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말랑말랑한 나의 양심

100만원의 계약 취소금

by 배부른기린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회의 중이어서 받지 못했다. 3통이나 와있다. 부동산 소장님이다. 부동산에서 다급하게 찾는 경우는 좋은 소식일 경우가 많다. 경험적 학습이다.


전화해 본다. 역시나 좋은 소식이다. 손님이 전세 입주를 원한다는 것이다. 인테리어가 마무리되는 날 전세 임차인을 맞추게 되었다.


가계약금을 받기로 한다. 계좌를 넘겼다. 100만 원의 가계약금을 받았다. 바쁜 직장인이기에 계약은 대리 계약을 선호한다.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빠른 등기로 부동산 사장님께 발송한다.




전화를 받은 지 이틀이 지났다. 계약 당일이지만 계약 시간이 확정되지 않았다. 대리 계약이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알아서 하시겠지 하며 시간을 보낸다. 기다리는 중에 부동산에서 문자가 온다. 입주를 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이다. 사장님께 전화를 한다. 이야기를 들어본다.


부모님 집을 고민하던 딸이 조금 더 좋은 집을 찾았다고 한다. 연세가 있으셔서 저층을 선호하셨는데 가계약금을 보낸 다음날에 그런 집을 찾았은 것이다.


소장님은 가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임차인 측에 말해놨다 한다. 그래도 좀 안타까우니 반 정도 돌려주기를 조심스레 말을 한다. 5초 정도 고민을 했을까? 그냥 전부 드리겠다 말씀드렸다.




나도 인간인지라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냥 입 닦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뭔가 불편하다.


부모님 모실 곳을 고민하는 딸과 거주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상상이 된다. 이런 분들의 돈 100만 원을 받는다 한들 기분이 좋을 것 같지 않다. 공돈 벌었다고 즐거워하기엔 내 양심은 아직 말랑말랑하다.


생각해 본다. 계약금이 1,000만 원이었어도 내가 돌려줬을까?


이런 경우에는 되려 돌려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참 어렵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6화경제적 자유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