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듐은 형형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가진 녹색 광물이다. 1898년 피에르와 마리 퀴리에 의해 발견된 이 원소는 스스로 빛을 내며 막내한 에너지를 낸다. 신비하고 특별해보인다. 실제로 발견 당시 사람들은 이 원소를 만병통치약처럼 여겼다.
사람들은 라듐으로 별별 물건을 다 만들었다. 빛을 내는 특징을 이용해 전구나 빛나는 물건을 만드는 건 물론이고, 화장품으로 만들어 얼굴과 몸에 발랐다. 그야말로 안 쓰이는 곳이 없었을 정도다. 공장에서 붓으로 제품에 라듐 페인트를 바르던 노동자들은 라듐이 일부러 페인트를 한 번 바를 때마다 입으로 붓을 세우기도 했다고 한다.
라듐이 몸에 좋을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시간이 흘러서야 그 정체를 드러냈다. 라듐은 우리가 익히 알듯이 강한 방사능 물질이다. 인체에 들어가 뼈에 축적되고 방사선을 끊임없이 내뿜어 뼈에 있는 골수 세포를 파괴하고 주변 세포에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겉으로 보기엔 찬란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그 뒤엔 치명적인 것들이 숨어있는 셈이다. 마리퀴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원소에게 이름붙여준 과학자, 위인전에 실린 인물이지만 그의 삶에는 더 많은 스토리가 숨어있었다. 이 이야기는 라듐을 둘러싼 마리퀴리의 이야기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알린 작품이다. 2020년에 초연한 이후 제5회 한국뮤지컬어줘즈에서 대상, 프로듀서상, 극본상, 작곡상, 연출상 5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폴란드와 일본 등 전세계를 넘나들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작품은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에 상상력을 더해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집중한 작품이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원소 라듐을 발견한 후 기뻐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라듐의 위험성을 알게되면서 겪는 좌절과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과학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 우연히 기차에서 한 폴란드인을 만나 친구가 된다. 시간이 흘러 그 친구는 라듐으로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게 되고 꿈을 갖고 일하던 공장 사람들은 라듐에 중독돼 점차 죽어나간다.
하지만 이익에 눈이 먼 공장장은 그들의 사인을 매독으로 몰아가며 은폐한다. 그 즈음 라듐을 항암 치료에 사용하고자 연구하던 마리는 라듐의 위험성을 알게 되지만 연구가 중단될까 걱정하다 완강히 라듐의 사용을 제지하지 못한다. 결국 그녀는 죄책감에 휩싸이고 시간은 지나간다.
그녀는 그 시간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낮 온도가 37도까지 올라갔던 뜨거운 주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다소 진지한 톤으로 시작된 공연은 시간이 갈수록 깊이감을 더해가며 진면모를 보여줬다. 화려한 라듐을 둘러싼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은 인물들의 면면을 담아내며 서사는 흘러갔다.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러명과 동행했던 이번 공연에서, 누군가는 뮤지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올해 최고의 공연이라 말했고 누군가는 마리 퀴리의 위인전을 다시 읽겠노라고 말했다. 주연 배우 라인업은 우리나라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로 이뤄져있으며 조연을 맡은 배우들도 그들의 매력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만든 창작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더 큰 감동과 일종의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자랑할만한 한국만의 멋진 작품들이 자주 등장하길 바라며 글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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