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개뿔, 실력은 쥐뿔이다.
부동산 투자를 한창 열심히 할 때였다.
사는 것마다 모두 올랐다. 매수하면 일 년 만에 1억이 올랐다. 첫 경매 입찰에 낙찰을 받았다. 첫 공매 입찰에 낙찰을 받았다. 서울, 인천, 수원, 수지, 의정부 손대는 수도권은 전부 올랐다. 지방 마찬가지였다.
사기만 하면 오르니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공격적으로 챗수를 늘려갔다. 한창 많을 때 30채 가까운 등기를 보유했다.
나는 내가 부동산 투자 천재인 줄 알았다.
5~6년의 상승장에서 자산은 몇 배가 불려졌다. 내가 매수한 모든 부동산이 올랐다. 도시를 가리지 않고 가격이 뛰었다. 그랬던 시절이었다.
나는 이제 천재 투자자가 되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헛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나는 무엇을 해도 된다. 나는 하락기도 버틸 수 있다. 나는 이제 부자가 됐다. 시장이 불확실해도 대응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천재니까 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으로 상승기 막판까지 무리하며 투자를 이어갔다. 조금 더 벌고 싶었다. 더 부자가 되고 싶었다. 더더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출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격적인 천재 투자자는 결국 물렸다. 금리가 올랐다. 이자는 한 달에 1,800만 원까지 내야 했다. 지방 부동산에 역전세가 났다. 이제와 후회를 해도 늦었다.
그렇게 자신하던 천재는 어디 갔는지 바보만 남아서 손가락을 빨고 있다.
실력이라 착각했던 대부분이 사실은 시장이 올라서 얻은 결과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운이라는 단어를 그제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천재는 개뿔이고, 실력은 쥐뿔이었다. 그저 운빨로 여기까지 왔던 것이겠다.
자책을 하며 돌아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이 배운 시기는 하락기라는 생각이 든다. 바보 투자자는 이제부터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다. 투자 판단을 좀 더 조심스레 하고, 리스크를 먼저 생각한다. 소심해지긴 했지만 겸손해지기도 했다. 언제나 시장이 옳다는 철학을 배웠다.
예전엔 내가 틀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젠 틀리는 것이 디폴트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으로 투자를 한다.
진짜 실력으로 가는 첫걸음인지도 모르겠다.