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 2025
여름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9월이 넘었건만 더위가 가실 줄을 모른다. 더위에 취약한 나는 매일매일이 쉽지 않다. 땀은 주륵주륵 흐르고 기운은 쳐지기 일쑤다.
비라도 오는 날엔 상황이 더 안 좋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 저기압이 온몸을 짓누르는 느낌이다. 여름비는 그닥 시워하지도 않다. 꿉꿉한 공기가 하루를 감싼다.
여름은 노는 계절이라는데, 막상 나가 놀려고 하면 이런 저런 제약이 많다. 다양한 놀거리를 찾고 싶지만 결국엔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몇가지에 의존하게 될 뿐이다.
그럴때 나는 용기를 내 페스티벌에 참여하곤 한다. 점심의 뜨거운 해를 맞이할 각오를 하고 돗자리를 챙긴다. 얼음물을 들어가 자리를 잡고, 맥주 한 잔을 마신다. 그 뒤엔 땀을 뻘벌 흘리며 무대에 나가 공연을 즐긴다.
그야말로 이열치열이다. 여름을 즐기는 좋은 방법임에는 분명하지만 이 역시 선뜻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집 안에만 머물게 되는 스스로를 꺼내기 위한 자구책에 불과할 때가 많다. 큰 마음가짐이 필요한 일이다.
이번에 참여한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에 경우는 조금 달랐다. 올해 킨텍스에서 열린 이 페스티벌은 그간 가본 페스티벌 중 가장 쾌적한 환경을 제공했다. 지난해는 난지 한강공원에서 진행했지만 실내로 옮기면서 장점이 있었다.
실내에서 하는 페스티벌이 처음이 아니었음에도 특별히 편안하게 느껴졌다. 공간 자체가 크기 때문인지 사람이 몰려도 쾌적함을 끝까지 유지했고 한강공원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맥주도 올해는 판매하고 있었다.
스텐딩존과 피크닉존과 의자존으로 나눠진 공간도 넉넉했다. 배가 고플때는 넓게 펼쳐진 F&B존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공간이 답답하다면 나가서 킨텍스 주변을 돌아볼 수도 있었다.
나는 피크닉 존에 자리를 잡았다. 바닥이 잔디가 아니라 딱딱하게 느껴졌지만 챙겨둔 방석과 의자가 있어 괜찮았다. 점심시간에 도착해 배가 고팠다. 새우강정과 감자튀김을 사서 자리에 앉으니 무대가 막을 올렸다.
처음 만난 무대는 다섯의 공연이었다. 밴드 멤버는 넷이지만 이름은 다섯인 이들은 내가 페스티벌마다 이른 점심시간에 찾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관객들과 소통할때는 수줍어하면서도 열정적이고 따스한 무대를 선사하는 밴드다.
간식을 하나 둘 집어먹다가 참지 못하고 무대도 나갔다. 페스티벌의 장점은 원하는 방식으로 놀 수 있다는 거다. 앉아있어도 되고 누워있어도 되고 무대에 나가서 뛰어도 된다. 라인업을 보고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행사장을 찾아도 무방하다.
이날 페스티벌에서도 몇몇은 누워 낮잠을 잤고, 앞사람은 닌텐도 스위치를 가져와 게임하며 노래를 들었다. 나는 공연을 보는 시간 외에는 생각나는 문장들을 메모장에 적거나 핸드폰으로 루미큐브 한 판을 하기도 했다. 같이 간 일행과 수다를 떨기도 했다.
나는 나른한 비일상의 감각으로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을 기억한다. 바쁘고 험난한 일상 중 찾아온 편안한 휴식. 그러면서도 즐겁고 신나는 하루였다. 전투하듯 정면으로 부딪히며 즐기는 페스티벌도 매력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쉬어갈 수 있는 페스티벌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같이 간 일행도 마찬가지의 마음으로 보였다. 앞에서 공연하고 있는데 낮잠을 자는 건 처음이라며 웃던 얼굴이 기억난다. 평소 좋아했다던 소란과 유다빈밴드의 차례에는 무대에 뛰쳐나가 음악을 즐기곤 먹고싶은 간식을 사서 자리로 돌아왔다.
하루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자꾸만 길어지는 여름에 아직 야외에서 노는게 쉽지 않다. 실내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놀거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년에는 더 좋은 라인업으로 우리를 반겨주길.
내년에 다시 찾아올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을 기다린다.
아트인사이트 전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