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발은 한국에, 한쪽 발은 미국에
고등학교에 입학했을때까지 부모님은 미국으로의 이민 계획을 비밀로 하셨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신청이 되어 있었기도 하고 또 허가가 나기까지 장장 10년이 넘게 걸린 것도 이유겠지만 괜히 얘기했다가 헛바람만 든다는 것이 주변의 우려였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만우절에 자퇴를 하고 나오는 내게 친구들은 부러워, 나도 가고 싶어, 미국가니 좋겠다 등등 부러움의 소리를 해댔고 난 우쭐해선 헛바람이 들었었다.
내가 생각했던 미국과 내가 살아본 미국은 큰 차이가 있다. 이번 해 6월이 되면 이민온 지 벌써 15년차. 내 인생의 반은 한국에서, 나머지 반은 미국에서 산 셈인데, 그로 인해 난 마치 한쪽 발은 온탕, 다른 한쪽 발은 냉탕에 담근 것마냥 이도 저도 아닌 내가 된 것같다. 이 곳에선 난 완전한 미국인이 아니고, 또 한국에선 온전한 한국인이 아니다. 신분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살지 않은지가 너무 오래되다보니 공감대 형성이 좀 낮다고 할까...
처음으로 한국에 나갔을 때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다. 함께 명동에서 삼겹살을 먹으며 (왜 그때 명동에서 삼겹살을 먹었을까?) 못했던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친구들이 고3때 얘기들, 대학생활 얘기들을 할때 난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때 강하게 뇌리를 스치는 한마디, 넌 여기 속하지않잖아. 넌 하나도 공감할 수 없잖아, 안 그래?
두 개의 나라, 두 개의 문화, 두 개의 세상에 속한 나를 어딘가에 보이고 또 그로 인해 소속되고 싶었다. 생각만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것 같으니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