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 박승찬
2025년 5월 14일(수) BnJ의 제33회 독서모임.
요즘 한가한 B가 친히 J의 동네까지 행차해 주신 날.
북한산 정기를 받으며 진행된, 날씨 좋은 날의 독서모임.
벌써 2025년의 네 번째 독서모임.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B: 너는 이번 독서모임을 영상이랑 병행하면서 봤다고 했잖아? 어떤 영상을 같이 봤어?
J: 일단 0차 십자군, 그러니깐 십자군이 막 시작하려고 했을 때는 역사가 펼쳐지는 지리적인 부분과 종교의 의미를 보고 싶어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봤어요. 그래서 십자군이 탈환하고 싶어 하는 예루살렘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와 지역적 배경이 어떤 모습인지를 알았고. 그리고 2차 십자군 전쟁 이후 그리고 3차 십자군 전쟁 시작을 담은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봤어요. 그 외의 이야기는 '벌거벗은 세계사'와 전체 이야기를 쭉 담은 유튜브 영상을 2개 정도 봤고요.
B: 되게 많이 봤다?
J: 공부 안 했다고 혼날까 봐 봤어요. 공부하기로 했으니깐.
B: 생각보다 되게 많이 봤네? 나는 딱 2개 봤는데. '킹덤 오브 헤븐'하고 '알렉산드로스:신의 탄생'
J: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게, 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ㅎㅎㅎ
B: 왜? 너무 새로운 이야기였어?
J: '십자군 전쟁은 종교 전쟁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문명의 탄생을 기점으로 지금까지의 긴 역사 중에, 십자군 전쟁이 포함된 200년만 알아서는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역사의 무수히 많은 시간 속에 어떤 순간들만 공부하고 아는 거니깐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각 잡고 공부한 거예요. 유튜브 영상도 보고, 나무위키에서 인물 정보도 찾아보고 그 인물의 주변 인물도 보려고 노력했어요.
B: 맞아. 역사는 길고, 그 사이엔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
J: 십자군 이전의 역사도 보고 이후의 역사도 찾아보니깐 가자 지구에서 일어난 최근 전쟁까지 보게 됐어요. 이걸 이해하려면 십자군 전쟁부터 최근에 가자 지구의 전쟁 사이의 1000년 정도의 역사를 알아야 하더라고요. 근데 심지어 십자군 전쟁이 시발점도 아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나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싶었어요.
B: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깨달음을 얻었네.
J: 이번 독서모임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만 알게 된 시간이었다!
B: 근데 원래 공부는 하면 할수록 '모르는구나'를 깨닫는 거잖아.
J: 그래서 약간 현타가 왔어요. 그래서 우리가 매년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읽거나 혹은 '노인이 주인공'인 책을 꼭 한 권씩 넣잖아요. 그런 것처럼 역사책을 하나씩 넣어볼까? 했는데, 그럼 죽을 때까지 천년도 공부를 못하는 거잖아요? 이걸 조금 일찍 깨달아서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했다면, 수능을 봤을 때 세계사 같은 것도 재미있게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B: 수능에서의 세계사는 다른 느낌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한국사를 열심히 배워서 시험을 봤지만 모르는 것처럼. 년도나 중요 이름 또는 사건명을 그저 외우기만 했겠지. 시험에서는 그 배경에 뭐가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객관적인 정보를 암기하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니까.
J: 난 심지어 국사도 선택 안 했어요.
B: 선택을 안 했어도 우리는 어릴 때 기본 교과에 역사가 있었잖아.
J: 그죠. 태종태세문단세.
B: 그 과정이 있었음에도 우리가 한국사를 모르는 것처럼, 어릴 때 세계사를 공부했다고 지금과 별반 다를 거라고는 생각은 안 해.
* 프랑스의 클레르몽 공의회에서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십자군 원정을 선포하는 장면.
J: 이 책이 할아버지가 옛날 얘기해 주듯이 구어체로 쓰여있잖아요. 그리고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를 해줘서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B: 강의하듯 책을 쓰셔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었어. 나는 대개 '~습니다'체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오히려 그렇게 설명해 줘서 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 그리고 생각이나 관념들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상황에 맞는 첨언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어. 당시 시대 배경이나 반대 입장에 대한 정보를 더해주셔서 상황이나 인물을 다면으로 볼 수 있게 되더라고. 그래서 우리 같은 십자군 전쟁 초심자한테는 굉장히 적절하고 좋은 책이었던 것 같아.
J: 맞아요. 되게 잘 골랐어요. 책의 내용은 어땠어요?
B: 굉장히 흥미로웠어.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넷플릭스 시리즈 '알렉산드로스: 신의 탄생'을 봤는데, 그게 6편짜리 다큐멘터리고, 3대 문명 도시 중에 하나인 헬레니즘 제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거든. 때마침 책에서 3대 문명 도시가 나와서, TV에서 우리 동네 나올 때 반가운 것처럼 반갑더라고.
거기다, 내가 요즘 따님 때문에 (만화로 그려진)<그리스 로마 신화>를 본단 말이야. 거기에 나오는 그 신화와 인물의 이름도 상당 부분 등장하거든. 그래서 신화 속 인물이 지닌 의미와 연결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
이거 말고는 2차 십자군 전쟁을 부분을 보면서는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봤어. 근데 또 시기가 너무 적절했던 거야. 그래서 이번엔 영화 속에서 봤던 장면의 역사적 사실 여부를 비교하면서 보기도 하고(물론 기록으로 남은 역사가 완전한 사실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성기사단, 구호기사단, 튜턴 기사단들이 어떤 의미였는지, 서로 왜 그렇게 적대적이었는지, 어떻게 다른 옷을 입었는지 등을 영화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 보는 재미가 있었어.
그리고 살라딘 같은 이슬람 쪽 주요 인물이 책의 후반까지도 책에 묘사되는 데다 영화에서도 얼굴을 봤더니, 나중엔 마치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고 ㅎ
지금까지는 십자군 전쟁에 관해 가톨릭 관점에서만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슬람 쪽의 훌륭한 지도자들, 살라딘 같은 그런 인물들의 협정과 평화를 위한 노력들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십자군 전쟁에 대한 시각도 좀 달라졌고 재밌었어.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어.
J: 무슬림에 대한 편견이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잖아요. 일부는 편견일 수 있고, 일부는 편견이 아닐 수도 있지만... 종교는 신을 섬긴다는 의미에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음에도 특별히 무슬림이 탄압을 받거나 테러집단이라는 선입견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봤던 영상에서 전쟁사를 연구한 분이 '전쟁사의 절반 이상은 중동이 모두 속해 있다'는 거예요. 중동이 위치적으로 세계 문명의 교차로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역사 속에서 십자군의 패러다임이 계속 적용이 된데요. 한쪽으로는 '성전'으로 한쪽으로는 '과거에 당했던 역사적 울분'으로요. 그래서 악용과 반감이 너무 심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가 단순히 '무슬림은 테러집단'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너무 편협하고 폭력적인 시각인 것 같더라고요.
우리도 일본이라고 하면 역사적 관계 속에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무슬림에게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자신들과 역사적으로 대치되는 위치에 있는 민족들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해요.
B: 책에 그런 얘기도 있잖아. 십자군 전쟁 이후에 오히려 기독교인들은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교역의 문을 열지만, 이슬람은 사실 계속 평화 협정을 하려고 노력하고 자기네의 성지를 지키려고 했다고. 사실 선제공격도 유럽의 연합군이 했고, 이슬람 국가는 오히려 이집트 문명을 받아들이고, 의학이나 문학 등 다방면에서 융성했던 곳인데, 유럽연합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십자군 전쟁 이후에 문을 아예 닫아버리잖아. 그래서 더 이상의 발전을 꾀하기 어려웠단 얘기가 있는데, 이러한 전개도 네 이야기와 맞닿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사회적 반발이나 논리에 맞서거나 자신들의 의견을 좀 더 급진적으로, 또는 적극적으로 피력했다면 이슬람교나 무슬림을 향한 일방향적이고 부정적인 패러다임도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았을까 싶거든.
J: 특히 나는 이번에 이슬람교에 대해서 처음 알아봤는데, 일반적인 신과 다른 신을 믿는 종교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기독교나 천주교와 뿌리가 같다는 것도 신기했고, 이슬람의 교리 또한 굉장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슬람 나쁘지 않은데?
B: 맞아, 이슬람교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우리도 기독교나 이런 것도 사실은 종교 자체의 뿌리를 타고 올라가면 그 종교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잖아. 나약한 인간이 신에게 의지해서 믿음과 희망으로 더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이 종교니까.
문제는 정치적 입지와 세력을 키우려고 하는 인간들의 탐욕 때문인 거고, 무슬림이나 이런 데서도 종교 지도자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규율? 같은 것들이 문제가 되는 거잖아. 지금이랑 맞지 않는 정서, 예를 들면 여성할례와 같은 부적절한 억압? 그런 규율들이 지금의 정서랑 너무 맞지 않아서 인권이나 다른 어떤 평등이나 부의 재분배나 이런 측면에서 그런 것들이 계속 어긋나는 거지 종교 자체가 좋다 나쁘다 설마 다 악하다고 구분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
《혐오사회》의 저자 카롤린 엠케는 “혐오의 기억에는 유통기한이 없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과거에 일어났던 혐오라도 제대로 성찰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J: 역사라는 것이 후대의 사람들이 나름의 해석을 하고 이유를 붙이고 정당성을 붙이고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전해지는 거잖아요. 그런데 한편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일어났던 사건'만 아는 것 이상으로 과거의 사람들이 했던 행위나 행동들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람들은 십자군 전쟁이 시작됐던 계기를 각자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이유를 붙여서 해석을 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1000년 전의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시대의 차이, 사상의 차이, 지역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들의 행위를 아무리 해석하려고 해도 우리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이 책을 보면 이들이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이유 중에 영지를 물려받지 못할 차남들이 자신도 영토를 갖기 위해 참전했다는 내용이 있잖아요. 그런데 다른 사람의 의견을 보니 영지를 아무리 장자만 물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차남 또한 귀족인데 돈을 위해서만 참전했다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인 해석일 것이라는 거죠. 이게 한 번 출정을 나가면 와이프와 자식을 포함해서 하인과 노예까지 다 데리고 나가는데, 그럼 어마어마한 비용의 손실이 있데요. 빚을 져서 떠나고 심지어 그 예산이 한 지역의 몇 년 예산을 맞먹는다고 하니까. 그래서 인간의 원죄를 씻기 위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한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으로 출정했을 거라는 거죠. 그래서 지금 내 입장으로 본다면 그 시대의 사람들을 쉽게 이해하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와 지금은 신앙심도 다를 것이고...
B: 나는 오히려 너랑 좀 반대로 생각했어. 왜 그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를 아는 게 오히려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네가 얘기했던 십자군 전쟁이 처음에 일어났을 때 혹은 그 이후에 그 사람들이 참전하게 되는 그 여러 계기들은 진짜 여러 갈래의 계기가 있잖아. 상속이 필요한 차남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망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큰 죄를 지어 회개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고, 그냥 등 떠밀려서 나간 사람도 있었을 거야. 굉장히 많은 그런 참전 배경이 있을 건데 그 참전 배경을 이해하는 것도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십자군 전쟁에서 십자군이 결과적으로는 패한 거잖아. 우리가 연대기적으로 역사를 이해한다면, 이들이 패한 이유가 잘 납득이 안 됐을 거야.
빚을 졌고 뭐가 어쨌건, 부대엔 부도 있었고 병사도 있었고 넓은 영토와 여러 나라에 제일 막강한 재후들이 뒷받침해주고 있었지, 그러하면 정치적이나 권력적인 면에서도 뒤지지 않았을 텐데 왜 졌을까에 물음표가 찍히잖아. 근데 미시사적 배경을 알게 되면 이들이 왜 오합지졸이었고 이들 사이에서 왜 분열이 일어났고 그게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왜 하지 않아도 되는 같은 그리스도인들을 공격했으며, 왜 이런 루트로 이동했는지를 다 이해할 수 있게 되잖아. 그래서 이 책에 담긴 미시사적 정보들이 꽤나 효용이 있었던 것 같아. 그게 아니었다면 인터넷으로 연대기만 찾아서 봐도 됐지 않았을까?
J: 근데 그 지점에서 나는 스스로의 판단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그리스도교 쪽의 입장에서 이 전쟁을 바라봤던 시절이 오래됐었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살라딘 같은 경우도 지금에서야 성군으로 인정받는 것이고, 6차 십자군에서 프리드리히 2세도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평화적으로 합의를 통해 협정을 한 것에 대해서 비난을 받았다고 하잖아요.
B: 맞아. 몇 차례에 걸친 십자군 전쟁에서 계속 탈환하지 못했던 것을 피 흘리지 않고 평화적으로 탈환했으니까 잘했다고 해야 되는데 양쪽 진영에서 다 부정당하잖아.
J: 맞아요. 그런 것들이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시각이 바뀌면서 해석도 계속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시각으로는 십자군이 이렇게 해석되지만, 100년 뒤에 1000년 뒤에 사람들은 이 전쟁을 또 다르게 해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연대기적인 사건들을 먼저 공부하고 그다음에 해석을 보고 이후에 의미는 내가 찾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B: 너의 말대로 의미를 찾고 해석을 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인 거고, 내가 말했던 거는 그냥 텍스트적인 그런 배경 지식을 얘기했던 거였어. 나는 이 책 안에 저자의 의견은 너 말대로 그냥 의견이니까 그랬을 수도 있겠다고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것 같아. 다만 그렇게 상황이 벌어지기까지의 어떤 배경 지식들을 풀어주는 거에 있어서는 굉장히 탁월했다고 생각해.
J: 십자군 전쟁을 이 책 하나로만 미시사적으로 공부한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 좀 위험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래서 처음 선택한 책으로는 굉장히 잘 선택을 했다고 생각을 한 거였어요. 중립적인 입장으로 써진 책이니까... 내가 십자군 전쟁에 관한 영상을 많이 봤을 때 한편으로 역사학자들은 '종교' 전쟁이라는 말은 이후에 그냥 붙인 것이고 이것은 단순한 '침략' 전쟁이었다는 말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B: 맞아, 이 책에도 그렇게 쓰여 있잖아.
J: 그러고 나서 부연설명을 하잖아요. 단순하게 '침략'만을 강조하지는 않으니깐.
B: 단순히 침략 전쟁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다양한 사회적 이유들이 맞물려 있잖아. 단순히 침략 전쟁을 일으킨다고 하면은 그 규모에서도 이렇게 클 수가 없을 것이고, 이렇게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재정적, 정신적 지원도 어려웠겠지.
J: 여전히 그 지점을 잘 모르겠어요. 물론 이 시절에 서방문화에는 기본적으로 그리스도교가 깔려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사람들은 종교와 관련 없이 그냥 참여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B: 그래서 아까 다양한 전쟁 참전자의 배경이 있다고 얘기했던 거 아니었어?
J: 맞아요. 그게 이 책이 정말 중립적으로 잘 썼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작가가 전쟁에 참여한 모든 국가를 비교적 동등하고 객관적이게 표현해서 나 또한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했는데, 한쪽으로 입장을 치우쳐 쓴 책 한 권만 읽게 된다면 역사의 기록을 편협한 시각으로 기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B: 나 또한 이 책을 읽게 돼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했어. 이슬람의 시각으로 본 역사뿐만 아니라, 이 외에 다른 문학적 콘텐츠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을 하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어떤 그런 이슈들에 대해서도, 예를 들면 트럼프의 연설 같은 거? 심지어 십자군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문학 작품에 대해서도 다방면으로 알려주잖아. 그래서 역사 이상의 많은 정보와 지식까지 공유받는 것 같아 좋았어.
J: 나는 맨 뒷부분에 '무지개 원리' 나오잖아요. 그건 좀 없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B: 나도, 나도.
J: 작가는 나름 7가지의 카테고리를 나눠서 설명하긴 하는데...
B: 나는 이분이 학자라서 그런 것 같아. 왜냐면 학자들은 논문을 쓸 때 항상 내용을 쭉 언급한 다음에 결론에 자기만의 논리나 논거 같은 것을 쓰잖아. 그러니까 앞부분은 사전 연구를 한 것이고, 그 뒤에 사전 연구한 것에 대한 나만의 무엇인가를 찾아서 정리를 하신 것 같아.
J: 근데 개인적으로는 그 내용이 충분히 앞부분에 잘 넣어주셨는데, 뒤에 반복적으로 다시 한번 설명을 하니깐 마지막에 힘이 좀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이 책을 읽고 '벌거벗은 세계사' 프로그램에서 십자군 전쟁 얘기하시는 것을 봤거든요? 근데 이분은 글을 쓰는 게 더 낫더라.
B: 재미없었지 ㅎ
J: 죄송하지만, 말을 너무 못 하세요.
B: TV에 나왔을 때는, 죄송하지만, 그냥 재미없는 대학 교수였어. 그러니까 편집하는 과정에서 방송용으로 내용을 많이 정리를 하지 않았을까 싶어. 그래서 방송에 나온 내용의 결과가 강의한 본인 마음에도 안 들었던 거겠지. 근데, 그걸 다 떠나서 좋은 학자이자 교수일 수는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
J: 근데 나도 이 작가가 하는 강의를 들으면 강의에 집중은 못할 것 같다!
B: "교수님 텍스트로 주세요." 여하튼 책은 재밌었다!
J: 언니 함께 보면 좋을 작품 혹시 '킹덤 오브 헤븐'인가요?
B: 응. 왜냐하면 영화의 장면들이 책을 보는 내내 떠올랐어. 살라딘이 예루살렘의 왕을 대하는 태도나 여러 가지 것들이 이후에 살라딘의 그 행적이 등이 영화에 드러나거든?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책이 이렇게까지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 같아.
J: '킹덤 오브 헤븐'은 역사적인 사례를 되게 잘 구현했다고 하기는 하더라고요.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보두앵 4세가 실제로 한센병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가면을 쓰고 다녔다는 역사적인 기록은 없대요. 그것은 영화적 허용으로 만든 건데 그것도 흥미로운 상상이었어요. 그 외에 십자군 전쟁의 의복이나 이런 상황들을 되게 잘 재현한 것 같아요.
B: 맞아,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검은 사제복을 입은 구호기사단 중에 한 명이 시체로 발견되고, 이후에 공성전을 해서 결국에는 협정 맺어서 예루살렘에서 나오잖아. 그 장면도 책에서 기사단의 내용을 보지 않았더라면 '십자군으로 싸우다가 전쟁에서 졌구나.' 그냥 단순하게 생각을 할 텐데 구호 기사단이 그나마 성전 기사단에 비해서 우호적인 역할을 많이 했고, 그래서 사람들한테도 우호적인 기사단이어서 웬만하면 해치지 않는데, 그때만큼은 정말 참혹하리만큼 사람들을 전부 몰살시켰다는 내용이 나오잖아. 마지막 구호기사단의 그 시체 더미 장면이 영화와 너무 매치가 되는 거야. 그렇게 연결하는 재미가 있었어.
또 영화에서는 발리앙이 영주의 아들로 나와서 차기 영주로서 협정을 맺은 것처럼 나오지만, 책에서는 그냥 협상가로 나오잖아. 영화에서 발리앙이 나중에는 식솔들을 데리고 본인이 원래 있던 프랑스로 넘어가서 대장장이로 살거든. 그래서 나는 영화감독의 '사실 그냥 협상가는 아니었을지도 몰라'하는 그 상상력이 되게 그럴듯하게 느껴졌어. 그리고 실제로 그 이후에 협상 후의 이야기에 관해 정확히 기술된 게 없잖아. 그러니까 원래 자기가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서 은둔하면서 살았다는 그 영화적 상상이 매치가 너무 잘 되더라고.
J: 나도 그런 점들을 비교하면서 봐서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킹덤 오브 헤븐' 극장판이 50분 정도 삭제 되어서 개봉한 거잖아요. 그래서 삭제 안된 감독판이 무척 궁금했어요. 가장 많이 잘린 부분이 기 왕(기 드 뤼지냥)과 그의 와이프 시빌라 공주의 서사래요.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르게 표현됐죠.
B: 맞아. 그 부분이 책이랑 영화랑 좀 달라.
J: 맞아요. 그리고 실제 역사로 보면 실비아 공주를 기 왕이 진심으로 사랑하는데, 영화에서는 달리 표현됐잖아요. 그런 것들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판을 무조건 봐야 된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런 점이 좀 아쉽긴 했지만 그게 없어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였다.
B: 그리고 르노 드 샤티용도 책에는 그가 지은 죄를 읊어주고 난 뒤에 처형했다고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그냥 내가 너에게 물을 준 것이 아닌데 왜 마시냐면서 바로 죽여버리잖아. 정말 간단하게! 그런 것도 너무 재밌었어.
J: 또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사자심왕'이 등장하면서 길을 물어보잖아요. 그러므로 2차, 3차 십자군에 주요 인물이 다 나오게 되는데, 감독은 원래 그 사자심왕이 길을 떠나는 장면에서부터 뒷 이야기를 제작하려고 했었데요. 근데 아쉽게 제작이 무산되면서 못 나왔다고... 사자심왕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있다면 그것도 봤을 텐데 아쉽네요.
B: 사자심왕이 나왔으면 살라딘이랑 내 동생 중계 결혼시키자라면서 편지 주고받고 하는 그들의 브로맨스가 나왔을 텐데...
J: 맞아요. 그것도 너무 귀여웠어. 어쨌든 나라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지만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전쟁을 놓고 보는 것이...
B: 각자의 진영에서 통찰력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었겠지. 우리 같은 그런 범인들은 모르겠지만.
J: 아! 그리고 십자군 전쟁을 보니깐 동로마와 셀주크 제국이 무너지고 나중에 오스만 제국이 시작되잖아요. 근데 오스만 제국의 역사가 길어서 오스만 제국 파트도 공부하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많아서 영상이랑 비교하며 봐도 좋을 것 같고요.
B: 그럼 나중에는 오스만 제국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자.
B: 문장력 2.4점 + 구성력 2.0점 + 오락성 2.9점 + 보너스 1점 = 총 8.5점
J: 문장력 2.2점 + 구성력 2.8점 + 오락성 2.7점 + 보너스 1점 = 총 8.7점
B: 영화 '킹덤 오브 헤븐' : 책 속에 실존했던 등장인물의 삶과 현실을 비교하며 읽기 좋은 책
J: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 이들이 목숨 걸고 지키려고 하는 예루살렘이 지닌 장소의 의미
* 이 글은 J의 브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aboutj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