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없어서는 안 될
책을 많이, 자주, 또 오래 읽다 보니 꼭 필요한 것들이 생겼다. 없어도 없는 대로 읽을 수는 있지만 있으면 그 효과가 배로 느껴지는 기특한 물건들. 그래서 어딜 가던지 내 가방 안에 들어있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들을 소개하려 한다.
Books
책은 어디를 가던지 가방 안에 꼭 넣어가지고 다닌다. 책이 없으면 혹시 시간이 비었을 때 읽을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킨들은 물론, 종이책도 가지고 다니는 게 버릇이 되었다. 혹시라도 가방을 바꾸는 바람에 책을 못 가지고 나온 날은 서점에 가서 읽고 싶었던 책을 사야지 마음이 놓인다. 강박관념인지 뭔지는 몰라도 책을 들고 나와야 안정이 된다. 읽을 시간이 없을지라도, 책은 늘 지니고 다녀야 하는 소중한 물건이다. 1권만 가지고 다니는 건 안된다. 언제, 어디서, 어떤 기분일지 모르는데 어떻게 한 권만 가지고 다니나. 킨들에는 여러 책을 넣어 다닐 수 있으니 킨들을 챙기고, 종이책 넘기면서 읽고 싶을 수도 있으니 종이책도 하나, 원서가 읽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영어책도 한 권. 이래저래 가방을 싸다 보면 책만 한 짐이다. 덕분에, 무거워진 가방 무게에 어깨가 좀 고생이긴 하지만.
Book Stand - Home
집에서 읽을 때는 주로 소파에 앉아서 읽거나 키친 카운터 공간에 앉아서 읽는 편이다. 소파에서는 그냥 들고 읽어도 무방하지만, 키친 카운터는 식탁보다는 조금 높은 높이에 의자도 bar stool 같은 높은 의자라서 고개가 거의 60도 이상 꺾이고 허리가 굽어지는 참사가 일어나곤 한다. 조금만 읽었다 치면 뒷목이 아프고 허리도 구부정해지는 것이 건강에 안 좋겠다는 느낌이 와서 북스탠드 장만. (사실 장만은 아니고 LA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중고책을 잔뜩 구입한 후 사은품으로 받았다. 옅은 브라운 색에 셜록홈스 로고가 맘에 든다. 때가 타도 잘 모를 색깔이 특히.) 알맞은 각도로 되어 있고, 넓은 판자가 자석으로 잘 받쳐주고 있어 무거운 책이나 두꺼운 책을 올려놓아도 안정감이 있다. 밑에 작은 홀더가 페이지를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데, 크기가 작은 책이나 얇은 페이퍼백 같은 책은 상대적으로 잘 구부러져 처음과 마지막 20장 정도는 손으로 살짝 눌러가며 읽어야 한다. 과제할 때 두꺼운 편집 매뉴얼을 올려놓기도 좋고, 마음에 감동이 되는 구절들을 필사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두 손이 책에서부터 자유하기에 노트에 필기하기도, 차를 마시기도 아주 편하다. 없을 땐 없이도 읽겠지만, 있으면 너무너무 편하다. 그런데 얼마 전, 홀더 하나가 완전히 빠져버려서 복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새로운 스탠드를 찾아야 할 텐데..
Book Stand - Portable
집에서 쓰는 북스탠드 같은 것을 들고 다니려면 아무래도 부피감도 크고 무게감도 있어서 몇 년 전에 동네서점에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으로 하나 구입했는데 지금까지 아주 잘 쓰고 있다. 접으면 정말 얇고 또 너무 가벼워 가지고 다니기에는 이것만 한 것이 없다. 철제로 된 가는 막대로 되어있는데 보기엔 얇아 보여도 두꺼운 요리책까지 잘 홀드가 되어서 몇 년째 잘 쓰고 있는 물건이다. 아무래도 하드커버의 페이지가 더 잘 홀드 되는 점이 있긴 하다. 막 썼는데도 휜 곳도 한 군데도 없고, 페이지도 잘 고정되어 만족도가 높은 물건이다.
Kindle Stand
킨들을 가볍고 들고 읽기도 부담 없지만 난 주로 아이폰 거치대에 올려놓고 읽는 편이다. 전자책은 특히 아침에 준비할 때 잘 읽게 되는데 그때 아주 안성맞춤이다. 킨들을 거치대에 올려놓고 눈은 글을 쫓으면서 머리를 말리고 양치를 하고 가벼운 화장을 하는 것이 나의 아침 일과. 자투리 시간도 너무 아까워서 머리를 말리면서 읽어보았더니 그 짧은 시간에도 30페이지는 읽을 수 있어서 매일 아침 독서로 시작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Reading Light
리딩 라이트는 어두운 곳에서나 밤에 종이책을 읽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다. 책 뒤쪽에 집게로 고정한 후 너무 밝지 않은 불빛에 의지해 책을 읽을 수 있다. 가끔 그럴 때에 참 유용한데...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자고 싶은데, 일어나서 불을 꺼야 할 때 너무 싫고 귀찮지 않은가? 그럴 때 이 작은 라이트에 무한감사를 하게 된다. 가끔 책이 얇으면 집게가 잘 고정되지 않을 때가 있지만, 그것이 주는 편안함과 비교했을 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게 내 의견.
Bookmarks
나는 책갈피가 없이는 책을 읽을 수 없다. 원체 책에 밑줄을 긋는다던지, 모서리를 접는다는지, 메모를 한다던지 등 책에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구절이 나오면 노트에 필사를 하던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또 얇은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둔다. 그러면 나중에 찾아보기도 쉬울뿐더러 책의 배 부분이 알록달록해지기도 한다. 모서리를 접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하는 것은 꼭 책갈피를 사용한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깨끗하게 보고 보관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책갈피는 두꺼운 종이로 만든 것이 가장 좋다. 메탈로 된 책갈피부터 자석, 플라스틱 등 많은 것을 써보았지만 단단하고 두꺼운 종이로 만든 것이 가장 좋았다. 여러 종류의 책갈피를 쓰다가 정착한 것은 엽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갈 때면 엽서를 사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모은 엽서들을 책갈피로 쓰고 있다.
메탈은 멋스럽고 단단해서 하드커버나 두꺼운 종이를 쓰는 요리책 같은 것에는 적합하지만 얇은 페이퍼백에 쓸 경우에는 자칫 잘못하다간 종이가 찢어질 수 있다. 몇 번 찢고 난 후 알았다. 한국에서 사 온 책갈피는 아주 얇은 알루미늄 같은 느낌이라 날렵하게 잘 낄 수 있지만 잘못해서 종이를 벨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난 끝에 무언가가 길게 빠져나오는 책갈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방 안에서 어딘가에 걸려서 책갈피가 빠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책갈피는 집에서만 쓰는 것이 적합하다. 또, 너무 흐물흐물한 종이로 된 책갈피는 가끔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닐 때 끝부분이 헤져버리기도 해서 곤란하다. 적당히 두껍고 딱 책만한 길이로 된 것이 좋다. 너무 밖으로 튀어나오지도 않게 된 것이 알맞은 책갈피라고 할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된 새싹 모양의 책갈피를 시카고를 여행하는 도중 만났다. 보기만 해도 너무 귀여운 모양에 바로 지갑을 열어 구매. 그런데 막상 써보니 그렇게 실용적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사이즈가 굉장히 작다 보니 새싹의 짧은 줄기 부분으로만 읽은 정도를 표시하게 되는데, 줄기의 길이가 너무 짧다 보니 잘 빠져버린다는 게 단점이다. 책 중간 부분에 넣어둘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얼만큼 읽었는지 눈으로 볼 수가 없게 되기도 할뿐더러 귀여운 새싹 모양이 보이지 않으니까! 목적을 잃은 느낌이다. 귀여운 게 다가 아니라는 거지.
Post-it
책에 밑줄을 긋거나 표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에 포스트잇은 정말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었다. 맘에 드는 구절이나 문장이 나왔을 때 얇은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놓은 후에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 문장들을 따로 노트에 필사해둔다. 그 후에는 가차 없이 떼어서 버리던지 아니면 한 번 더 쓰던지. 책 표지와 포스트잇의 색깔도 중요해서 잘 매치가 되는 색으로 붙일 때도 있고, 형형색색으로 믹스해서 붙일 때도 있고. 가끔 포스트잇을 안 들고나갔을 때의 불안감이란...!!!
누구는 책 읽는 데 뭐가 이렇게 필요한 게 많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겐 없어서는 안 될 물건들이다. 없어도 읽을 수 있지만, 있다면 책을 읽는 시간이 더 행복할 테니.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것들이 내게 작지만 큰 기쁨을 주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