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관이 뚜렷해도 너무 뚜렷해
미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홈레스, 노숙자들때문이었다.
긴 장발에 씻지 못한 듯한 행색에 쓰레기봉지 가득 뭔가를 넣고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던 모습.
한국에서 노숙자분들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고나 할까.
내가 겪었던 그들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남의 도움을 받기만을 기다리는 건 아니었다. 내가 겪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풀자면....
추수감사절을 맞아 홈레스를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어 추운 겨울인데도 밖에서 지내고 계신 분들을 위해 거리로 향했다. 터키 샌드위치와 햄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많은 분들이 잘 받아주셨는데, 어떤 분은
"난 로스트 비프 아니면 안 먹어요."
하시는 게 아닌가...
하루는 아버지의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음식 하나를 싸주셔서 테이크아웃 용기를 들고 가는데, 홈레스 분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저녁 시간이기도 했고 음식을 찾는 것 같아서 싸주신 음식을 드리려고 했더니, 싫다는 말도 아니고 고갯짓 두번으로 깔끔하게 거절했다.
우리가 준 게 싫었던 건지, 아니면 정말 그 메뉴가 싫었던 건지.. 아직도 의문.
스타벅스에서 마실 거리를 사가지고 나오면서 남은 잔돈을 가게 앞에 계셨던 홈레스 분에게 드렸더니, 당신은 돈을 원한 게 아니라 시원한 음료를 원했던 거라고 하셨다. 얼굴이 벌개지면서 내가 너무 지레짐작으로 돈을 준 건가, 기분이 상하셨으면 어쩌지, 하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음료를 원하시냐고, 사드리겠다고 했다니 돌아오는 대답이,
"벤티 바닐라 빈 프라푸치노에 자바 칩과 카라멜을 위에 뿌려서 한 잔 사줘요."
나도 비싸서 벤티 프라푸치노를 못 먹는데...
그렇지만 감사히 도움을 받았던 분들도 많았다. 모두 다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주관이 뚜렷한 몇몇 분들이 계셨다는 것이니 오해가 없기를.
신호등에 걸려 서있으면 차 앞 유리창을 닦아주는 분들도 계셨고, 쇼핑카트 가득 페트병이며 유리병을 주워서 재활용 센터에 가져다 팔고 그 돈으로 생계를 연명하는 분들도 계셨다.
당연히 길에 앉아 구걸하는 분들도 계셨고, 구걸조차 못하고 길 구석에 쓰러져 주무시는 분들도 계셨다.
사람 사는 것이 힘들지 않은 게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희망이 있다고 믿게 된다. 그렇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것이 참으로 많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가끔 저렇게 주관이 뚜렷한 분들을 만나면 황당하기는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