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래가 앞자리 부장님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부서의 선배가 사라진 날, 나의 방향도 달라졌다

by 배부른기린

공대를 졸업하고 개발팀에 입사했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부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대학교 실험실처럼 분위기가 자유로웠다. 형, 동생으로 칭하며 각자의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속엔 모든 구성원들이 인정하는 한 선배가 있었다. 갓 입사한 나에게 많은 선배들이 조언을 해줬다.


“기린아. 넌 저 선배만 따라 하면 돼”


나보다 2년 먼저 입사한 선배는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주 100시간 넘게 야근을 했다. 본인의 일은 어떻게든 끝내는 우직함이 있었다. 내가 입사하기 직전엔 안면마비가 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책임감이 만들어낸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한다. 일을 잘하니 일이 몰렸고, 몰린 일을 또 책임감으로 해냈다.


선배와 같이 야근을 하고, 출장을 다녔다. 많은 걸 배웠다. 성격도 착한 선배는 조그마한 무엇이라도 알려주려 애썼다. 나에겐 너무나 고마운 선배였다. 선배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나의 미래를 상상했다. 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선배가 곧 내 앞날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동기로부터 선배가 부서를 옮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선배의 선택을 존중하며 헤어짐을 준비했다. 회사는 시간을 넉넉히 주지 않았다. 선배는 예상보다 빠른 일정으로 부서를 떠나 새로운 팀으로 갔다. 아쉬움을 느끼기도 전에 떠나버렸다. 이제 나의 방파제는 사라졌다.




선배는 나의 미래다.

앞자리 앉아 있는 선배가 나의 미래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앞자리 부장님처럼 되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미래로 삼았던 선배의 이탈은 나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낳았다. 나 역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2년 뒤 부서를 옮겼다.

새로운 부서에서 새로운 시작을 했다. 새로운 선배와 새로운 미래가 생겼다. 하지만 벗어난 곳에 낙원은 없다.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한다.


지금 내 앞자리 부장님처럼 되고 싶은가?


그즈음이었나 싶다. 회사 밖 사람들을 나의 미래로 삼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계속되던 시기, 나는 투자에 집중하며 회사 밖의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블로그, 투자모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곳에는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있었다. 자산을 불리는 방법, 시간을 쓰는 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들을 만나며 자본주의를 배웠다. 사회를 배웠다. 돈을 배웠다. 회사에선 절대 알려주지 않는 것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의 삶을 따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미래를 나의 미래로 삼기로 했다.


그런 마음먹은 지 어느덧 7~8년이 되었다. 그동안 부동산 투자를 큰 규모로 했다. 직접 겪고 배운 경험은 상당한 수준이 되었다. 온라인에도 조금씩 나를 브랜딩 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함이다. 돌아보니 나는 앞자리 부장님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내가 선택한, 내가 바라던 삶이다.


굳이 회사에서 선배를 찾을 필요는 없다. 나보다 잘난 사람은 세상에 너무나 많다. 나는 그들을 나의 미래로 삼고 있다.


배울 점이 많다면 그 사람이 선배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3화회사에서 남들보다 딱 한 스푼만 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