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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Nov 25. 2021

벤츠 앞에 붙으면 가장 뽀다구 나는 말

후배가 벤츠로 차를 바꾸더니

“언니, 차들이 알아서 피해 가요.”


차들이 스스로 피해 가는 그 느낌,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장롱면허 뚜벅이 었던 내겐

사실 벤츠가 타고 싶었던 이유가 따로 있었다.


그건 아빠가 오빠에게만 벤츠를 사줬기 때문이다.(부글부글)

그렇다. 나는 인종차별보다 더 사악하다는

모태 남녀차별을 당하며 살았던 사람이다.

집 나가지 그랬냐고? 귀찮아서 못 나갔다.

나가도 전혀 사줄 것 같지 않을 각이었다.

여자 형제만 있다 던 지 외동은 절대 모를 감정이다.

흙수저니 똥수저니 그런 걸로 사람들이 신세한탄할 때

“너희들, 형제와 다른 수저로 살아봤니?”라고 외치고 싶었다.


“왜 오빠만 벤츠를 사줘? 나도 사줘.”

이 말 같은 건 차마 하지 못했다.

뽀다구가 안 나기 때문이다.

그냥 주워진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를 버린

영국 왕실 왕자나 일본 공주를 보니

'와! 저런 게 진짜 뽀다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손으로 만들어 가는 것만이 찐이다.

나도 그들처럼 뽀다구 나는 진정성을 추구하고 싶다.

그래! 진짜 뽀다구는 내 돈 내산 벤츠다.

 분노는 어떻게 하면 내손으로 벤츠를   있을까의 궁리로 이어졌다.


성공학의 대가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소개한 일화가 있다.

세일즈 매니저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신입이 들어오면 무조건 캐딜락(포드 고급 라인)을 사게 만든단다.

어리둥절한 신입은 처음엔 주저하다가 결국 산다고 했다.

그의 와이프도 쌍욕 하면서 이게 무슨 돈지랄이라며 놀라지만

차를 타보고 슬슬 마음이 바뀐다고 했다.

그 차를 몰고 동네 한 바퀴 도는데

새 직장 들어가더니 잘 나간다고 이웃들이 부러워한다 했다.

자연스레 ‘내가 잘 나가나 봐’라는 착각에 빠지고

잠재의식 속 자신의 인식을 바꾼다.

‘나는 잘 나가는 사람이야’

점차 그 인식과 현실을 일치시키고자 태도가 바뀐다.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서

결국 그는 판매왕이 되고 수입은 몇 배가 뛴다.

이 이야기는 결국

차를 바꾸자 태도가 바뀌고 결국 수입이 바뀐다는 거다.


그 당시 남자 친구이었던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마침 차를 바꿀 타이밍에 우리는 벤츠를 뽑았다.

벤츠는 결국 나를 서포트해주는 도구라 생각한다.

원했던 브랜드를 소유했다는 감각이

최고의 태도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였을까?

우리가 폭풍 성장한 시기의 출발점에 벤츠가 있었다.


AMG 라인이라 버튼을 누르면 부릉부릉

할리데이비슨 같은 시끄러운 엔진 소리가 난다.

난 그 소리가 거슬려 왜 이딴 옵션을 돈 들여 넣었냐고 짜증 내지만

남편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그게 우주의 심장 박동처럼 느껴진다나


오은영 박사가 그랬다.

어릴 때 부모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자기 자신에게 해주라고.

그런데 사실 자기 자신도 그 말이 뭔지 모를 때가 많은 것 같다.

난 그 말을 바로 곁에 있는 배우자가 해주면 어떨까 싶다.

살아가다 보면 자기 자신보다 곁에 있는 사람이 더 잘 알아채니까


결핍 덩어리들인 우리는 듣고 싶은 말이 워낙 많은데

지지고 볶다 보니 그 모든 말이 하나로 압축되었다.

 “위대하십니다.”

하지만 매번 그 말을 해주기가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칭찬에 굶주려 있다.

매번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존재다.


남편이 운전할 땐 꼭 그 시끄러운 엔진 버튼을 누르고 다닌다. 그때 차오르는 생기를 보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벤츠의 역할은 이미 다한것 아닐까 싶다.

나에겐 소음이지만 그 웅장한 부릉부릉 이 남편에겐

‘너 진짜 열심히 살고 있어’처럼 들리는 게 아닐까?

가장 듣고 싶은 말, 그 말을 벤츠가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같은 목소리로 응원해주는 셀프칭찬.

부모가 사주는 벤츠말고 내 돈 내산 벤츠만이 해줄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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