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5년 전 새로운 팀장이 부임했다.
옆 부서 부장님이 임원으로 진급을 하셨고 그해부터 우리 팀을 맡게 되신 것이다. 부장 때도 인자한 것으로 평판이 좋으신 분이었다.
팀장으로 오신 지 한 달 만에 해외 출장 일정이 잡혔다. 매우 안타깝게도 과장 초년 차인 내가 동행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임원과 해외 출장을 가본 적이 없던 나는 출발 직전까지 부담을 느꼈다.
출장 일정은 5박 6일이었다. 역시나 일정 내내 쉽지 않았다. 일과 중에는 협력 업체, 고객사와 미팅을 한다. 매일 저녁 만찬이 있다. 말이 만찬이지 술자리다. 마무리하고 호텔로 돌아가면 10시 정도다.
그때부터 또 다른 업무가 시작된다. 임원분 방에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출장 보고서를 작성했다. 술기운이 올라와도 정신을 빠짝 차려야 했다. 보고서 작성까지 마무리하면 빠르면 11시, 늦으면 자정이 넘어서 내 호텔방에 들어갔다.
힘들다는 생각조차 들지 못했다. 하루 종일 임원분과 같이 있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5일 보냈다.
마지막 날, 먼저 귀국하시게 된 임원분께 고생 많으셨다 인사를 드렸다. 임원분께서도 고생했다며 한마디해 주신다.
돌이켜 보면 과장 초년 차의 나는 부족함이 많았다. 실무 경험이 많았던 나는 다이 부서에서 나름 인정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보고서 스킬과 의전은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에 출장이 부담스러웠던 것이겠다.
임원분께서도 성에 차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질책은 없으셨다. 열심히 하는 물과장에게 모질게 할 수가 없으셨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2년 뒤 임원분은 다른 자리로 발령을 받았다. 다른 곳에서 일을 하시다 작년에 재회를 했다. 우리 부서 담당 임원으로 다시 오시게 된 것이다.
얼마 전 보고 건이 있어서 임원분 자리에서 보고를 했다. 보고를 마친 후 임원분께서 말씀하신다.
"이야~ 너 엄청 램프업 됐네!?"
이런 갑작스러운 칭찬은 감사함보다 민망함이 먼저 오기 마련이다.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며 상황을 모면한다.
임원분이 다른 곳에 가셨을 동안, 부서 내 업무가 바뀌면서 보고서 작성을 주로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스킬이 조금 늘었나 보다. 스스로도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몰랐던 점을, 오랜만에 본 임원분께서 콕 찍어 말씀해 주셨던 것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나의 성장을 봐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너무 가까이 있어서 봐줄 수 없고, 타 부서 사람들은 현재의 나만 기억한다. 오랜만에 본 사람이 나를 판단해 줄 수 있으나,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딘가 있을 그런 사람을 찾아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물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분 한 명만 찾아도 든든한 회사 생활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