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적인 독서모임이라니_Ep.34

헌치백 - 이치가와 사오

by Dandan한 B

2025년 5월 28일(수) BnJ의 제34회 독서모임.

봄 분위기 물씬 느끼기 위해 이번에는 삼청동으로 향했다.

맛있는 것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진행된 모임은, 그야말로 독서모임의 절정이었다.




※ 본 글에는 일부 스포가 포함돼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J: 언니 이번에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연극이 국립극장에 오르잖아요. 그게 일본에서 팀이 들어오는 거야, 아니면 한국에서 이 작품을 가지고 만든 거야?


B: 극장에서 기획하고 외부 배우들을 섭외해서 기획 공연 올리듯이, 국립극장에서 만드는 거야.


J: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네요. 이번에는 언니가 단독적으로 고른 작품이니깐 먼저 이야기해 봐요.


B: 나는 일단 거침없는 발상을 그대로 표현한다는 게 너무 신선해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어. 이 책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데, 문체가 얼마나 뛰어났으면 꾸준히 베스트셀러로 오른 데다가 상도 받고 했을지 궁금하더라고. 자신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그 방식이 되게 궁금했어. 그리고 실제로 신선한 소설이었던 것 같아. 다만, 생각보다 지나치게 짧은 느낌이었어.


J: 응 맞아요. 분량은 우리가 읽었던 책들에서도 짧은 편에 속했던 것 같고, 뒤에 인터뷰 부분까지 빼면 많이 짧죠. 나는 좀 불편하게 느꼈던 게 뭐냐면 (언니도 느꼈을 것 같은데) 은어적인 표현이 너무 많은 거? 그게 과하게 많아서 이해가 안 됐어요.


B: 나도 그건 모르겠더라고. 내가 모르는 은어들이 너무 많은데, 실제로도 그런 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모를 수 있는 거잖아. 거기다 은어마다 미주가 달려 있는데, 미주는 책 뒤에 있잖아? 그래서 매번 앞뒤로 움직이며 읽어야 하는 게 좀 불편했어. 이건 어쩌면 편집의 미스일지도. (참고로 B는 e-book으로 읽었다.)


J: 실물책에는 바로 아래에 달려있어요.


B: 아?! e북은 미주로 달려있었어. 나중에는 넘기는 것이 너무 귀찮아져서 모르는 건 사전을 찾아가며 읽었어. 그게 진짜 불편했어. 심리적 불편이 아니라 신체적 불편!


J: 생각보다 은어가 사용되는 부분이 많고, 몰입할 때쯤 되면 또 나오니까, 집중해서 읽기가 좀 어려웠어요. 이게 한국이니까 번역돼서 나왔지, 서양 쪽은 아예 번역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아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주인공이 SNS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깐 인터넷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로 사고 회로가 돌아가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흔히 말하면 어떤 일본의 오타쿠 문화 같이, 오타쿠들만 아는 단어를 계속 쓰니까 조금 이거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죠. 각주를 읽어도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언어다 보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 됐어요.


B: 네가 일본 문화를 많이 즐기거나 보는 타입이 아니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아. 일본 문화를 조금 알거나 친숙한 사람이면, 우리보다는 개방적인 일본의 성문화 같은 것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긴 하거든. 내가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어. 다만 나는 섹슈얼한 용어나 인터넷 은어가 어려웠어. 그것을 풀어서 설명했다면 쉬웠겠지만 네의 말대로 작가가 밖에서 활동이 어려우니, 주로 인터넷에서 활동하게 돼서 그런 것 같아. 한편으론 덕분에 더 현실감 있는 문장이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은어들이 거의 앞부분에만 포진되어 있고 뒤에는 비교적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지.


J: 흠.. 저는 사실 이번 책, 그냥 그랬어요.


B: 나는 신선했어. "종이책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복에 겨운 건지, 종이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불편한 건지, 환경을 얘기하면서 종이책을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오만한지." 같은 것을 얘기할 때, 나 역시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이더라고.

거기다, 나도 얼마 전까지 여기서 말하는 '종이책만이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질감과 느낌이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어서 그 부분은 정말, 완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 '그렇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라고 깨닫게 된 지점들이 좀 있었어.


나는 종이책을 증오한다.
'눈이 보이고, 책을 들 수 있고, 책장을 넘길 수 있고, 독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서점을 자유롭게 사러 다닐 수 있어야 한다.'라는 다섯 가지의 건강성을 요구하는 독서문화의 마치스모를 증오한다. 그 특권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른바 '서책 애호가'들의 무지한 오만함을 증오한다. (37쪽)

J: 나는 원체 괴작을 좋아해서 남들은 자칫 불편하다고 하는 책들도 재밌게 보는 편이긴 하거든요? 근데 난 이 책 보면서 유난히 기분이 좀 불편했어요. 이것보다 더 이상한 책 보면서도 이렇게까지 언짢지 않았는데, 이거 너무 찝찝했어.


B: 뭐가 제일 불편했어?


J: 성적인 부분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불편했어요. 나도 언니가 말한 일부 지점에 대해서는 공감이 되긴 했어요. 나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느끼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이렇게 느낄 수 있다는 지점? 이 분명 있었지만, 동시에 너무 극단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삶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표현된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B: 비관적으로 표현됐다고 느꼈어? 나는 오히려 이 사람이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장애인들보다 훨씬 더 나은 환경에서 산다고 생각했거든. 사실은 이 센터도 본인이 소유한 것이고... 그래서 얼리어답터처럼 기계가 많을 것 또한 그런 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잖아.


J: 아니. 비관적이라는 부분은 내가 잘 못 표현한 것 같아요. 이건 비관적인 게 아니라 파괴적이야. 너무 자기 파괴적인 마인드야. 언니가 말한 것처럼 남들보다 너 나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환경이나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B: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어떤 면이 그렇게 느껴졌어?


J: 임신이라는 것 자체가 주인공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나도 보통의 평범한 여자처럼 임신을 하고 중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좀...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B: 근데 그게 나를 파괴하기 위해서 이런 행위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 이거는 아주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할 수 있는 일을 자기는 계속 이제 거부당하잖아. 종이책 넘기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그런 문제들에서. 그래서 성장도 더뎠고 나이가 30대 후반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갓 청소년기를 벗어난 사람처럼 보이지. (물론 이런 건 동양에서 동안이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단순히 자기 자신을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하는 그런 평범한 나쁜 짓(?)을 해보고 싶은 거 아니었을까?


J: 그 지점에서 나는 이 여자가 그것을 다 이루고 났을 때 과연 행복했을까? 생각해 보면 아닐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행위나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자기 파괴적인 거 아니야?


B: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겠지. 그렇지만 어쨌든 결국 이루지 못했으니, 그 과정 내지는 결과를 통해 어떤 만족감, 성취감, 행복감 뭐 이런 걸 느꼈는지 그러지 못했는지는 알 수 없지. 그래서 나는 오히려 그 뒷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했거든. 그 뒤부터 이제 뭔가 더 새로운 새로운 전개가 막 있을 것 같아서 되게 기대가 됐는데, 이야기가 거기서 딱 끊겨버리더라고. 하.

이치가와 사오.jpg ’제16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이치가와 사오

J: 나는 이 책 잘 모르겠어요...


B: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읽어봐. ㅎㅎㅎ


J: 책을 이해 못 해서가 아니라 작가의 감성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해야 할까요. 중간중간 내용도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툭툭 끊기는 느낌이었고. 주인공 여자가 인터넷에 지필하고 있는 야한 소설도 반복적으로 보여주잖아요. 그런 구성들이 왜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일본 감성을 잘 몰라서 그런가?


B: 일본 감성을 경험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일본의 성 문화를 잘 담고 있으니까 거기서 오는 괴리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다만 우리는 동일하게 느낀 불편감은 저자의 '불편한 몸에 갇혀있는 명석한 두뇌'에서 오는 것 같아.

도입부에 보면, 본인의 신체에 대해 묘사하는 게 있는 부분이 있잖아. 허리가 어느 쪽으로 꺾여서 어느 쪽으로는 누울 수가 없고, 부득이하게 지나다가 계속 머리를 문에 박게 되고 유일하게 팔을 뻗을 수 있는 팔은 어디고 하는 식으로. 한 마디로, 기본적인 모든 세팅 값이 오체불만족인 거지. 그 상황에서는 나 같아도 '똑바로 누울 수만 있었다면, 손이라도 자유롭다면' 하는 식으로 생각하게 될 것 같거든. 그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졌을 거야.

그런데 작가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조금은 공격적으로 그 상황을 전환하지. 오히려 그런 게 자신의 핸디캡을 심리적으로 조절하는 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 소설 속에서도 작가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그런 공격성이 웹소설을 쓰거나 그런 방식의 제안으로 표출되는 거고. 거기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이 여자의 심정이 나는 좀 이해되는 것 같아.


J: 내가 생각보다 되게 보수적인가 봐. 그래서 주인공이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하는 게 그냥 불편했던 것 같기도 해요.


B: 근데 일본 소설이 유독 그런 경우가 많잖아. 오쿠다 히데오의 책들도 그렇고


J: 오쿠다 히데오 책 많이 봤는데... 그건 귀여운 변태 같은 느낌이잖아요.


B: 라라피포 이런 거 귀엽다고?!


J: 오래돼서 기억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그냥 귀여운 정도 아니에요?


B: 나는 안 귀엽게 봤어;;


J: 근데 나는 그 책을 재미있게 봤거든요. 근데 이건 몰라... 그냥 찝찝했어요. 만약 그걸 의도한 거라면 진짜 잘 쓴 건가?


B: 나는 그게 맞다고 봐. 그래서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거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거야.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거야?'하고 생각하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던 작은 개념들이 하나씩 깨지게 되는 거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서 '내가 왜 이렇게까지밖에 할 수 없었을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큰일까지 다시 생각해 봐!' 이렇게, 메시지를 주는 거라고 생각해.


J: 으~~~ 여하튼 찝찝해!



B&J의 지극히 사적인 평점

B: 문장력 2.6점 + 구성력 2.0점 + 오락성 2.5점 + 보너스 1점 = 총 8.1점

J: 문장력 1.8점 + 구성력 2.0점 + 오락성 2.0점 + 보너스 0점 = 총 5.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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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오토타케 히로타다 - 오체불만족 : 와세다대학 시절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자전적 책으로, 신체장애를 지녔지만 이치카와 사오와는 사뭇 다른 마인드셋을 보여준다. 한때 국내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는데, 최근 문어발식 불륜이 밝혀지면서 대중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불륜 이전에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 추천.
J: 장 도미니크 보비 - 잠수종과 나비 : 육체라는 껍데기 안에 갇힌 영혼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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