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월세처럼 받던 투자자 지인

연락이 끊긴 전세를 월세처럼 받던 형님

by 배부른기린

나는 16년 차 부동산 투자자다.


주변에 투자하는 지인들이 많다. 투자자 모임도 있다. 그런 곳에서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을 본다. 대부분은 실행력으로 성과를 만들어낸 분들이었다.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했고, 각자의 해석으로 결과를 만들어냈다. 방식은 달라도, 시장을 향한 발걸음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그중 기억나는 형님이 있다. 전세를 월세처럼 세팅하는 분이었다. 24채가 넘는 아파트를 매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론상 매달 한 번 전세 재계약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전세가 오르던 시기에 투자해 실제로 돈을 긁어모으셨다. 그 시기엔 그런 구조가 통했다. 전세는 계속 올라갔고, 시장은 호응했다.


그 외에도 대단한 사람들을 만났다. 무피로 수십 채를 투자한 분도 있고, 건물을 직접 개발하는 디벨로퍼도 있으며, 경매로 백 채 이상 낙찰받은 분도 있다. 강의로 경험을 나누는 분들도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산을 불렸고, 누군가는 수익을 사업으로 확장해 나갔다. 투자자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은 분들이다.


그중에는 과한 투자라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었다. 곧 무너지지 않을까 싶은 불안한 포지션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하락장이 왔다. 금리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몇몇 분들은 연락이 끊겼다. 연락이 끊긴 분들 중에 전세를 월세처럼 받는 형님이 있다.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는다. 안부를 묻기도 애매해졌다. 다른 몇몇은 지금도 버티고 있다.


한때 크게 벌렸던 우리 투자자들은 만신창이로 살아가고 있다. 상승기에는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썼고, 하락기에는 역전세와 금리의 역습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어느 때고 편한 시절은 없었다.


앞으로의 시장과 금리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한다.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그 안에 남아 있던 사람만이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회는 시장 안에 있는 자의 몫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공부하고, 누군가는 투자금을 마련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 앞에만 오는 게 아니라, 준비하며 기다린 사람 앞에 멈춘다.


투기꾼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피 흘리며 버티고 있는 우리 투자자들은 그리 가벼운 사람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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