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 읽으수록 느는 실력
처음 미국에 와서 가장 힘들었던 건 당연히 영어였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때부터 영어학원에 학교 수업까지 들어서 영어만 8년 넘게 배운 셈인데 정작 미국에 와 보니 8년의 세월이 다 날아가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선생님들이 수업에서 하는 영어는 들리지 않을 뿐더러, 친구들이 하는 얘기도 알아듣기 어려웠다. 뭔가 안개 사이를 나 혼자 걷는, 뿌옇게 시야가 가려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런 기분이었다. 답답하고 무섭고.
누군가 영어를 빨리 배울 수 있는 길은 책을 읽는 거라고 해서 그 길로 도서관에 갔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렸을 때부터 나가 놀지는 않고 책만 읽었던 책벌레였기에 그건 뭐 손쉽게 할 수 있지 라는 마음이었다. 청소년 코너에 가서 본 책들은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였다. 머리만 아프고 또 왜 미국책들은 특유의 냄새가 나는지...
우선 아쉬운대로 영어로 된 그림책 몇 권을 빌려왔다. 그림책이라고 해도 전부 다 영어로 되어있으니 읽는데 시간이 걸리고 머리는 머리대로 아프고...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나중이 심히 미약했던 때였다.
그런데 시작이 어렵다고, 한 번 읽으려고 하니까 이게 또 시간이 가면서 읽히는 거다. 그림책이 좀 더 글이 많은 그림책이 되고, 초등학교 저학년 소설이 되고, 청소년 소설이 되고, 결국에는 소설책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시간은 오래 걸리고, 지치기도 하고, 앞의 내용이 뭐였는지 다시 가서 읽어야 할 때가 다반사였지만 그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계속 읽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매일 매일 꾸준히 30쪽에서 50쪽, 100쪽까지 읽으면서 결국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 "Help"를 끝냈을 때, 드디어 원서 읽는 맛을 알았던 것 같다. 그 후로는 읽는 속도가 쑥쑥 - 하루에 100쪽 이상은 기본으로 3-4일에 한권을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원서 읽기는 정말 꾸준함이 답인 것 같다. 꾸준함으로 파고 들면 결국에는 좀 더 쉬워지는 날이 온다는 게 내 경험. 원서 읽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게 내 바램이다. 결국 날 성장시킨 건 책이구나. 책의 힘을 또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