그들도 여전히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프라와 접근성을 누리고 있고 만족하면서도 서울에서 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에 대한 고민과 서울살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함, ‘자꾸만 밀려나는 기분’에 대한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 상황에서 책 <탈서울 지망생입니다>가 보여주는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이다. 인구의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서울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서울이 아닌 곳에서 찾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서울을 무작정 부정하지도 않고 서울 이외의 삶을 무작정 긍정하지도 않는, 그 사이의 무언가를 찾아나가려는 고민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다. 

작가가 한겨래에서 기자로 글을 써온만큼 인터뷰의 형식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에 있어서도 탁월하다. 탈서울에 관한 정보도 실려있고, 서울에서의 삶에 대한 애환과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실려있어 그리 무겁지도 단순한 나열식으로 느껴지지도 않은 점이 개인적으로 좋았다.


요즘 점점 어느곳에서 삶의 영위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져만 간다.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곳에서 누구와 살아가야 할까. 최근에는 주식이라든지 청약이라든지 연봉이라든지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이야기와 고민을 많이 공유받았었는데, 나를 둘러싼 공간으로써의 지역에 대한 고민도 조금씩 하게 된다.


탈서울 지망생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아직 서울에 살고싶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문화생활과 인프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꼭 그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안다. 더 많은 삶의 다양성과 기회 앞에서 고민하고 좋은 선택을 하는 어른이 되길 바라본다.




책소개



[1장]

험난한 서울살이, 자취만렙의 최후

“열탕 VS 냉탕, 온탕은 없나요?”


‘박스 네 개로 시작한 서울살이’. 그것이 스무 살 무렵 작가의 첫 서울생활 시작이었다. 3평 원룸에서 5평 원룸 전세, 취업 후 작은 거실이 달린 10평짜리 1.5룸, 그리고 30년 된 구옥 빌라의 투룸까지. 15년간 서울의 여러 방들을 전전하며 작가는 “탈진 상태”가 되었다고 밝힌다. “좁은 방을 벗어나 인간답게 살려면 서울 밖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라는 뜻밖의 깨달음 같은 질문, 그리고 “숨통 트이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한 동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탈서울을 준비해나가기 시작한다. 1장 <험난한 서울살이, 자취만렙의 최후>에는 작가가 ‘탈서울을 생각하게 된 계기’부터 주중에는 서울, 주말에는 고향인 전북을 오가며 ‘절반 탈서울 생활’을 실험적으로 경험해본 이야기, ‘집값과 근로 의욕이 정확히 반비례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이 등장한다. 

작가는 우리가 “열탕 같은 대도시의 좁아터진 삶, 냉탕 같은 사회 기반 부족한 삶” 둘 중에 선택을 강요당할 게 아니라, “둘 다 싫어요, 38도 온탕은 없나요?”라고 되물어야 정상이라고 지적하며, 중간 규모 도시에서 적절한 공간과 인프라를 누리며 쾌적하게 사는 삶을 실현한 사람들을 찾아 만난다. 단순히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벗하기 위해’ 떠났다는 낭만 유의 동기가 아니라, 여러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그들의 ‘탈서울’은 어떤 것일까?

  

[2장]

 한 달이라도 살아보자

“탈서울과 탈도시는 다르다”


 햇볕이 넉넉하게 들어오는 거실, 바람이 잘 통하는 부엌, 서울의 좁은 원룸에선 바랄 수 없었던 보송보송 말린 이불, 작가는 탈서울을 감행하기에 앞서 고향인 정읍에서 한 달 살이를 하며 탈서울의 삶을 쪽잠처럼 누려본다. 걸어도 걸어도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는 산책로, 산뜻한 바람으로 목욕하는 듯한 한낮의 여유로움은 기분 좋지만, 저만의 색채를 가린 채 들어선 관광모텔촌과 턱없이 부족한 교통편이 다시 복잡하지만 편리한 서울을 떠올리게 만든다. 

2장 <한 달이라도 살아보자>에는 수도권으로 쏠리게끔 만드는 지방 소멸도시들의 현실을 되짚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을 시사한다. “복잡하지만 편리한 삶, 묵묵히 숨통을 열어주지만 조금 불편한 삶” 사이에서 사람들이 계속 주저하게 되는 한, 지역 균등 발전은 오래도록 묘연한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3장] 

탈서울 체크리스트

“욜로가 아닌 현실로서의 지방행” 

서울을 떠난 각종 로컬살이를 다룬 책, 영화 들은 대부분 귀농과 귀촌을 말한다. “대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고 해서 갑자기 농사를 선택할 사람은 많지 않은데도”, 대부분 지방에서의 생활을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이고 단순하게 묘사한다. 3장 <탈서울 체크리스트>에는 ‘현실로서의 지방행’에 필요한 요건들과 진지하게 생각해볼 질문들이 여러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잘 정리돼 있다. ‘욜로!’ 하는 로컬생활이 아닌 직장과 학교, 대중교통과 생활 시설을 누리는 삶,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김태리의 삶”이 아니라 “직장에서 퇴근해 슈퍼에서 장을 봐오는 평범한 삶”이 가능한 소도시를 진지하게 함께 찾고 고민해보게 되는 파트다.  


[4장]

 서울 아닌 곳에서 행복을 찾은 7인의 기록

“소도시에서 산다는 것”


4장 <서울 아닌 곳에서 행복을 찾은 7인의 기록>에는 탈서울을 감행한 사람들의 심층적인 동기와 시행착오, 그들이 전하는 실질적인 조언들이 소개된다. 서울의 ‘미친 집값’ 때문에 소도시로 이사해 주거 문제를 해결한 가족, 서울 밖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업그레이드한 취미 생활과 복지를 누리는 가족, 모든 게 레드오션인 서울을 떠나 지방의 자영업자가 되어 누리는 새로운 기쁨을 발견한 가족 등 일곱 개의 사례가 펼쳐진다. 이천, 춘천, 양양, 창원, 전주 등 곳곳의 지방으로 거처를 옮긴 이들의 경험담에서 탈서울을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진다. 특히 사례의 끝마다 등장하는 [TIP: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하려는 분들께] 부분은 실제 부딪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이어서 매우 유용하며 독자의 막막함을 상당 부분 해소해준다.  


[5장]

‘나만의 온탕’에 필요한 조건들

    “이런 게 온탕일까, 중간지대를 찾아서”


살던 도시를 기반으로 형성한 모든 것을 버리고 새 지역으로 간다는 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작가는 “내 일,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 내가 좋아했던 일상들을 떠나 새롭게 만나는 생활이 과연 즐거울 것인가”라는 고민 속에서 ‘나만의 온탕’에 필요한 조건을 숙고하며 탐색해나간다. 그리고 ‘서울이냐 서울이 아니냐’라는 질문보다 중요한 게 ‘내 삶에 꼭 갖추고 싶은 요건이 무엇이냐’임을 깨닫는다. 주거지의 평온함과 일터의 활기가 공존하는 곳, 회사로 가는 편리한 교통편과 자전거로 갈 수 있는 산과 강, 그리고 맛있는 빵집 등이 자신만의 ‘온탕’ 조건임을 발견해낸 작가처럼, 독자들은 모든 새로운 시도와 만남을 거친 1~4장의 끝, 5장에서 자신만의 ‘온탕’을 더욱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된다.   


아트인사이트 전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search.php?q=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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