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국에 온거야 미국에 온거야
샌프란시스코는 차이나타운, 재팬타운 등 다양한 동양 사람들이 살고 있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다국적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에 더 그렇기도 하다.
그래도 가장 많은 건 아무래도 중국 사람들.
고등학교 때 이민 온 학생들은 바로 일반 고등학교로 배정받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중점적으로 가르쳐주는 ESL School 같은 느낌의 학교로 배정을 해 준다. 그 곳에서 영어에 좀 익숙해지면 일반 고등학교로 다시 배정을 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곳에서의 1년은 뭐랄까, 내게는 안전한 울타리같았다.
아이들은 다들 멕시코, 중국, 일본, 몽골,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서 왔기에 영어 실력도 다 그만그만했고 수업도 쉬운 수준으로 진행되었기에 "미국 학교, 별거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그 때 당시에는 그 학교밖에 경험해보지 못해서 그렇기도 했지만 주위에 친구들이 다 영어에 서툴렀기에 그래도 나 정도면 꽤 하는거구나 하는 안일하고 멍청한 생각을 했었더랬지.
1년이 지나고, 일반 고등학교에 배정받은 후 등교하던 첫 날, 문화적 충격에 휩싸인 신세계를 경험했다.
나는 미국에 이민온건데, 왜 그리 중국 사람들이 많은지. 게다가 난 ESL 레벨의 수업들을 들어야했기에 내 교실에 있는 아이들은 거의 98%가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된 중국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몇 명의 히스패닉 학생들이 가뭄에 콩 나듯 박혀있었다. 중국말로 시끄러운 교실 안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며 난 내가 중국에 온건지, 미국에 온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 선생님마저 중국사람이었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식 악센트가 섞인 영어로 선생님은 수업을 진행하셨다. 중국 아이들도 못알아듣는 눈치였다. 영어도 어려운데 발음도 알아듣기 힘든 중국식 영어였기에 첫번째 멘붕이 왔다.
중국 학생들이 중국말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는 내용같았는데 내가 뭘 알겠나. 선생님은 한숨을 쉬시더니 중국말로 대답하며 수업을 진행하셨다. 두 번째 멘붕, 쿵! 그 후로도 영어와 중국어의 홍수 속에 수업은 진행되었고,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멘붕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3주 후에 지금 살고 있는 도시로 이사와서 학교를 옮겨야했지만, 그 3주동안의 기억이 나의 뇌리에 박혀 지워지지않는다. 지금도 샌프란시스코의 기억을 떠올리면 잊혀지지 않는 기억 중 하나다. 그 때 그 중국 학생들은 지금 어디서 뭐 할까,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