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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Oct 05. 2021

뉴트리아의 비웃음이 날 쪼고 있어

기후 문맹탈출 선언

늘 가던 수영장

익숙한 곳인데 왠지 낯설다.

물속에 누가 빠져 있다.

헐 죽은 건가?

그 사람을 구하기보다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물속을 빠져나왔다.

동시에 나는 체포되었고

누가 내 손을 뜯어 피를 가져갔다.

내 피에 도는 바이러스가 전염력이 있는지 확인할 때까지

갇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생생하고 처절한 악몽을 꿨다.

“코로나는 예고편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끔찍한 지옥이었다.


며칠 전 산책 간 공원에서 뜻밖의 광경을 봤다.

에어 팟을 깜빡 놔두고 와 맨 귀로 걸었다.

하나를 끊으니 하나가 열린다.

걸을 때 보통 팟캐스트를 듣는다.

산책할 때조차 효율성을 극대화하려 동동거렸다.

그래서 공원을 걸을 때도

내가 선택한 세계에 갇혀 있었다.

니체는 하루 8시간을 걸었다는데

그 당시엔 이어폰 이런 것도 없었을 테고

순도 100%  자연에 로그인된 채로 시간을 누렸으리라

그날은 니체처럼 나도 그냥 맨 귀로 걸었다.

이게 얼마만의 맨 귀인가? 귀에 새소리가 들어왔다.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둘러싸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수달이었다.

동물원이 아닌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건 처음이었다

수달은 인간들에게 느긋한 포토타임을 주고 나서 다시

강으로 돌아가 수영을 했다.

왠지 자기가 귀여운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그 귀여움에 빠저 든 인간 1에 불과했다.

그런데 눈이 마주쳤을 때 표정은 '으그 천지도 모르는 인간들아'였다.

귀여운데 왜 비웃는 거 같지?

요상하게도 그 순간이 거대한 반전의 복선처럼 느껴졌다

수달을 본 게 신기해서 아빠에게 사진을 보냈다.

그런데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이건 뉴트리아라고 하는데 한국에선 이걸 잡으면

포상금까지 준다 했다.

이 귀여운 생명체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빌런이라니…

아프리카에서는 뉴트리아에 물려 죽는 어린이도 많다고 한다.


뉴트리아를 발견한 내 눈은 분명

카메라 후레시처럼 무언가가 터졌다.

그걸로 됐다.

왠지 머리가 굳어져 버렸다고 생각하던 요즘이었다.

그런 무기력함에 나타난 반짝하는 생글 거림이었다.

적어도 여기까지가 그 책을 다시 펼쳐 들기 전의 생각이었다.


타일러의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다시 열어 제쳤다.

앞으로 기후위기가 계속되면 빙하와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멈춰있던 동식물 사체의 부패가 진행될 거라고 했다

그러면 사체 안에 동결된 수백 년 수천 년 전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오며 또 다른 전염병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그래 이 부분이다. 몸 서리 치게 오싹하다.

그때는 마스크가 아니라 정말 방호복을 입어야 하나?

코로나가 없었다면 실감하지 못했을 부분이다.

부산이 물에 잠시고 맨해튼이 물에 잠긴다는 뉴스를 봐도 정신이 차려지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날 그 시간에 그 공원에 가지 않았다면,

이 사진을 아빠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다.

처박아 두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고 그 내용이 심각하게 다가 온 건 코로나의 영향이 컸다.

어쩌면 코로나가 우리에게 기회를 준 것일수도 있다.

달라질수 있는 기회!


갑자기 그 뉴트리아라는 존재가

‘거대한 착각’이라는 단어로 다가왔다.

순간의 귀여움에 놀아나 진짜 실체는 모른 채 속아 넘어가고 있다.

다행히도 나는 그날 그 귀여움속에 숨겨진

분명한 경고의 메세지를 읽었다.


지금 우리는 ‘이 코로나가 도대체 언제 끝나지’만 쫒고 있다.

끝나지 않고 이건 어떤 시작의 예고편이다.

이건 갑자기 우리에게 닥친 불운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모든 준비를 친환경을 내세워 준비한다고 한다.

그래서 ESG, 친환경 테마주를 사라고 언론에서는 난리다.

그런 걸 투자할 생각으로 한 치 앞만 보고 있었다.


기온이 올라 얼어있던 사체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온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 모두의 고향이 지구인 주제에 천지를 모르고 까불고 있다.

지구를 살려야 하지만 정작 지구를 너무 모른다.

경제문맹보다 더 심각한 게 기후 문맹이라고 한다.

여태껏 내가 기후 문맹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무관심 속에 살았다.


영국새우는 태국으로 보내 껍질을 벗기고

다시 영국으로 수입된다. 호주견과류도 중국으로 보내 껍질을 벗기고 다시 호주로 수입된다.

(<오래된 미래> 저자 헬레나 인터뷰 중)

앗! 이게 무슨 지랄인가 싶다.

저렴한 노동력때문에 식품운송지랄을 해야만 한다.

그 때문에 탄소배출이 높아지고 기후위기가 오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탈 플라스틱화, 1회 용품 줄이기, 채식 습관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음식쓰레기를 분리하지 않는 미국이여!

이래도 되는 겁니까?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책을 읽고 활동을 팔로우한다.

읽은 후 실천까지가 독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작지만 지속 가능한 일을 하고 싶다.

귀여운 척하면서 날 비웃던 뉴트리아의 눈빛이 자꾸만 날 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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