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시장이 잠잠하다.
서울에서도 하락하는 단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아는 동생의 매수를 조언해 주고 있다. 서울 실거주 집이 대상이다.
서울의 어느 한 단지를 보고 있다. 최고가 대비 1.5억 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부동산에는 최고가 대비 2.5억 원 떨어진 매물도 있다.
떨어졌다 해도 갭이 크다. 3.5억 수준이다. 투자라면 말릴 테지만 실거주와 그 이상의 무엇이 있기에 매수를 권했다. 이번 주 안에 결론이 날 것이다.
이렇듯 시장이 잠잠하다 보니 던지는 매물이 한두 개씩 나오고 있다. 자산 가격의 하락이 눈에 보인다.
내가 보유한 물건들도 마찬가지다. 보유하고 있는 대출이 상당하니 부담이 된다. 이런 부담이 다시 또 팍팍함을 이어지게 만든다.
나는 지금까지 새 차를 사본 적이 없다. 20대 이후 몰았던 차 3대 모두 넘겨받은 중고차다. 이번에 처음으로 새 차를 살 생각으로 작년에 대기를 걸어두었다. 올해 말이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자산 가격이 떨어지니 소비하는데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치솟은 금리 탓에 월세 수익이 줄었다. 괜히 힘들다는 생각이다. 지갑을 닫게 된다. 1~2만 원 절약하며 스트레스 받을 바에 더 많이 벌자는 생각이지만 이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약해진다.
내가 소비하는데 주춤하니 옆에 있는 와이프가 신경 쓰는 것은 당연지사다. 나의 시선을 외면한 체 크게 긁긴 하지만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다. 회식자리에서 아무거나 시키라고 말하며, 부장님이 짜장면을 먹으면 짜증 나는 법이니 말이다.
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경제 위기가 다가오니 소비를 줄여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반대로 자산 가격이 올랐을 때는 소비를 했었나?
그렇지도 않다. 그때는 풀 레버리지를 일으켜 오르는 자산을 잡으러 뛰어다녔다. 투자한다고 돈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러나저러나 내 통장에는 항상 돈은 없다. 원인은 달라도 결과는 같다.
이렇게 항상 부족해하는 내가 과연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아파트를 가져야 경제적 자유를 이뤘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등기를 치면 만족할 수 있을까?
반포동, 대치동, 강남에 입성하면 행복할까?
돈 욕심이 많은 투자자 집단은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항상 목마르고, 항상 배고프다. 100억을 가지면 200억을 만들고 싶고, 강남 아파트를 가지면 강남 건물을 가지고 싶다. 갭투자를 하다 보면, 시행까지 해야 한다.
끝이 없다.
투자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걸어가면 큰 부를 이룰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 부가 행복과 비례하는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가치관을 바꿀만한 큰 외부 충격이 오거나, 원효대사처럼 큰 깨달음을 얻는 수준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나 역시 다람쥐처럼 쳇바퀴 속에서 열심히 뛰고 있을 뿐이다.
머리로는 조급함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만 할 뿐, 다리는 쫓기듯 바삐 뛰고 있다. 남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누군가 보면 왜 이리 힘들게 사느냐고 할 수 있겠다. 어느 정도 성과를 봤으면 욕심을 내려놓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 그럴 수도 있겠다. 어느 지방에 내려가서 자가로 살며 일을 안 해도 살 수준은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이 생긴다.
사회적 지위도 유지하고 싶고,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진다.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고, 으스대고 싶은 욕망도 있다. 당연히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들이지만 이러한 감정들이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남들에게 과시하려는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쳇바퀴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과시를 하면 행복한 것인지, 남들이 봐주는 시선에서 성공을 만끽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직 이룬 것이 부족해서 모르겠다.
경제적 자유로 진정한 행복을 찾고 싶다면,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전에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를 먼저 이뤄야 한다.
이것이 내가 정의하는 경제적 자유다.
그것을 이루게 된다면 경제적 자유의 Cap의 높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1억 원으로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된다. 어렵다는 것은 안다. 스스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나의 멘탈이 성숙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다르기에 기록으로 남겨본다. '행복한 경제적 자유'는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나에게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