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세기의 마법

by Bora

미국에 온 뒤, 우리 가족은 매일 밤마다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않았다. 이 큰 나라에서 의지할 곳이라고는 우리 가족밖에 없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한시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고, 떨어질 수 없었다. 침대 하나에 손바닥만한 티비가 있던 그 방은 우리의 타지생활의 유일한 피난처였다.


어느 날 밤, 아빠가 묵직한 꾸러미를 하나 들고는 침대에 앉으셨다. 가족 모두를 불러 모으셔서는 아빠는 꾸러미를 푸셨다. 그 안에는 미국 동전들이 촤르륵하고 쏟아졌다.


"미국은 동전이 한국이랑 달라서 계산을 잘 해야해. 이제부터 매일 밤 연습할거야, 돈 세는 방법."


아빠는 한국에서도 미8군에서 근무하셔서 미국 돈 계산법에는 능통하셔서인지 우리의 선생님을 자처하시고는 각자에게 문제를 내기 시작하셨다.


"보라, 너는 58센트를 계산해봐. 당신은 67센트, 보미는 34센트."


"34센트에 쿼터를 넣고 계산해봐."


"이번에는 89센트."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우리는 앉아서 동전을 셌다. 시간 가는줄을 모르고 네 명이 둘러앉아 동전을 세고 또 세고 세면서 우리의 불투명한 미래는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타국에서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던 그 막막했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동전의 쇠냄새를 맡으며 그렇게 잠깐동안은 서로를 보며 웃을 수 있었다. 숨막히도록 무서웠던 나날들이었지만 그래도 그 단순한 행동의 반복들이 그 조그만 방의 침대를 평화로운 천국으로 만들어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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