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래미는 그래미다, 그래미 박물관
4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감상하면서 1층으로 내려온다. ‘띵동, Fourth Floor’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그동안의 그래미 어워즈 하이라이트 영상이 보인다. 시작부터 시선 강탈이다. 가수들의 퍼포먼스는 말할 것도 없고, 무대 퀄리티도 어나더 레벨이었다. 한참을 서서 영상을 넋 놓고 보았다. 그래미 어워즈를 가수들의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 해 역대급으로 활약하고 소위 말해 떴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거니까. 뜨는 걸 넘어서 범우주적 명성을 얻겠지. 수상자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아는 노래는 반가웠고 그때 그 노래를 자주 들었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몰랐던 노래도 귓가를 사로잡았고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신곡’을 득템 한 기분이었다.
그래미 시상식에 대한 역사뿐만 아니라 음악 장르에 대한 역사와 영상을 살펴볼 수 있는데 각 장르가 그 안에서 세부적으로 나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미국에서 탄생한 힙합, 재즈, 블루스 등의 장르에 대한 영상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4층에서 시간 많이 썼다고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4층이 그래미 박물관 입장료의 8할은 차지하기 때문.
3층에서는 '라틴 그래미 어워즈 Latin Grammy Awards'와 더불어 라틴음악 갤러리 역할을 한다.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체험장에서 팔두가 '싱 할렐루야'를 부르며 정열적으로 드럼을 쳤는데 이건 내가 우울할 때마다 보는 영상이 되었다. 교회에서 보고 싶지 않은 오빠 st. 본인은 한국의 CM송을 미국에 전파했다며 의기양양하다.
서부 힙합의 대표 아티스트인 ‘투팍’의 빅팬이자 래퍼가 꿈이었던 팔두는 이곳을 특히나 좋아했다. 매표소에서 나눠준 그래미 트로피가 그려진 스티커를 받고 기뻐하는 팔두. 이게 그렇게 예쁜 건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만. 그가 좋아하는 켄드릭 라마, 에미넴, 브루노 마스 등의 아티스트들이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한 사진을 보며 이전에 유튜브를 통해 그래미 라이브 영상을 봤던 것이 떠올랐다고 한다. 근데 왜 네가 시상해준 것 마냥 뿌듯해하는 거냐. 누가 보면 그래미 심사위원단인 줄. 나를 다급하게 찾더니 번역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텍스트를 그리 좋아하지 않은 아이인데 그래미 박물관이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흡수하겠다는 듯 그의 눈이 학구열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열심히 번역을 해주면 고개를 살짝살짝 끄덕거리더니 ‘다 알고 있는 내용이네’ 하면서 다음 전시로 이동. 이 녀석 꽤나 음악에 진심이네.
'잘 놀았다.'는 것이 총 감상평. 두 번은 올 정도는 아니나 한 번쯤 방문하면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단, 한국 가수가 그래미 어워즈에서 상을 타서 전시되면 그때 다시 오고 싶다. 언젠간 ‘그래미 고스 투 Grammy goes to’ 뒤에 K-아티스트가 불려지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