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그녀들의 삶을 존중한다
여자 동기들이 있다.
회사 생활 십 년을 넘으니 이제는 두세 명 정도 남았다. 입사 인원 자체가 많지 않았고, 그마저도 대부분 휴직이나 퇴직으로 떠났다.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동기들이다.
오랜 시간 함께하다 보니 서로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알게 된다. 워킹맘의 고충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일이 잦다.
1. 아이들 픽업을 도와줄 이모님 면접을 본다.
2. 힘들게 구해도 맞지 않으면 다시 구해야 한다.
3. 아이가 크면 전화가 계속 온다.
4. 신랑과 아이 등교를 분담하다 보니 출퇴근 시간이 들쑥날쑥하다.
5. 출근이 늦으면 퇴근도 늦는다.
6. 숙제를 봐줘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7. 선생님 전화라도 오면 긴장이 극에 달한다.
힘들어 보인다.
밥을 잘 챙겨 먹는 것도 아니다. 체력이 떨어지니 예민해진다. 예민하면 짜증이 난다. 그 짜증은 회사가 아닌 신랑에게 간다. 아이에게까지 닿는 경우도 있겠지만 직접 본 적은 없다.
몇 안 되는 여자 후배들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최근에 복직한 여자 후배가 있다. 굳은 각오로 복직했을 것이다. 정말 쉽지 않다.
나는 종종 말한다. 와이프가 집에 있어주기 때문에 내 중심이 잡힌다고 말이다. 체력이 약한 와이프가 계속 회사를 다녔다면 그 예민함을 감당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감당한다 해도, 너덜너덜해진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을 것이다.
와이프가 집에 있어주는 덕분에 밖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감사하게도 집안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은 편이다. 물론 쉽게 얻은 평화는 아니다. 와이프가 꿈을 내려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에 다니며 석사까지 딴 악바리였기에 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우리 집의 평화는 100% 와이프 덕분이다.
어느덧 연차가 쌓인 동기에게 곧 부장 달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짧은 대답이 돌아온다.
"징글징글하다."
그때까지 다니고 싶지 않지만 다니게 될 것 같다는 의미다. 한창 손 많이 가는 시기를 지나 이제 아깝기도 할 것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버텨야 한다.
그녀들의 삶을 존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