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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규 May 20. 2024

[Review]어설픔이 주는 즐거움 - 코리안 트럼펫터




아-재밌었다. 밝은 얼굴로 웃으면서 공연장을 나왔다. 이동하기 전 흡연장에 잠시 서서 나누었던 해맑은 대화들을 기억한다. 이건 어땠고 저건 어땠고, 그러나 귀결되는 결론- 햐 재밌었다. 확실한 것은 1부가 끝난 후 가진 인터미션 때와 공연을 완전히 나오는 발걸음이 아주 달랐다는 것이다.







 사실 이 공연은 완성도가 아주 뛰어난 공연은 아니었던 듯하다. 그간 문화초대로 향유했던 공연들이나 개인적으로 관람했던 공연들과 비교해보면 아쉬운 점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이 프로 연주자로만 이루어진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미숙함이나 아마추어 특유의 긴장과 실수가 어느 정도 느껴졌고, 그로인해 1부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약간의 긴장과 불안함을 가지고 지켜봐야만 했던 부분이 존재했다.




 몇가지만 예를 들자면, 박자와 음 길이를 정확하게 컨트롤하지 못해 곡이 한 순간에 끝나지 않고 희미하게 남는 잡음이 있었다는 점, 간혹 연주자에게 주어진 솔로부분은 정확히 음이 연주되지 않거나 앙상블에 묻혀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 악장을 실수하여 돌림노래처럼 서로 다른 부분을 연주하는 연주자가 있었다는 것들이 그랬다. 




또한 서울예대를 졸업한 실력있는 젊은 트럼펫터인 ‘손장원’님이 함께 연주한 두 번째 곡에서는 보다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솔로 연주자와 공연팀 모두 훌륭하고 충실하게 연주해낸 것은 분명한다. 그러니 아마도 함께 합주를 맞춰보며 연습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을테니 발생한 미흡점이라고 생각한다. 




앙상블이 솔로 연주자와 협연할 때는 솔로 연주자가 스스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주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동시에 앙상블이 솔로연주자를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세심한 연주를 해야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관객의 자리에서 느끼기에는 조금 여유가 부족하고 각자의 준비된 연주에 집중하느라 바빠, 서로서로를 더 빛내주는 연주를 하거나 관객과 호흡하기에 여력이 없다고 느껴졌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전문 연주자의 공연에 비하면 객관적 지표에서의 실력, 표현력이나 섬세함, 스킬 같은 것들이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다. 







그러나 이곳은 순위를 매기는 콩쿨이 아니었고, 이번 공연의 특성과 의의를 고려했을 때 관객들을 행복하고 유의미한 공연의 경험으로 이끄는 지점이 분명했다. 




이번 공연은 공연시작 이전에 대기공간이 유독 꽃다발을 든 사람으로 북적였다는 점과 공연이 끝나고 친한 사람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해주는 분위기들을 고려했을 때 관객의 일부는 지인들로 구성되어있거나, 이 단체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이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국내 최초 100인조 트럼펫 창단 연주 기록을 가진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금관 앙상블 단체인만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학예회처럼 아는 사람만을 불러 잔치하는 폐쇠적인 공연이었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관객의 기대지평과 공연의 지향점을 형성하는 구간이 어느정도 정해져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 공연은 아주 날선 예리한 비평의 시각으로 보는 공연이라기보다는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여야 한다는 것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포괄하며, 순수 아마추어 연주자부터 전문 프로 연주자까지 전국 다양한 지역에서 모여 화합하고 음악을 통해 감동을 전달하는 오케스트라 단체이다. 국내에 이렇게 큰 규모로, 나이나 음악 전공 유무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만들어가는 단체의 공연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 의미가 크게 느껴졌다. 




특히 2부 공연에서는 공연의 분위기 전반이 바뀌었다고 느껴졌다. 가장 주요한 이유는 김동규 바리톤이 나와 무대를 휘저으며 관객과 연주자 모두의 긴장을 풀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실력있는 예술가가 가진 아우라와 친근함, 다수의 무대경험에서 나오는 여유가 순식간에 무대를 ‘모두가 즐길만한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이후부터는 1부에서 느껴졌던 아쉬움이나 긴장이 모두 부서지고 더 유연한 분위기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연주자는 연습했던 실력을 충실히 발휘했으며 관객들은 평가를 모두 제쳐놓고 공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빠르고 즐겁게,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곡들이 후반부에 더 많이 구성되어 있다는 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초반부에 언급했던 아쉬움도 아주 숙달되고 그 중에서도 선별된 고급 연주자들에 비해 아쉬운 점이 발견된다는 의미이지, 사실 그들의 실력 자체가 크게 모자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주변의 누구라도 그렇게 금관악기를 다룰 줄 안다면 경탄의 찬사를 보냈을테니까 말이다.




여기까지 감상을 전개해나간 후에 비로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이제부터는 취향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아주 유명한 연주자의 내한공연이나, 엄밀하게 실력자를 선별하여 구성된 악단의 연주를 즐기는 것은 분명 그 기대에 걸맞은 훌륭한 공연 경험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완벽하지 않은 것들이 주는 특유의 느슨한 즐거움이 있다. 비전문 연주자까지 포함해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금관악기라는 수단을 사용해 모일 수 있고, 훌륭한 연주를 준비하여 관객과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구성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예술의 의의는 이런 것에도 있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역시 훌륭하고 선호될만한 훌륭한 예술적 체험을 줄 수 있고, 우리가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권장하고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소 보수적이라고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코리안 트럼펫터 앙상블’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이번 공연의 감상을 나는 이렇게 적는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무지무지 즐거운 공연이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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