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은 부장님

마음의 빚은 갚아진다

by 배부른기린

몇 년 전 일이다.


옆 부서의 파트너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부서 담당자들이 한 달 가까이 파트너사로 출장을 가서 점검을 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 문제의 심각성은 점점 높아졌다. 24시간 밀착 관리가 필요했다. 12시간 2교대로 파트너사로 외근을 나가야 했다. 5명뿐인 부서에서 감당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었다.


결국 다른 부서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부서에서는 내가 나가게 되었다.


지원 근무자들은 각각 근무일을 배정받았다. 내가 근무해야 할 날짜는 12월 24일 야간 조였다. 정확히는 크리스마스이브 21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였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선배들은 전부 튕겨내고 막내인 나에게 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날의 근무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특히나 아이가 손이 많이 가는 2살이었다. 더욱 아쉬웠다.


씁쓸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정해진 대로 근무를 나갔다. 21시에 도착을 했다. 앞 순번의 선배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근무를 시작했다.


한창 근무를 할 즈음 24시가 될 때쯤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기린 대리. 가족과 보내야 할 크리스마스이브에 근무 지원을 해줘서 너무 고맙고 미안합니다.”


옆 부서 부장님의 문자였다. 장문의 메시지에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야간 근무를 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막내라는 이유로, 거절하지 못해서 근무를 하게 되었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장님의 문자는 조금의 위로가 되었다. 부장님께 답장을 드렸다.


"아닙니다. 문제없이 챙기고 다음 주자에게 인계하겠습니다"


야간 일을 마무리하고 아침 8시 다음 근무자가 도착을 했다. 인수인계를 하고 아침 9시에 집으로 향했다. 씻고 못 잔 잠을 청했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먹을 수 있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컴퓨터 부속품을 잃어버렸다.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다. 10만 원 상당의 부속품이었지만 습득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나를 예전 그 부장님께서 조용히 부르신다. 본인이 쓰지 않는 것이라 하며 나에게 쓰라며 건네주신다. 그러면서 한마디 하신다.


"김 과장은 잊었겠지만, 나는 항상 마음의 빚이 있었어"


크리스마스이브날 지원 근무를 기억하시고 계셨던 것이다. 그 마음이 몇 년이 지나 또 다른 따뜻함으로 돌려주신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씁쓸한 일도, 안타까운 일도 겪지만, 가끔 뜻하지 않은 장면에서 따뜻함을 마주한다.


회사도 사람 사는 곳이다. 사람 사는 곳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의 누구 한 명의 희생 혹은 도움에서 시작된다. 물론 그 시작을 받아주는,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따뜻함은 이뤄진다.


감사한 일이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5화3년 만에 다시 만난 임원분의 나에게 해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