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파라다이스 같은 하루 -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

by 김인규


페스티벌 장소가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라더니 그곳엔 정말 ‘파라다이스’가 있었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선선함만을 유지하는 날씨, 돗자리 깔고 앉아 먹는 간식과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아, 이런 곳이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사운드플래닛 페스티벌 2025에 대한 필자의 감상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인천공항행 버스에 올랐다. 시외버스 예매가 제대로 되지 않은 헤프닝이 있었지만 잔여석이 있어 무리 없이 출발할 수 있었다. 공항에 내리니 마음이 두근거렸다. 최근에 여행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을 보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졌다.


아직 점심을 안 먹은터라 공항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여행객들이 외 여행을 떠나기 전 한식을 충전하러 자주 가는 걸로 유명한 한 식당에 들렀다. 순두부찌개와 불고기를 시키고 전투를 준비하는 전사의 마음처럼 비장하게 흡입했다. 하루를 즐겁게 놀기 위해선 든든한 배와 체력을 준비해야 했다.


공항을 빠져나와 셔틀버스 줄에 섰다. 여행객들 사이에서 돗자리와 플로어 체어를 들고있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버스를 타고 들어간 곳에 펼쳐진 광경은 멀끔한 호텔의 모습이었다. 층고가 아주 높은 광장을 지나 줄지어 페스티벌장으로 향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다양한 구역으로 나눠져있었다. 야외에 마련된 메인무대 앞에는 뛰어놀 수 있는 스탠딩존과 앉아서 관람할 수 있는 피크닉존이 있었다. 돗자리와 가방을 두고 옆으로 걸어나오면 페스티벌의 묘미 푸드트럭들이 보였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사이로 하이볼과 시원한 아사이 생맥주도 있었다.


일행과 맥주를 하나씩 들고 걷기 시작했다. 야외 무대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허겁지겁 맥주를 들이키며 스테이지를 지나쳐 걷자 다른 무대들이 나왔다. 실내 공연장의 음향이 훌륭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소 하드한 락공연들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 공간에 들어가있으면 음악에 몸과 마음이 전부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19세 이상의 어른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공연장도 있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바 공간을 사용하는 개념이라 그런듯했다. 쾌적하고 시원한 자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자니 영화 속 성공한 남자가 된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아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내 다양한 공간들을 활용하고 있어 볼거리가 많고 자랑거리도 많았다. 그 외에도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무대들이 여럿 준비돼있었다.


기억에 남는 공연도 몇 있다. 같이 간 일행은 루시(LUCY)를 보기 위해 이번 페스티벌에 간다고 했다. 단독공연에 비해 덜 혼잡한 환경에서 좋아하는 가수를 맞이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노래 한 곡이 끝날때마다 황홀한 눈을 하고 있는 일행을 바라보는 일이 퍽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즐겨듣던 맥거핀과 데이먼스이어를 만난 점도 좋았다. 실내 공연장에서 불러주는 맥거핀의 Blackwater, 공항 근처라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가 곁들여진 감성있는 노래들은 그날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브로큰발렌타인의 강렬한 음악을 실내 공연장의 풍부한 사운드로 듣는 것도 훌륭한 경험으로 남았다.


헤드라이너였던 윤도현 밴드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락발라드인데도 하드락일수 있다니, 음악세계의 지평을 또 하나 깨준 느낌이었다. 송창식의 담배가게아저씨나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편곡해서 들고온 것도 좋았다. 친숙하고도 새로운 느낌. 대중적으로 알려진 스타 밴드가 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날씨에 열린 페스티벌이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뜨거운 여름에 열정으로 즐기는 공연도 좋지만 더위에 취약한 필자는 선선한 가을에 더 많은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라는 장소 선정도 좋았다. 더 알려지고나면 수용인원이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다양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행복했던 페스티벌의 경험이었다. 내년이 기대된다.


아트인사이트 전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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