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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Aug 16. 2022

06. 샌프란시스코 여행기

#4 이씨네 삼 남매와의 여행을 한다는 건

삐래)  

 삼 남매와의 여행은 라스베이거스를 통해 완벽 적응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아직 내외하는 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삼 남매의 장난에 나 혼자 심각할 때가 있었는데 갑자기 루나 언니와 팔두가 싸우는 소리에 내가 화들짝 놀라면 이뽈이 ‘싸우는 거 아니고 노는 거야’라고 말함과 동시에 루나 언니와 팔두가 편먹고 이뽈을 놀렸다. 적에서 동지로 바뀌는 건 3초면 충분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진정한 가족 구성원이 되어 가는 것처럼 편한 관계가 되었다. 팔두는 이제 날 친누나처럼 느껴서인지 내 앞에서 옷 갈아입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웠고 심지어 속옷 바람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런 모습을 보아도 아무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편했을 법한데, 팔두를 거리낌 없이 보던 내 모습에 내가 놀랐다.

제육볶음과 배추된장국
김밥과 라볶이

 삼 남매와의 여행이 좋은 점은 혼자 여행할 땐 엄두도 내지 못할 음식을 마음껏, 양껏 해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김밥. 유치원, 초등학교 소풍 이후로 집에서 만든 적이 없어 김밥은 늘 사 먹는 음식 중 하나였다. 이뽈네는 자주 만들어 먹는 음식이었고, 여기서 해 먹자는 제안에 당황했지만 좋았다. 얼마 만의 집 김밥인가. 한인 마트에서 재료를 사고 숙소로 돌아와 삼 남매의 철저한 분업 속에서 주방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나는 김밥 속 재료 손질 담당, 팔두는 밥과 간 맞추기, 이뽈은 재료 볶기, 루나 언니는 김밥 말기와 마무리. 거기에 떡볶이도 곁들이니 이것이 푸드 테라피였다. 라스베이거스 한인 뷔페에서도 느꼈지만 팔두는 고기를 굽는 데 출중한 재능을 뽐내었고 그가 구운 스테이크에 와인을 한 잔 곁들이면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미트볼 파스타가 먹고 싶어 만든 볼로냐 파스타. 면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다진 고기를 아낌없이 팍팍 넣어서 정말 맛있었다. ‘고칼로리=맛있음’이 이렇게 증명되었다. 사이드 디시는 치즈 듬뿍 콘치즈였고 함께 마신 하와이 맥주 ‘빅 웨이브’까지 완벽한 식사였다. 매일매일 입이 즐거우니 내일 어디 갈까라는 고민보다 내일 뭐 먹지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매일매일 축하할 일은 없었지만 우리는 성실히 성대한 잔치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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