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생활 15년차가 느끼는 차별

이래저래 아직도 은근한 차별은 존재한다

by Bora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백인들의 분포가 가장 많다. 지금이야 한국분들의 수도 조금 늘었지만 우리 가족이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동양인들이 흔치 않은 곳이었다.


이제 이민 온 지 벌써 15년차가 되었다. 처음 이민왔을 때는여기서 살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어느새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동안 살고 있다.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고 불려서 많은 인종들이 어울려서 살고 있는데 아무래도 예전같지는 아니라고 해도 가끔씩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느낄 때가 있다.


이 도시로 이사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의 일이다.

코스코에서 쇼핑을 하고 계산대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나와 엄마 앞으로 어떤 백인 할머니가 카트를 밀고 들어오시더니 급한 일이 있으니 먼저 하겠다는 말도 없이 그냥 뻔뻔하게 물건들을 계산대에 올리는 것이 아닌가. 그 땐 어렸고 또 영어도 잘 못해서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고 그냥 그 할머니가 계산을 다 마치기를 기다렸더라지. 할머니셨으니까 몸이 불편했을 수도 있고, 말씀은 안하셨지만 급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 일은 찝찝하게 불쾌했다.


직장에서 일할 때도 그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심포니에서 일하다 보니 티켓을 사려는 손님들과도 많이 얘기하고 접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얘기하고 싶다는 손님이 있었다. 오피스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다른 백인 직원들이 몇 명 있었는데, 내가 도와줄까 라고 물어도 나를 무시하고 다른 직원에게 가서 얘기하는 모습에 말은 못했어도 상처를 받았다. 나중에 그 직원에게 얘기했을 때 그 직원은 그런 거에 상처를 받을 줄은 몰랐다고 하던데, 그게 문화차이인가. 나는 다른 나라에서 왔고, 완벽히 그들처럼은 될 수 없기에 내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부모님이 하시는 세탁소에서 일을 도울 때도 차별을 종종 느낄 때가 있다.

손님이 옷을 가져와 내 앞에 던지며 욕을 한 적도 있었고, 부모님이 영어를 못해서 자기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면서 어떻게 보상할거냐는 소리도 들었다. 말 한마디 안하고 미소 한 번 지어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고, 동양 여자애라고 깔보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고등학교 때에도 대학교는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도 정말 많이 받았는데, 한낮 한국에서 갓 온 여자애가 어딜 가겠냐는 뉘앙스가 마구 풍겼던 질문이라 들을 때마다 너무 기분이 나빴다.


물론 좋은 손님들도 많았다. 때마다 연말이면 초콜렛이며 와인이며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던 손님들도 있었고, 올 때마다 미소로, 따뜻한 말로 우리를 다독여주던 손님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기억에 더 남는 건 불쾌했던 사람들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갔는데, 우릴 팁도 안내고 짜게 구는 동양 가족들로 본건지, 계산서에 팁을 추가해서 가져다주기도 하고, 길을 걷고 있는데 어린 틴에이저들이 창문을 내리고 동양인을 비하하는 욕을 소리치며 간다던지 하는 일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도 그런 느낌일까. 우리가 무의식중에 태도와 행동 속에 묻어나오는 그 아주 조금의 차별이 그들에게는 크게 느껴질까. 그냥 무심코 던지는 시선이 그들에게는 날카로운 칼과 같을까.


차별이 없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느껴지는 차별은 유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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