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이지만 나는 한국인이다.

2025년 6월 1일 일요일이지만 현지인이 집을 보러 오래!

by 다정한 똘언니

집을 찾는건 끊임없이 지속됐다. 그러다 어느날 개인이 올린 매물을 검색하게 됐고 바로 전화번호를 저장한 뒤 왓츠앱으로 문자를 보냈다. 주말이었지만 답장이 왔고 괜찮다면 집을 보러 오라는 현지인의 연락. 보통 여기 사람들은 주말이면 자기들 쉬고 놀기 바빠서 집을 보여준다거나 타인과 함께 무언가를 잘 안 하려고 하는데 오후에 집을 보러 오라고 했다. 바로 약속시간을 정하고 둘째 아이만 데리고 집을 보러 갔다.


원래 집을 보기로 한 시간은 오후 6시였는데 버스를 타고 조금 일찍 도착을 했다.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바로 데리러 온다고 답장이 왔다. 집주인을 만났고 인사를 먼저 한 뒤, 집주인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 먼저 온 사람들이 집을 보고 있는 중이야. 사람이 있으니 놀라지 마..

-네, 저희가 일찍 온거니까요


약속시간은 6시였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40분정도였다. 페루사람들에 비해서 스페인 사람들은 그래도 일찍 다니는 편이고 약속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긴 하다. 여담으로 페루 사람들은 1시에 약속을 하면 2~3시에 나타나는게 10명중 8명이었으니까 늦어진다고 해도 사실 별로 놀랄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는 페루 사람들보다 약속시간에는 눈치가 있는 것 같았다.


집으로 올라갔는데 2층이었고 방은 2개 거실, 주방, 욕실이 각각 따로 있었다. 주방에는 2구짜리 인덕션이 새로 설치가 되어 있었고 싱크대는 작았다. 특이하게 여기는 양문형 냉장고가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잘 사지 않는 것 같았다. 대부분 2도어 일반형 냉장고를 설치한다. 양문형 냉장고가 한국에서 구매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도어 일반형 냉장고를 선호하고 많이 사는 이유는 보러 다니는 집마다 주방에 냉장고 자리가 2도어 들어갈 자리밖에 없는 것 같았다. 만약 양문형이나 4도어 냉장고를 사용하게 된다면 주방을 리모델링 하거나 냉장고 설치하는 공간을 좀 더 확보를 해야만 가능 할 것 같다.


집주인은 할머니였다. 우리를 너무 좋게 잘 봐줘서 너무 감사했다. 먼저 와서 집을 본 사람들이 돌아간 뒤, 우리는 거실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저희는 이런 바닥이 정말 좋아요.

-왜?

-한국에서는 집 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거든요. 그래서 청소하고 사용하기에 이런 바닥이 아주 좋아요. 한국의 집도 이런 바닥이거든요.

-그러면 신발을 아예 신지 않는거야?

-네, 층간소음 때문에 아래층을 생각해서 실내용 슬리퍼는 신지만 밖에서 신는 신발을 집 안에서 신지는 않아요. 그리고 바닥에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어요. 그래서 늘 청소를 하고 산답니다.

-집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니 나는 너희랑 계약을 하고 싶어. 외국인들이나 스페인 사람들은 집 청소를 잘 안하는 것 같아. 하지만 바닥 생활을 하는 한국인들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


나는 일부러 더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그래야 집에 대해서 더 어필을 할 수 있는거고 지금은 우선 우리가 집을 구하는게 먼저라서 최대한 어필을 하고 장점을 드러냈다. 효과는 아주 좋았다. 아들분과 이야기를 해본 뒤, 다음날 바로 연락을 주신다고 했다. 작은 희망이 생겼다.


다음날, 아침일찍 연락이 와서 혹시 재정보증에 대한 서류를 확인시켜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온 서류들도 있고 하니 사업자 등록증인 NIF와 한국에서 떼어왔던 잔액증명서를 같이 보내줬다. 돌아온 답은 사업자가 있었구나 이거면 됐어 라는 답이었다. 아 됐다 이 집은 현지인이 이 정도로 해준다면 된거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하지만 어쩐지 오후가 되어도 연락이 없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내가 혹시 답변을 잘못했나? 싶어서 보냈던 메신저도 한 번씩 다시 들여다봤고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부동산 어플에 알람이 갑자기 울렸다. 세상에, 할머니의 그 집 광고가 내려갔다는 알람이었다. 그 광고를 보자마자 바로 할머니에게 연락을 드렸다. 이 연락을 드리는 순간에도 온갖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의 성향이라면 계약자를 선정해서 미리 광고를 내리고 후에 계약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안녕하세요, 연락을 기다리던 도중에.. 지금 이데알리스타에서 갑자기 광고를 내려간 걸 봤어요. 혹시.. 어떻게 된걸까요?

-아, 저기 미안하게 됐어요. 방금 전까지 나는 아들이랑 이야기를 계속 했고 아들이 바라는 사람과 내가 바라는 사람이 달랐어요. 나는 당신에게 집을 주고 싶었지만 아들은 다른 사람을 이야기 하더라구요. 결국은 아들의 뜻대로 방금 아들이 다른 사람과 계약서를 작성했어요. 난 정말 당신들과 거래를 하고 싶었어요. 미안합니다. 좋은 집 구하세요.


직접 우리를 만나본 적 없는 아들은 현지인으로 계약을 결정했고 할머니는 우리랑 계약을 하고 싶었던 것.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아들이 원하는 사람과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것. 그리고 광고를 바로 내렸다고 한다. 그 집은 결국 외국인을 이해하지 않을 생각으로 우리와는 연이 없는 집으로 판명이 났다. 조금이라도 안심을 했던 마음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고 또 다시 마음속 한 켠에서 스물 스물 올라오는 생각이 있었다.


-하.. 진짜 한국에 말짱한 내 집, 내 상가 냅두고 내가 남의 나라와서 진짜 이런 대우 받고 이게 뭘까? 잘 하고 있는게 맞는건가?


이번에는 어떤일이 일어나던 결과를 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아이들의 학업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렇고 우리 가족들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선택을 했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해! 라기 보다는 그래도 결과를 도출하고 싶은 최소한의 노력은 반드시 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가득인데.. 가장 처음이어야 하는 집 이라는 공간이 이렇게 될 줄이야...

큰 강아지를 데리고 오셨던 희망적이었던 그 집. 하지만 인연은 아니었다.
라떼인데 cafe cortado라고 부른다. 설탕은 넣어 마셔야 달달한 라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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